경찰, “화장실 문 열고 용변” 강요...인권침해 논란

“화장실 문에 발 끼워넣고...XX”...마포경찰서, “목도리 때문에 자살우려”

경찰이 조사 중인 피의자에게 화장실 문을 연 채로 용변을 볼 것을 요구해, 또 다시 경찰의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이하 재능노조) 사무국장 오수영 씨는 지난 5일, 마포경찰서 지능수사팀에서 조사를 받기에 앞서 화장실에 갔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

오 씨는 재능노조에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진행하며 발생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에 지난 7월 4차 희망버스 당시 자신에게 수배가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소환에 응하지 않아 수배가 된 오 씨는 수배를 해소해야 앞선 명예훼손 건도 해결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얘기에 마포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마포경찰서 지능수사팀은 오 씨를 체포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직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오 씨의 요청에 여성 수사관 송 모 씨가 오 씨를 건물 내부의 화장실로 안내했다.

여기서부터 오 씨와 경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오씨는 “화장실 문을 닫으려하자 송 모 씨가 발을 들이밀어 문을 닫지 못하게 막은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 측은 “발을 들이밀지는 않았고, 피의자가 용변을 볼 때 화장실 문을 여는 것은 원칙”이라는 반응이다.오 씨는 송 모 씨가 욕설도 뱉었다고 주장했다.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것에 항의하면서 자신이 녹음기를 꺼내자 송 씨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XX”, “미친X 말 들어”라고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송 수사관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마포경찰서 화장실

마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호송 및 유치에 관한 규칙’에 화장실 문을 비스듬히 열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용변을 볼 때 화장실 문을 열어야 한다는 규칙은 ‘호송’시에만 적용되는 규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서 바깥의 화장실을 이용 할 때만 적용되는 규칙인 것이다. 경찰서 내부에서 조사 중에 경찰서 내부 화장실을 갈 경우는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사과장은 또 “오 씨가 조사 당시 목도리를 두르고 있어서 화장실 내부에서 목도리를 이용해 자살을 할 것이 우려됐다”고 화장실 문을 열라고 요구한 까닭을 설명했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강성준 씨는 “희망버스 사건으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으러 온 피의자가 자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화장실에서 까지 감시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강성준 씨는 또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1500일이 넘도록 진행해오면서 숱한 경찰조사를 경험한 피의자가 자진 출두한 경찰서에서 자살할 우려가 있어 규칙도 어겨가며 화장실 문을 열게 했다는 발언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 측이 원칙이라며 제시하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 2조에는 ‘피의자의 인권 보장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경찰의 인권 침해 논란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작년 4월 동작경찰서에선 여성 피의자가 화장실 안에서 용변을 보는 중에 남성 형사가 문을 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 형사는 “화장실에서 죽을까봐 그랬다”는 말을 했다.

작년 6월에도 경찰은 반값등록금 집회에서 연행된 여성의 속옷을 탈의시키고 유치장에 입감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고, 2000년엔 차폐시설이 불충분해 신체부위 등이 노출되는 개방적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강제한 경찰의 행위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헌법 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이끌어낸 적도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강성준 씨는 “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찰의 인권 감수성에 문제가 있다”며 “인권을 침해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저지르는 인권 침해가 실은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오 씨와 재능노조는 이번 일에 대한 마포경찰서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당 경찰관의 징계,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이 같은 인권침해가 다시일어나지 않도록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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