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2시46분 시간이 멈춘 곳

[동일본대지진 1년, 현장을 가다](21) 쓰나미가 휩쓴 가모지구

“재해는 잊어버렸을 때쯤 되어서 찾아온다(일본 속담). 그래서 우리는 잊지 않는다. 잊으면 안 된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지진 M9. 호지 마사에 부부는 이 땅에서 9명의 아이를 낳고 키웠다. 사사야 카즈코 78세, 사사야 신지 76세, 사사야 쇼지 70세, 사사야 슈이치 20세, 사사야 요오지 19세, 소라토 3세. 6명은 11일 가모지구에서 죽었다. 그들의 영혼은 이 땅에 자고 있다. 로콘쇼죠 로콘쇼죠 2011년 12월 11일 합장”

인간의 오감과 여섯 번째 의식, 감각과 의식을 투명하고 깨끗이 하라는 ‘로콘쇼죠’를 읊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모두 휩쓸려가 집터만 남은 그곳에 추모 꽃이 놓이고, 추모 글이 적혔다.

바다 세찬 바람에서 아직 썩은 내가 진동한다. 초등학교 벽시계는 작년 3월 11일 쓰나미에 묻힌 시간, 오후 2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시간도 멈춰버린 그 곳, 황량한 사막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 곳, 미야기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작은 마을 가모지구에 쓰레기만 쌓여간다.

  "그들의 영혼은 이 땅에 자고 있다. 로콘쇼죠 로콘쇼죠 2011년 12월 11일 합장” [사진총괄 : 도영, 정재은]

  초등학교 벽시계는 작년 3월 11일 쓰나미에 묻힌 시간, 오후 2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가모지구에 쓰레기만 쌓여간다. 무너진 집터 뒤로 쓰레기 더미가 보인다.

사망, 실종, 부상

1만 9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7조 엔(약 238조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낸 전대미문의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라는 복합 재앙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미쳤다.

강도 9의 거대 지진은 최고 40미터 가까운 쓰나미를 몰고 왔고, 후쿠시마 제1원전을 휩쓸고 냉각 기능을 앗아가면서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이어져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되는 사고를 빚었다.

지금도 대지진과 쓰나미 집중 피해 지역인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에서 34만2천500명의 주민이 집을 잃거나 등지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2월 10일 미야기현 센다이시 자료에 의하면 센다이 시민만 704명이 사망했다. 33명이 실종됐고, 2,269명이 부상당했다. 사망, 실종, 부상자 수는 달라질 수 있단다. 또, 경찰 집계와는 다르단다. 이 가운데 센다이시 가모지구 한 주민은 이 작은 마을에서만 “127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불에 탄 건물은 바람 불때마다 삐걱삐걱 쇳소리를 낸다. 사람의 손길이 없는 곳에서 야생 머위가 자라고 있다.

무너지다

1200년 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유명하며, 일본 최고의 철새 도래지인 미야기노구, 가모갯벌이 있는 가모지구로 향한다.

센다이역에서 전철을 타고 나카노사카에 역에 내려 10분가량 걸으면 가설주택이 보인다. 총 17개 동으로, 1개 동마다 6개의 집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테이너박스다. 컨테이너박스를 집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이 빈 터에 야채를 심는다.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울퉁불퉁, 갈라진 길을 따라 공장지대로 들어가면 미야기노구의 기린 맥주 공장이 간판을 자랑한다. 사람들은 쓰나미가 몰려 온 뒤 맥주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냄새가 지독했다고 전했다.

공장도, 빠찡코 가게도 모두 무너졌다. 군데군데 비어 있으면, 복구중이다. 쓰나미에 휩쓸렸던 나무들도 죽어간다. 1년이 지났지만 도로 수리도 안 돼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 종종 해일 피난 건물 표시 팻말이 있지만, 이도 쓰러져 있다.

이 가운에 펼침막을 펄럭이는 호텔이 눈에 띤다. ‘영업중’, ‘힘내라 동북’. 호텔건물 벽에도 작은 펼침막들이 붙어있다. ‘혼자와도 환영’, ‘자원봉사자, 복구관리자, 노동자 환영’, ‘성인 채널 무료’...


  모든 문이 열려 있는 빈 집에 아직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있다.

빈 집, 추모

공장지대를 지나 마을로 들어갈수록, 빈 집이 늘어간다. 모든 문이 열려 있는 빈 집에 아직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있다. 뼈대만 남은 집은 흉물스럽기 그지없고, 불에 탄 건물은 바람 불때마다 삐걱삐걱 쇳소리를 낸다. 짝 잃은 신발이 나뒹굴러 다닌다. 쓰나미에 휩쓸린 폐기물로 만든 어떤 이의 작품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콘크리트 집터만 남은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상상할 뿐이다. 종종, 집터는 곧 사망 장소이다. 마을 곳곳은 추모 분위기다. 바다 가까이 ‘히요리야마’에 추모글이 가득하다.

히요리야마는 국토지리원의 지형도에 나와 있는 산으로, 일본에서 제일 낮은 산 중에 하나다. 산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낮은 언덕이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 당시 북쪽 센다이 항구가 건설되면서 마을 서쪽의 농지는 공업 유통 지구로 정비되어 주민의 생활도 바뀌었다. 그리고 이곳은 낚시, 서핑, 승마, 또는 가모 갯벌 조류 관찰 및 조개잡이 등 현지 방문 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되어 왔다.

“어디로 갔나 지나간 날들, 다시 돌아와”
“가모지구 여러분의 행복을 기도한다. 가모지구 사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다시 예쁜 가모지구를 되돌릴 수 있게”
“학창시절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가모지구를 사랑한다. 하루라도 빨리 웃을 수 있게”
“내가 사랑하고 기억이 많이 있는 곳, 가모 바다, 히요리야마”
“다 없어지고 너무 슬프다. 10년, 20년 후에는 돌아갈 수 있기를. 그런 날을 기도한다”
...


  쓰나미에 휩쓸린 폐기물로 만든 어떤 이의 작품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바다 가까이 ‘히요리야마’에 추모글이 가득하다.

로콘쇼죠

첫차도, 막차도 돌아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엔 기다리는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다. ‘버스 안 다님’ 글만 초라하게 붙어있다. 방재센터도 휩쓸렸고, 나카노 초등학교도 휩쓸렸다. 초등학교 수영장에 고인 썩은 물에 눈길이 가다, 한편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보였다. 사람이다.

취재진 : 뭐하세요? 잠시 인터뷰 좀 하고 싶은데... 모두 마을 사람들인가요?
주민 A : 다 마을 사람이에요. 위령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일요일에 위령제를 할 거예요.
취재진 :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건가요?
주민 A : 네. 행정하고는 상관없죠.
취재진 : 벌써 1년이라고 하는데, 놀랐습니다. 복구가 늦네요.
주민 A : 정부와 행정기관은 해일 경계 지역이라고 아무 것도 짓지 못하게 합니다.
취재진 : 그럼 복구될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취재진 : 그거야 정부에 물어보면 알겠지. 알 수 있나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예요.
취재진 : 어디 사시나요?
주민 A : 가설주택. 가족들이랑 다 거기 살아요.
취재진 : 피난 생활이 계속 될 수도 있겠네요.
주민 A : 처음 겪는 일이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려워요. 대책 늦는 게 가장 답답해요
취재진 : 정부와 행정기관에 할 말이 많을 텐데...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언가요?
주민 A : 요청해도 정부, 행정기관은 어떤 움직임도 없습니다. 말해도 헛소리로 되는 것 같아 할 말이 없습니다.
취재진 : 성함과 나이 좀...
주민 A : 싫습니다. 70대입니다.


5시간 동안 가모지구를 걷다, 주민 A씨와의 대화에서 ‘로콘쇼죠’를 되새겨본다. 지금, 우리의 오감과 의식은 무엇으로부터 깨어있어야 하는가. (기사제휴=미디어충청)

* 통역 : 야스다(일본노동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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