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재가동? ‘자는 아이 깨우지 마라’

[동일본대지진 1년](23) 경제산업성앞 농성 후지가미 타로

3월 18일로 농성 190일째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전 정책을 소관하는 정부 경제산업성 앞에서 천막농성중이다. 경제산업성은 국회 및 각 종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도쿄도의 가스미가세키 지역에 있다.

태양열로 전기를 사용하는 농성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대화하고, 탈원전을 주장하고, 노래를 부른다. ‘후쿠시마 엄마들’ 농성장도 있다. 이들은 농성장 앞에 경제산업성 간부들이 볼 수 있게 “후쿠시마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펼침막을 붙여놓았다.

후쿠시마 엄마들 농성장에는 후쿠시마 출신 엄마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니다. 농성장에서 만난 도쿄도민 구라다 시즈코 씨는 “나는 그냥 일반 시민인데,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여기 자주 온다”며 “나는 오른쪽도 왼쪽도 싫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러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본 지와 인터뷰 한 경제산업성 농성장 공동대표 후지가미 타로(69세) 씨도 많은 시민들이 농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총괄 : 도영]

  농성장 뒷편의 경제산업성

190일째...시민들 지원으로 꾸려진 농성장 ‘텐트 히로바’
“원전 멈춘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농성장 자진 철거할 것”
“한국도 탈핵해야...원전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경제산업성 앞 농성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011년 9월 18일 오후 4시 45분 경제산업성 앞에서 농성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웃음). 처음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는데, 한 달 뒤 ‘텐트 히로바(광장)’라는 이름이 생겼다. 왜 지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름을 짓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의자 가져다 놓고 그냥 농성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나와 저녁까지 농성하니까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출퇴근 하는 농성은 재미없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텐트를 쳤다.

원래는 10월 20일까지 10일 동안만 농성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농성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되어 그냥 계속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농성하면서 충돌도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농성 3일 뒤에는 밑에 보이는 경계, 즉 안쪽은 경제산업성의 땅, 국유지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지금도 거의 매일 와서 나가라고 협박하고 있다. 우익들도 방송차 가져와 소란피우고, 욕하고. 우익이 위협하니까 경찰이 쫓아내기도 한다.

시민들의 관심도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같이 농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여기 책상 빼고, 의자, 테이블 등 농성 물품은 시민들의 지원으로 마련된 것이다. 아침 8시 30분에서 9시 사이 시민들이 조깅을 하는데, 농성장에 와서 인사하고 가고, 응원하고 간다. 어떤 여성은 오전 9시가 출근시간인데, 그 전에 농성장에 와서 30분에서 5분 정도 왔다가 간다. 그때마다 투쟁 지원금을 주고 간다. 다른 시민들도 매일 1백엔, 1천엔 등 투쟁 지원금을 놓고 간다.

여성과 아이가 방사능에 특히 위험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고 농성장에 많이 방문한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애가 탄다. 특히 후쿠시마에서 피난 와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피난민들은 홋카이도, 규슈, 오키나와 등 일본 전국에 가 있다. 그래서 피난민들은 서로 연락이 잘 안 되기도 하는데, 이곳 농성장이 연락이 닿게 도와주기도 한다.


언제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인가?

일본에는 54기의 원전이 있고 지금 점검 등으로 멈춰가고 있다. 아직 2기가 가동 중이다. 멈춰진 원전을 재가동 하지 말라는 게 기본적인 요구다. 다시 말하면, 조용해진 문제를 크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 속담으로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지 말라’는 것이다. 솔직히 뻘리 농성을 마무리하고 싶다. 될수록 빨리. 그 조건이 원전을 멈추라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 재가동은 안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확실히 약속하면 내일이라도 농성장 자진 철거할 것이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일본 원전 안전 대책을 만들고,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은 별로 믿지 않는다.

농성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웠다. 그래도 농성하기 괜찮은데 눈이 많이 올 때는 힘들다. 텐트에 눈이 쌓여 무너질까봐 걱정했다.

농성으로 집에도 못 들어가고, 가족들의 걱정이 많겠다

매일 밖에 있으니까 걱정하는 데 이젠 맘대로 하라고 한다(웃음). 나보다 3살 연상인데, 어제 농성으로 집에 못 들어가서 뭐하고 있냐고 전화 왔다. 남편을 포기한 건지, 자유롭게 해 주는 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웃음).

  경제산업성 농성장 공동대표 후지가미 타로(69세) 씨

한국도 원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전성만 담보되면 원전 가동은 문제없다는 의견도 많다. 일본 3.11 사고를 겪으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국도 탈핵해야 한다. 원전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원전은 굉장히 큰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게 증명되어 왔다. 진짜 안전하려면 전부다 다시 만들어야 할 형편이다. 지금 있는 원전이란게 다 똑같이 생겼다. 안전대책이라고 내놓는 것 중 두 가지가 있는데, 원자력발전소를 쓰나미가 오지 않는 높은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물이 들어가지 않게 방수문(해일 방어막)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런 걸 가지고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말하는 게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솔직히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로 안전하지 않다. 또 원전 하청노동자는 한국의 잡부와 같은데,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이다. 탈핵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민중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연히 원전 반대를 전제로. (기사제휴=미디어충청)

*통역 : 야스다(일본노동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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