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복수노조법 노조어용화 부추긴다"

복수노조 악용 노조탄압사례 및 법개정방향 토론회 열려

지난 해 7일부터 발효된 현행 ‘복수노조 허용법’이 노조 어용화에 악용되기 쉽게 설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른바 ‘복수노조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상철)는 3월 22일 오전 11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복수노조를 악용한 노동탄압 사례와 노동법재개정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복수노조법’은 산업노조를 배제하고 기업별노조를 강제하는 미국식 제도를 기본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도 현행 ‘복수노조법’이 산업노조 확대를 막고 상대적으로 손쉬운 기업노조를 어용화해 ‘민주노조’를 탄압하도록 악용된 미국과 일본 사례를 닮았다고 거들었다.

  3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복수노조 악용 노동탄압 사례와 노동법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홍지욱 노조 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기지부 파카한일유압분회,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 구미지부 KEC지회,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에서 복수노조제도 악용 탄압사례를 증언해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했다. 이들 지회는 모두 암묵적이거나 노골적인 회사 지원에 의해 사업장에 기업노조가 만들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잇따른 증언에 따르면 복수노조 환경을 활용한 금속지회 탄압 양상은 비슷했다. 회사는 우선 취업규칙을 개악하고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후 회사 관리직들이 금속노조 조합원을 회유하고 협박하며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그 뒤 기업노조가 사업장 조합가입 대상자의 과반을 넘기면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기업노조와의 교섭만 진행했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징계, 해고, 임금상의 불이익 등을 줬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미국과 일본 역시 회사가 조합 활동, 조합사무실 및 조합게시판 제공 등에서 차별을 가해 어용 복수노조를 옹호했지만 이 사례들은 전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났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의 기업노조를 동원한 산업노조 탄압 정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의 법제도는 미국식 제도에 그나마 갖춰져 있는 사측의 지배개입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조차 도입하지 않아 지극히 사용자 편향적”이라고 덧붙였다.

  3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복수노조 악용 노동탄압 사례와 노동법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회사의 복수노조 악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복수노조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실책이 드러나고 있다”며 불균형을 시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처럼 자율주의와 힘의 균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적 제도 손질이 최선”이라며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소수 노조의 불복과 재협상, 그리고 파업을 보장하는 자율주의를 도입하거나 부당한 지배개입에 대한 엄격한 규정과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속노조 홍지욱 부위원장은 “법 시행 이후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업주 및 사태를 방관하는 노동부에 대한 항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아가 노동법 전면 재개정 투쟁 및 산별교섭 법제화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토론회를 시작으로 25일까지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타임오프법-복수노조법 빌미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획투쟁을 서울 도심에서 벌인다. (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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