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사찰 피해자, “검찰 재수사 믿을 수 없다”

김종익, “이영호가 몸통이면, 뒷골목 범죄집단이 하는 짓보다 못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열었던 ‘호통’ 기자회견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 씨는 23일 오전 BBS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조폭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해있는 듯한 그런 모습은 정말 보는 사람조차 민망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자료삭제 지시는 “내가 몸통”이라며 이른바 윗선의 개입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와대 개입 의혹은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공세라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은 지난 14일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주장한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열린 것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자료삭제를 지시하고, 돈을 건넨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와 자신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과 같은 날인 20일 청와대 개입 의혹을 주장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장진수 전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영호 전 비서관의 ‘몸통’주장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다”라며 일축했다.

피해자인 김종익 씨 역시 23일 인터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이 얼마나 위중하고 또 그것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공무원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대단한 권력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라며 이영호 전 비서관의 ‘몸통’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단순히 이영호 씨 수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권력의 최고기관에서 크로스체크도 되지 않고 행해지는가. 이건 정말 국정이 아니라 무슨 뒷골목 범죄집단들이 하는 짓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최고기관의 권력남용을 탄식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검찰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3년전 일단락 되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검찰에 의해 다시 재개되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지난 20일, 21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수사가 제대로 될 것이라 기대하냐는 앵커의 질문에 김종익 씨는 “부정적이다. 검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했을 때 당시의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미흡한 수사라고 공개적으로 발언을 했고, 당시의 수사라인이 현재 검찰의 수뇌부를 이루고 있다. 장진수 씨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검찰차원에서 불법사찰을 속속들이 파헤쳐서 수사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이나 국정조사와 같은, 검찰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재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을 주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23일 오후 이영호 전 비서관 등 사건에 관련된 4명의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사건이 ‘증거인멸’에서 불법사찰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다음주 초부터 관련자 소환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에 의해 ‘윗선’ 개입 의혹과 ‘몸통’ 주장의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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