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희망식당 ‘하루’에서 한 끼 할까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희망’을 나누는 곳. 단 돈 오천 원”

희망버스, 희망텐트, 희망뚜벅이, 희망광장에 이어 희망식당 ‘하루’가 문을 열었다.

이제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법한 ‘희망’이라는 단어이지만,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 삶을 희망으로”라는 식당의 모토는 제법 신선하다. 그야말로 ‘밥’을 구하려다, 어느 샌가 ‘밥’이 돼 버린 사람들이 들러 ‘밥’ 한 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거다.

하지만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것이 ‘식당’ 이고, ‘밥’이 돼 버린 사람들이 ‘밥’을 먹는 건 다르지 않을진데 이 식당을 왜 ‘희망식당’이라 불러야 하는 걸까?


희망식당 ‘하루’...오천 원이면 푸짐한 식사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바람이 차갑던 지난 3월 25일, 문을 연 지 삼주 째 된 희망식당 ‘하루’를 찾았다. 점심이 지난 낮 시간이라서인지 왠지 가게 안이 한산하다.

희망식당 ‘하루’는 상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0m거리에 있는 ‘상도 실내 포장마차’라는 식당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문을 열고 있다. 이 곳은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그럴듯한 수입은 없지만, 수입이 생기는 족족 장기투쟁사업장 등의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메뉴는 따로 주문을 받지 않는다. 한 사람당 오천 원을 내면, 이 곳 ‘셰프’가 알아서 한 끼 식사를 차려준다. 이번 주 메뉴는 굴전과 매생이 굴국, 김치 등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푸짐한 식사가 차려져 나온다. 왠지 오천 원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심지어 식사가 다 끝나가니, 오징어 볶음과 홍합탕이 또 다시 배달된다. ‘술안주’라고 한다. 술은 따로 팔지 않지만, 직접 사가지고 오면 셰프가 눈치껏 안주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안주 역시 따로 메뉴가 정해져 있지 않고, 있는 재료로 셰프 마음대로 안주거리를 요리한다. 안주 값은 손님이 눈치껏 적정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수익이 있기는 한가요?”라는 기자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그래도 지금까지 수입은 칠 만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적자는 아니니 왠지 안심이 된다. 사실 식당 셰프들의 면면을 보면, 그다지 수익에 목을 맬 인물들도 아니다. 희망식당을 제안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는 블로거 '오후에'와‘희망광장’ 셰프로 활약했던 신동기 쌍용차지부 조합원이다.


기자가 방문 한 날, 주방과 테이블을 오가는 일일 ‘홀서빙’은 미디어충청의 정재은 기자가 맡았다. 정재은 기자 외에도 매주 ‘일일 홀서빙’에 나서게 될 일꾼들은 꽤 확보가 됐다. 이동수 만화가와 인권운동가 박래군, 양한웅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등이 줄줄이 홀서빙에 나설 예정이다. ‘일일 홀서빙’은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청을 받기도 한다. 신동기 조합원의 트위터나 오후에가 운영하는 블로그(blog.hani.co.kr/isan/47679)에 신청을 접수하면 된다.

“밥을 구하려다 밥이 된 사람들과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오후 5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특히 10여명의 쌍용차 조합원들이 식당으로 들이닥쳤다. 서울 동작(을) 후보인 김종철 진보신당 후보도 식당을 찾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 센터인 ‘와락’의 자원봉사자들도 방문했다.


특히 동네 주민들과 ‘트위터’를 통해 아이를 대동한 가족들도 희망식당을 찾았다. 갑자기 식당에 온기와 활기가 넘쳐난다.

두 명의 아이, 그리고 남편과 방문한 박은정(38) 씨는 트위터를 보고 이 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쌍용차 등의 정리해고나 비정규직의 일이 남일 같지가 않아, 희망식당에서 밥 한끼 먹으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같이 얘기하고 공감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제가 사실 희망버스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래서 마음에 남았었는데... 저는 정규직이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 문제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저나 제 아이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잖아요.”


트위터와 블로그 이외에는 별다른 홍보가 전무한 희망식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손수 방문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가족단위와 마을 주민들 역시 편하게 이 곳을 방문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별다른 수익도 없는 식당이지만, 그래도 ‘희망식당’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어렴풋이 와 닿는다.

“‘해고는 나쁘다’라는 건 ‘도둑질은 나쁘다’같이 이유 불문한 사람들의 인식이잖아요. 근데 아직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우리 식당의 손님들은 밥을 구하려다 밥이 된 사람들이지만 아직은 그 ‘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먼저 이야기하면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실제로 동네 주민, 학생, 가족들이 많이 찾고 있고요. 사실 먹으면 먹은 만큼 욕이라도 덜 하잖아요.”

희망식당 ‘하루’의 운영 취지를 설명하는 오후에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직 저녁 7시, 영업 종료까지는 3시간이 남았지만 벌써 재료가 떨어져간다는 걱정도 들려온다. 급한 대로 신동기 셰프가 노량진에서 공수해 온 홍어가 테이블마다 배달된다. 오늘도 희망식당 ‘하루’는 희망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함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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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사진 참...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