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집중투표 여론조사 과정, 회계지침 위반

‘사회동향 연구소’에 조합원 여론조사 의뢰...‘표본추출’도 없어

민주노총이 오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이를 위한 조합원 여론조사 과정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여론조사 기관의 선정 등에서 내부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여론조사 방식에 있어서도 기초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합리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주장이다.


‘사회동향 연구소’에 조합원 여론조사 의뢰
내부 회계지침 이행되지 않아


민주노총이 ‘4.11 총선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위한 조합원 정책여론조사’를 의뢰한 사회동향연구소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선 이석기 후보가 대표로 있는 설문조사 기관이다. 민주노총은 사회동향연구소에 해당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지난 2월 25일 26일 양일간 ARS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민주노총이 사회동향연구소로 설문조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내부 회계 지침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민주노총 일반회계 지출에 관한 지침’과 이에 따른 ‘사업비 지출에 관한 공통사항’에는 ‘한 업체에 500만 원 이상 지급되는 사업의 경우 2개 업체 이상의 견적서를 평가한 후 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1,000만 원 이상일 경우, 3개 업체 이상의 견적서를 평가 후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명시 돼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사회동향연구소를 포함한 단 2개의 업체의 견적을 비교한 후 계약을 진행했다. 지난 3월 22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설문조사를 위한 예산은 2,600만 원 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같은 절차상의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기존의 ‘관례’에 따른 것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을 진행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조합원 휴대폰 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안 등의 문제로 진보진영에 있는 기관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관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비 예산 2,600만원의 내용과 관련해 “여론조사 10만 명을 기준으로 1,3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전체 여론조사 대상 조합원은 23만 명이기 때문에 예산이 증액된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이후 회계감사의 요구에 따라 보고할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정당을 통합진보당으로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 2월 27일, ‘민주노총 조합원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통합진보당 79.3%(19,028명), 진보신당 18.0%(4,311명), 사회당 2.7%(655명)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방식, ‘표본 추출’도 없어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합, 조합원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


여론조사 방식 역시 ‘자의적 표본조사’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참가할 ‘정책결정 참가단’을 모집했다. 민주노총은 참가단으로 신청해 명단이 확보된 22만 2,07명의 조합원 중 2만 3,994명(응답률 10.8%)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정책결정 참가단 모집 과정에서, 모집인원 대부분은 가맹, 산하조직을 통해 공문으로 참가 의사를 제출했다. 일부만 단위사업장에서 직접 제출했으며, 팩스를 통해 개별 신청한 인원은 33명 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직과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표본을 취합하고 ARS조사를 실시했다고 비판해 왔다.

여론조사의 최소의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한 표본추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표본조사는 모집단의 일부를 산업과 지역, 연령과 성비 등의 표본으로 추출하여 조사한 결과로서, 모집단 전체의 성질을 추측하는 통계조사의 방법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표본을 추출하지 않고, 1문항으로 제출된 데이터를 통해 전수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론조사 방법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추출을 하지 않은 대신 전수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며 이 같은 내용은 임시대의원대회 자료에 모두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비례대표 정당명부 집중투표’ 등의 선거방침으로 그간 내홍을 겪어온 만큼, 여론조사의 최소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한 제반 과정들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는 “통상 조직내에서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입장차가 큰 민감한 내용의 여론조사를 할 때는 내부에서 여론조사 의뢰 전에 여론조사기관과 여론조사 문항, 표본추출에 대해 합의를 이뤄야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민주노총 내부의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당시, 입장을 내고 민주노총의 여론조사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의적 표본 구성과 이에 대한 여론조사가 어떻게 전체 조합원의 뜻을 직접 반영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며 “표본추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조건들마저도 깡그리 무시한 채 ‘자기편’ 위주로 진행된 이번 ARS조사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횡포가 오만을 넘어 방자함에 이르렀음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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