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홍보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서울대 졸업, 사법고시 합격, 심지어 학력고사 수석 경력까지 진열하지만, 김순자 후보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라는 경력만큼 획기적이지는 못하다.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한 당의 비례후보 1순위로 등록돼 국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의 호기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국회가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만큼, 정치 경험이 전무한 후보자 개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만 하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의회 내의 권력 다툼도 소수정당 비례후보로서는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김순자 후보는 여느 때와 같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는 꿀릴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10년 가까이 청소노동자로서 일하고 투쟁하며 배운 ‘정치는 현장으로부터’라는 생생한 경험 때문이다.
3일 오후, ‘재능 OUT'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 요구하며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유세를 끝낸 김순자 후보를 만났다. 새벽 5시, 청소노동자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쉴새없이 비정규직을 찾아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김 후보는 자신감이 넘쳐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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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정규직 현장노동자, 국회 권위 꿀릴 것 없다”
국회는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 돼 있다. 주눅이 들거나 두려운 바는 없나
지금 정치인들이 제대로 해 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서민들을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 돈 뺏길까 싶어 전전긍긍한 것밖에 더 있나. 민생은 하나도 되돌아보지 않았다. 도대체 뭘 했는데? 얼마나 했는데? 라고 묻고 싶다.
김대중 정권 집권하면서, 한 평생 정치하신 분이니 얼마나 잘할까 기대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노조와 노동계를 잘 아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이 더 못했다. 어찌된 게 비정규직 악법을 만들며 노동자들을 더 힘들에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 본 사람이 요금도 알고 뭐가 불편한지도 안다. 현장에 있었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전혀 꿀릴게 없다. 학력이 뭐가 중요하나. 학력이 전부는 아니다. 학력 좋고 권력 있는 분들이 오히려 하나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 않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다. 그분의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이 전부다. 손가락 장애도 있다. 그런 분도 훌륭한 정치인이 되지 않나.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경험이 정책 수위나 입안 활동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시나
지금 새누리당도 전부 비정규직 얘기다. 근데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수가 많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려면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하고 말만 하고 있다는 것은 의지가 없다는 거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한명숙 대표가 비정규직법을 개악한 장본인 아닌가. 이렇게까지 비정규직 확산에 일조한 당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나.
다른 것은 날치기 잘도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왜 그런 의지를 보이지 못하나. 그래놓고 공약으로 국민들 현혹하고 있다. 그들이 무슨 비정규직을 이야기 할 수 있나. 심지어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면서, 한 명의 비정규직 비례후보도 내놓지 못하고 입에 발린 말만 하고 있다.
항상 내가 이야기하지만, 정치도 노동조합 하듯, 청소하듯이 하면 잘 할 수 있다. 버스비가 얼만지도 모르는 정몽준이 어떻게 현실정치를 하나?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국회 들어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험해 본 사람은 실천력과 의지가 있다. 물론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당직자들과 논의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노력들을 해 나갈 것이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정몽준과 맞짱뜨러 국회 입성한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승리하고, ‘정몽준을 이긴 인물’로 인권 상도 받으셨다. 오늘은 정몽준 출마 지역구로 유세도 나간다. 어떤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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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와 나는 이사장과 청소노동자의 관계였다. 투쟁당시 정몽준 사무실 앞에서 피켓팅도 많이 하고,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보좌관을 만나기도 했다. 근데 자신의 사업장 비정규직 문제를 정몽준 의원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입장도 없고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출마하면서 정몽준과 김순자가 맞짱뜨는 ‘배틀’을 잡았다. 1대1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사실 정몽준 후보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가 있는 현대중공업, 대학병원, 미포조선, 호텔, 울산과학대학 등 5개 사업장에서 모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이 사업장에서만 수만의 비정규직이 있는데 해결 의지가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이익금, 배당금을 가져간다. 울산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가지는 권력 등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외면하고 있다. 부모재산 받아 왕자대접 받으며 살면서, 우리 노동자들 등쳐 착취로 연명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정몽준을 만나는 거다. 최저임금 받는 내가 밥 한 끼 살테니 밥 좀 먹자는 거다. 밥 먹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중공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도 듣고 싶다.
“정치는 현장으로부터”
국회의원 출마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처음에 진보신당에서 제안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 나는 노조 활동과 살림만 해오던 사람이라 많은 고민도 하고 조합원들과 의논도 해 봤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락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울산과학대의 경우 노조를 만들고 싸워 어느 정도 우리의 기본 권리는 많이 찾았다. 그런데 이 보다도 못한 무권리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그런 노동자들을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국회의원이라 하면 소위 돈 많고 많이 배운 권력층을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노동조합 하면서 같이 싸우는 동지들이 매일 “정치는 현장으로부터”라고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출마 후 모 대학을 방문한 적인 있는데 현장 노동자들이 청소노동자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좋아했다. 응원도 해주고 지지도 해준다. 동지들을 보며 “정치는 현장으로부터”라는 확신을 얻는다.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현장에서 투쟁하면서 어떤 성과를 남겼나
나는 학교에 비정규직이 있는지 몰랐다. 울산과학대에서 일하게 되면서 처음 물었던 것이 “학교에도 용역업체가 있어요?”라는 거였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3년간은 직원과의 월급차이, 일해도 돈을 안 주는 문제, 차별 등의 문제를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가장 억울했던 것은 밥을 안주는 거였다. 2천 원짜리 식권도 안주더라. 겨울에는 찌개라도 데워 먹어야 하는데 냄새 난다고 주차장 뒤에서 찌개를 끓였다. 먹는 게 해결되어야 할 것 같아서 처음에는 밥을 달라고 싸웠다. 싸우고 나니 이제는 3,500원짜리 식권을 준다. 당직비와 토요일 근무 수당도 나온다. 격려금과 휴가비, 설에도 돈을 받게 됐다. 돈도 돈인데 가장 좋은 것은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거다.
나는 원래 자동차나 중공업 등 대공장만 노조를 만드는 줄 알았다. 우리같은 비정규직들은 노조 만들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울산지역 연대노조에서 세 분이 우리를 조직하러 왔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그분들 보자마자 “우리도 노동조합 해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우리도 정규직처럼 된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나서 추운 겨울인 2, 3월에 투쟁을 하면서 연대 동지들이 침낭 하나 들고 같이 잠을 자주더라. 5, 6년 동안 더러운 것 치워줬던 학교 사람들은 우리를 쫒아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잠도 같이 자주고 연대도 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깨달았다. 노조를 하다 보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다른 조합원들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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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투쟁하며 힘든 고비도 있었을 것 같다.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적은 언제인가
투쟁할 때 울산과학대 총학생회로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 압박을 가해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얘기한 거였다. 하지만 학생회에서 못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취업 관계도 있고 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못 도와주는 것은 좋다, 가만히만 있어달라고 이야기 했다. 학생회에서도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느 날 그 학생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와서 면학분위기에 지장이 있다고 민주노총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걸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서경지부 청소노동자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홍익대에 간 적이 있다. 집회를 하는데 학생들이 집회에 나와서 율동도 하고 노래도 개사해서 부르고 문화행사를 하더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같이 공연하기도 했다. 누가 때리면 그렇게 눈물이 나겠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더라. 그런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해서 그 때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청소노동자 국회의원이 꿈꾸는 사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나
사회가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이걸 바꿔내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도 없다고 본다. 예를들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는 학교에서 직고용하면 문제가 현저히 줄어든다. 돈이 없다고들 하는데, 직고용해도 돈이 많이 안들어간다. 학교에서 관리하기 싫어서 핑계대는 것 뿐이다. 서경지부 청소노동자들 뿐 아니라 많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만나 이 부분을 개선시키고 싶다.
최저임금도 100만원이 채 안되도록 정해져 있는데, 실제 생활임금이 150만원이라는 게 말이 되나. 그럼 50만원은 훔쳐야 하나. 아무리 문화 생활이 갖춰져 있다 해도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임금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선거 유세를 하면서 “청소노동자 입니다”라고 하면, 다들 한 번 씩 돌아본다. 보통 정치인들의 경력과는 달라 호기심과 기대 반반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에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고 하면 놀라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에게 나는 이미 싫증난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비정규직을 내세우는 진보신당의 정체성은 확실하다. 실천하는 당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면 앞으로 지지율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