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묻은 노무현 뒤에 숨은 똥 묻은 MB

“물타기 말고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4일부터 진상규명 촛불집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의 상당수가 지난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것으로 밝혀지고 총리실과 청와대가 지난 정권에도 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동조해 일부 보수 언론들도 일제히 지난 정권을 공격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월 1일자 사설 ‘민주, 대통령 하야 주장하곤 노(盧) 정부 사찰은 어쩔 건가’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사찰 의혹이 대통령 하야까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고 봤다면,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당시 최고 책임자들이 정치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역시 4월 3일자로 ‘DJ정권 도청·盧정권 불법사찰은 잊었나’라는 사설을 내고 “이명박 정부의 사찰 의혹이 대통령 하야까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고 봤다면,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당시 최고 책임자들이 정치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전 정권 역시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4월 2일자 조선일보 [출처: 조선일보]

새누리당도 한 팔 거들고 나섰다. “역대 모든 정권이 불법 사찰했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필두로 대변인실은 3일자로 “노무현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은 현재 민주통합당의 양심과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현 정부를 사찰정권이었다고 몰아세우기 바빴던 민주통합당의 위선에 경악할 따름”이라는 논평을 냈다. 지난 달 30일 낸 논평에선 민간인 사찰을 ‘김대중 정부의 불법도청’과 엮어, 지난 정권에서도 사찰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 보수언론들의 이 같은 태도는 사안의 본말을 호도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물타기의 전형이다.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 2616건의 문건 중 481건을 제외한 문건이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중요한 점은 그 문건이 작성된 경위와 경로, 사후 처리 방식에 있다.

이번 사건의 고갱이는 사정기관의 공식 지휘계통을 무시하는 ‘비선’을 통해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실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정권에 반대하는 여론을 소거하거나 언론사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검찰까지 동원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던 일련의 과정들이다.

2010년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이사에 대한 사찰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장진수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검찰은 국무총리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600여건에 달하는 불법사찰 자료를 획득했지만 그 중 단 2건만을 기소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양심선언을 한 이후에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건네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끊임없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한 것이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의 노골적인 물타기”

사찰의 주체가 어디이든 간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은 불법이다. 참여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역시 엄격한 잣대를 통해 사실관계와 불법성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권이 잘못을 했다고 현 정권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논평을 내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은 2003년 김영환 의원,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2007년 전국전세버스 운송사업연합회 김의협 회장 등 다수의 민간인, 여야 국회의원 등에 대해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 논평은 또 “지난 정부에서도 정부 내 사정기관에서 BH 하명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전 정권도 민간인 사찰을 실시했었다는 주장만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도 청와대의 물타기에 동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문건 속에도 역시 청와대(BH) 이첩 사건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그 건수가 노 정부 임기 5년 사이 2003년 49건, 2004년 41건, 2005년 76건, 2006년 25건, 2007년 33건으로 224건에 이른다”고 밝히며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민간인 사찰 의혹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2일자 지면에서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의혹제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전 정권의 민간인 사찰을 문제 삼았다. 중앙일보는 이를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대결 구도로 보도하면서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는 논지를 비껴갔다. 청와대의 물타기 시도에 보수언론들이 맞장구를 쳐주는 형국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촉구 시국선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

청와대의 물타기 시도에 대해 사찰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통령의 직접해명과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찰피해자들과 각계 시민사회 단체들은 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각계 시민 사회단체와 대표자 270여명이 참가한 이 시국선언에서 이들은 △민간인 사찰내역 공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직접 해명, 상응하는 책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구속수사 △권재진 법무부장관 등 사찰 보고라인, 2010년 당시 검찰수사 지휘라인 및 담당검사에 대한 전면 수사 △수사대상인 권재진 법무부장관 즉각 사퇴 △국정조사·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국정조사 등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며 사찰증거를 인멸하고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은폐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범죄행위”라고 밝혔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이사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이사는 “이미 드러난 진실 앞에서도 여전히 후안무치한 궤변으로 변명만 일삼는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청와대의 물타기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정한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사찰은 합법적인 감찰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불법성의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노동조합이 정부에 의해 감시 받는 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들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찰에 의한 감시활동들도 중단돼야 한다. 이는 결국 노동을 착취하고 1%의 부자들이 더 잘살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고 밝히며 어느 정권이든 민간인 사찰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국선언은 앞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을 구성하고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4일부터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7일엔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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