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유럽 각국 정부는 해상 국경의 군사화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그 통제 책임의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와 중동의 ‘협력국’들에게 떠넘겨 왔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국경 예산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영토에 도달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은 여전히 폭력과 죽음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이 억압적 전략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는 시점이 되었다.
출처: 현지 방송 화면 갈무리
2013년 말, 이탈리아 해안 인근에서 4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람페두사(Lampedusa) 난파 사고 직후, 이탈리아 정부는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작전을 지중해 중부 해역에 배치했다. 그 결과 다음 12개월 동안 15만 명 이상이 구조되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월 900만 유로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년 뒤인 2015년 11월, 유럽연합 국경·해안경비청(Frontex)은 마레 노스트룸을 대체하는 ‘트리톤 작전(Operation Triton)’을 전개했다. 이름이 바뀐 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정책 논리 자체의 변화를 반영했다. ‘마레 노스트룸’(라틴어로 “우리의 바다”)이 생명을 구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인도주의적 구조 작전’이었다면, ‘트리톤’(그리스 신화의 바다의 신 이름)은 ‘밀입국 네트워크 해체’에 초점을 맞춘 통제 작전이었다.
전환점
이 변화는 EU의 해상 이주 통제 정책의 전환점이 되었다. 2015년 이후 프론텍스(Frontex)의 정당성, 임무, 재정 자원은 급격히 확대되었다. 동시에 유럽 각국 정부는 국경의 군사화를 가속화했고, 국경 통제의 상당 부분을 출발국들로 이전(위탁)하는 움직임을 강화했다.
지중해 중부 해역에서 이탈리아는 2021년까지 리비아 통치 엘리트들에게 2억7천만 유로를 이전했다. 이 자금은 주로 리비아가 이주민 보트를 차단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때 리비아 해역에서 프론텍스의 드론이 ‘탐지’한 보트들이 주요 표적이 되었다.
한편, EU는 은 2015년에 신설된 ‘아프리카 긴급 신탁기금(Emergency Trust Fund for Africa)’에서 4억6천5백만 유로를 리비아 정부의 이주 및 국경 통제 강화 사업에 배정했다.
오늘날까지도, 리비아군에 의해 ‘구조된’ 사람들은 사실상 EU 자금으로 운영되는 구금시설에 수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문서화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노예로 팔리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표류하게 내버려진 이주민들
동쪽에서는 EU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튀르키예에 90억 유로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 목적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의 사람들이 그리스로 건너와 피난처를 찾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가족 단위로 가득 찬 배들은,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프론텍스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튀르키예로 밀려나거나 바다 위에 표류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전술은 곧 서쪽으로 확산되었다. 2019년, 스페인과 EU는 모로코에 4억6천만 유로 이상을 지원하고, 추가로 훈련 및 장비 제공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다시 한 번, 모로코가 해상 순찰 및 이주민 보트 차단 능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데 쓰였다. 최근에는 EU와 스페인이 모리타니아와 5억 유로 규모의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다.
EU는 공공지출 삭감을 일상화하고 있지만, 국경 단속에는 막대한 예산을 주저 없이 투입하고 있다. 프론텍스의 2021~2027년 예산은 무려 1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국경 감시 기술을 제공하는 민간 기업들과의 계약에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2028~2034년 이주·국경·안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3배로 늘려, 총 810억 유로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늘어나는 해상 사망자
지난 10년 동안 이 같은 막대한 투자는 바다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도, 국경을 더 안정적으로 통제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2015년 이후 해상 국경 정책의 주된 목표는 범죄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익사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정책이 사람들을 전문 밀입국업자들의 손에 더욱 깊이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이주민의 목숨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의 이윤은 폭등했고, 죽음은 ‘외주화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 증가했다.
EU의 해상 이주 통제는 불법 국경 횡단을 막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EU로 향하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는 여전히 극히 드물다. 박해를 피해 망명을 요청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고령화된 유럽의 노동 수요에 대응하려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바다만이 유일한 희망인 현실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늘날 EU의 해상 외곽 국경에서는 해상 사망자, 이주민에 대한 폭력, 그리고 정부의 국경 관련 지출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중해는 무덤일 뿐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돈구덩이가 되어버렸다.
앞으로의 방향
그렇다면 선택지는 무엇일까? 가장 분명한 해법은 이주 노동자와 난민을 출발지 단계에서 선별하고 합법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야심 찬 접근도 가능하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EU 시민 다수는 이미 EU 영토 내에 거주하지만 신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규모 합법화를 허용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엔이 승인한 ‘국제이주협약(Global Compact for Migration)’은 국가가 관리하는 이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며, 글로벌 차원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보다 대담한 로드맵을 제공한다.
가능성은 많다. 그러나 선택이 무엇이든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국경의 군사화와 통제의 외주화는 비싸기만 할 뿐, 효과적이지도 않다.
[출처] The Mediterranean: Both a graveyard and a bottomless money pit due to EU border policie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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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비베스(Luna Vives)는 몬트리올대학교(Université de Montréal) 지리학 및 이주 연구 부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