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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50호-미디어인터내셔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주파수 지도 그리기

최근 미국의 주파수 경매 사례와 주파수 개혁운동을 중심으로

코드 네임 옥션 73.
미국에서는 최근 전 세계 통신업계의 관심을 모은 어마어마한 경매가 이루어졌다.
경매 매물은 바로 전파를 쏘아 보내는 주파수.
버라이즌과 AT&T와 같은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인터넷 대기업인 구글이 참여해 더욱 관심을 끈 이번 미국 700MHz 주파수 경매는 총 1,099개의 라이선스에 미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의 승인 절차를 거친 214명의 경매자들이 참가해 무려 195억 9천만 달러(약 19조 6487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낙찰가로 마감되었다. 이는 FCC가 실시한 어떤 주파수 경매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서 (2위는 2006년에 실시된 무선 주파수 경매로 139억 달러였음) 이 외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15년간 FCC가 실시한 68번의 경매 낙찰가를 모두 합친 금액인 191억 달러보다도 많은 액수라고 한다. (*주1)

세기의 정보기술(IT) 도박판으로 불렸던 이번 경매의 어마어마한 판돈과 별도로 이번 경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번 경매가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DSL) 양자가 이끄는 미국 광대역 서비스 시장의 독점 체제를 깰 수 있는가하는 문제와 다른 하나는 이번 경매에서 판매된 주파수가 내년 디지털 TV의 도입으로 생긴 여유 주파수였다는 점이다.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를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바꿔내는 경매라는 형식과 어마어마한 판돈이 증명하고 있듯이, 이번 경매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기술 발전과 수요 증가, 시장의 변화 등으로 기존의 주파수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앞으로 주파수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 있어 시장의 질서를 강화하는 중요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면 몰아칠수록 이러한 물결의 안팎 혹은 그 사이 사이에서 그에 저항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물결의 흐름도 높아지는 법!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들 간의 치열한 땅따먹기 한 판 옆에서는 주파수가 모두에게 속한 공공의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좀 더 민주적인 주파수 활용 방식을 고민하는 주파수 개혁 운동도 한창이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끝내고 2013년부터 전면 디지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고 이동통신업계에서도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독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에는 기존의 주파수 사용기한이 끝나서 이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주2) 이에 따라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주파수 정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 경매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미디어융합 시대 주파수 운동의 이슈는 무엇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새롭게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올해 안으로 주파수 재배치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우리도 주파수를 소수 사업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중의 손에 되돌려내는 주파수 혁명을 시작해야할 때이다.


합리적인 경매방식으로 미디어 독점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
- 미션 임파서블을 향한 무모한 도전

이번 경매에서 거래된 700MHz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으로 쓰던 주파수 대역이다. 미국에서는 2009년 2월 17일까지 모든 대출력(full power) 텔레비전 방송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이 날이 되면 아날로그 텔레비전 세트를 지닌 소비자들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셋톱박스를 사지 않는 한 더 이상 무료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되는 것. 디지털 TV의 도입이 가져올 여러 가지 산업적, 기술적 혜택들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소비자들은 이러한 전환 계획에 따라 멀쩡히 작동하는 기존의 아날로그 TV에 덧붙여 새로운 추가비용을 들여야 하게 생겼다. 미 의회는 가구당 2장의 40달러짜리 셋톱박스 구매 쿠폰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사실 (맹목적인) 디지털 TV의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3)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FCC는 1996년 전국의 대출력 방송국들에게 기존의 아날로그 신호를 송출할 수 있는 채널 외에 디지털 신호 송출을 위한 추가 채널을 무료로 제공했다. 2009년 2월이 되면 이들은 (2번부터 51번까지) 새로운 디지털 채널로 완전히 옮기고 기존에 아날로그 방송에 사용하던 52번에서 69번까지의 채널들은 연방정부에 넘겨줘야 한다. 이렇게 회수된 주파수의 3분의 1은 공공 안전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상업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경매된다. 한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이렇게 생기는 여유 대역 중 700MHz 대역을 전 세계적으로 통일해서 통신용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이번 경매도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옥션은 UHF 스펙트럼을 5개의 블록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Block A: 12 MHz bandwidth (698-704 and 728-734 MHz)
Block B: 12 MHz bandwidth (704-710 and 734-740 MHz)
Block C: 22 MHz bandwidth (746-757 and 776-787 MHz)
Block D: 10 MHz bandwidth (758-763 and 788-793 MHz)
Block E: 6 MHz bandwidth (722-728 MHz)


이번에 경매된 698~806MHz 주파수 대역. 노란 부분은 이미 예전에 경매된 부분이고 회색 부분은 전국적인 공공 안전 광대역 네트워크를 위해 보유된 공간이다. 나머지 흰 부분들(A, B, C, D, E)이 이번에 경매된 부분이다. 사진 출처: FCC, ars technica에서 재인용

이 중 C와 D 블록은 전국용인 반면 A, B, E는 지역용으로 농촌이나 시골 지역 사업자들에게도 무선 주파수 경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경매에서 주파수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사업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추진할 무선 사업 서비스의 도달 범위를 정해진 기간 내에 달성해야 한다. 가령 지역용 라이선스인 A, B, E 블록의 사업자들은 자신의 무선 서비스를 4년 내에 해당 지역의 35%에, 10년 내에 70%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전국 사업자인 C 블록의 사업자는 4년까지 전국의 40%를, 10년까지 75%를 커버해야 한다. 이 의무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한 영역의 라이선스는 자동적으로 FCC에게 귀속된다. 또, D 블록의 사업자들은 FCC의 공공 안전/민간 파트너쉽의 참여자가 된다. 즉, 공공 안전에 필요한 스펙에 맞게 전국적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사업자는 D 블록 외에 위 그림에서 회색 부분으로 칠한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얻게 되고 공공안전 서비스가 개시되기 전까진 이 주파수 대역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주4)

한편, 통신 반경이 넓고 벽 같은 장애물에도 전파 방해가 없어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불리는 C 블록의 사업자들은 FCC가 구글의 망 개방 요구 중 일부를 수용함으로써 이를 준수할 의무가 생겼다. 구글은 이번 무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면서 주파수를 획득한 사업자는 개방형 어플리케이션(open applications), 개방형 단말(open devices), 개방형 서비스(open services), 망 개방(open network) 등 4개 사항을 준수할 것을 FCC에 요청하였고 FCC는 이 중 개방형 어플리케이션과 단말을 준수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무선 주파수를 획득한 사업자는 외부 사업자가 만든 단말이나 기능 및 어플리케이션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주5) 이 외에도 이번 경매는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격 담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익명으로 진행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경매는 주파수를 민영화함에 있어 이러저러한 의무 조항과 보완 장치들을 통해 특정 사업자의 주파수 독점을 막고 합리적인 주파수 분배를 이뤄내기 위해 꽤 애쓴다는 인상을 남긴다. 마치 합리적인 경매 절차를 통해 미디어 소유 구조의 다원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경매 결과는 이러한 노력이 다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번 경매를 통해 기존의 독점적 사업자들의 지위는 훨씬 더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알라스카를 제외한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C 블록' 및 미국 각 지역 시장을 커버할 수 있는 ‘A'와 ‘B' 블록을 획득한 버라이즌은 이번 경매로 주파수 대역폭을 현재 52MHz에서 82MHz로 확대될 수 있게 되었다. 이 회사의 라이선스는 102개 도시에 달한다. (이를 위해 버라이즌은 이번 경매에 총 93억 6000만 달러를 썼다.) 한편 B블록을 획득한 AT&T는 작년 10월에 미국의 알로하 파트너스(Aloha Partners)에게 700MHz 주파수대 면허(C 블록)를 인수한 바 있어, 이번 경매 낙찰 주파수 인수와 합쳐보면 이 회사의 700MHz 주파수대 커버 비율은 인구 대비 미국의 상위 200개 도시 전체를, 전 미국 인구의 87%를 커버하게 된다. AT&T는 이번에 획득한 700MHz 주파수로 HSPA+ 및 LTE를 구축할 예정인데, 이 회사는 현재 미국의 350개 도시에서 3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주6) 물론 이 와중에 몇몇 다크호스도 있긴 있다. 지난 번 경매에서 케이블 회사들의 컨소시엄인 Spectrum Co.의 방해로 고전했던 에코스타(Echostar)는 이번에 E 블록에서 꽤 많은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외는 예외일 뿐. 경매는 독점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한다. 합리적인 경매 절차의 도입이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독점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 독점을 거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격이라도 지불하고 가져가고 있다는 점 정도라고 할까?


시장의 개방이 아니라 접근의 개방이다!
: 미국 주파수 개혁 운동의 고민

한편 이번 경매는 미국의 미디어운동 단체들에게도 중요한 이슈였다. 5개의 주요 소비자 단체 및 미디어운동 단체들로 이루어진 공익을 위한 주파수 연합(PUBLIC INTEREST SPECTRUM COALITION)은 이번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보편적이고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FCC에게 이번 경매를 전화 회사와 케이블 회사 외에 제3의 광대역 서비스 제공자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사용하도록 독촉한 바 있다. 다음은 이들이 2007년 4월 FCC에 제출한 의견서이다.

요약 (Summary)

다가오는 700 MHz 대역 라이선스의 경매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700 MHz 대역의 우수한 전파적 특성상, 라이선스 소지자들은 양대 유선 광대역 서비스 독점자들과 직접 경쟁하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저렴한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 연결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시골 지역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인터넷 상 “어디에나 갈 수 있고”, 망 사업자의 부당한 간섭 없이 “어떤 호환가능한 단말기도 부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기본 권리는 이 소중한 서비스에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경매되는 주파수가 역사적으로 공익의 의무가 부과되던 공공의 소유 자산이라 할 때, 이 주파수를 사용하는 광대역 서비스 사업도 이러한 근본적인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700 MHz 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무선 광대역 사업자들이 광대역 시장의 양대 독점 구조를 깨고 제3의 경쟁자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현재는 차별이 허용되는 광대역 서비스를 차별 없이 제공하는 제3의 광대역 옵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FCC는 700 MHz 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사업자들에게 소비자들이 망 사업자의 간섭 없이 비차별적으로 어떠한 장비나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또는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는 서비스 제공원칙을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 700 MHz 대역 주파수의 우수성은 경매 낙찰자들에게 다른 무선 서비스들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훨씬 더 저렴한 비용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무선 광대역은 틈새 서비스(niche service)가 아니라 점점 더 유선 광대역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FCC가 채택한 기본적인 소비자 선택과 망 개방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 시장은 소비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유선 및 무선 제공자들은 현재 안전한 단말기,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및 컨텐츠에 대한 접근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게이트 키퍼가 없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경매 낙찰자에게 가령 보청기 호환성 인증((HAC) 등과 같은 기본적인 소비자 선택 및 개방성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서비스 제공 원칙이 필요합니다. 이 공익적 원칙들은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라이선스에 부과되는 적절한 조건입니다.
○ 지금의 시기도 중요합니다. 아직 700 MHz 대역의 서비스가 개시되지 않은 가운데 이는 경매 낙찰자가 개방성의 원칙을 네트워크를 디자인하는 초기부터 통합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FCC는 지금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할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전에 밝힌 바 있습니다.
○ 서비스 제공 원칙은 라이선스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소비자 복지를 활성화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경제를 제고할 것입니다.
○ FCC의 기존 정책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서비스나 장비들에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요구하는 전례가 충분히 있습니다. (*주7)

이번 경매에서 제3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등장을 기대했던 이들의 바람은 아쉽게도 물거품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 더 민주적인 주파수 활용을 고민하는 이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파수 경매가 공공의 자산을 상품으로 바꿔내고 힘 있는 소수 기업들의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흐름이라면, 이들은 주파수가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주파수를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의 공적 의무를 요구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주파수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주파수 공유지(Spectrum Commons)를 확대해나가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파수 공유지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도 간섭이 일어나지 않거나 하나의 단말기에서 주파수와 통신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발달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간섭을 이유로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 더 나아가 재산권을 요구하는 기업의 근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

지난 35년간 통신 및 미디어 관련 기술 정책에 활발히 개입해온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Media Access Project)는 주파수 개혁운동의 문제의식을 잘 설명해놓고 있다.

주파수 개혁 운동 (Spectrum Reform)

전자기적 주파수는 대표적인 공공 자원 중 하나다. 그러나 방목지나 원시림과 달리 주파수의 이용은 사실상 무한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 및 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함께 그 이용(방식)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파수 이용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인 기술적 한계에 근거해왔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주파수에서 동시에 방송하려 한다면 간섭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FCC는 배타적 사용에 관한 허가를 발행한다. 최근까지 FCC는 지역 커뮤니티에 복무하는 조건으로 제한된 수의 라이선스를 무료로 부여하다가 1993년부터 경매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주파수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했다. 기존의 간섭에 관한 규제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신기술에 의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가능해졌다. 현대의 “스마트(smart)” 송신기와 “스마트” 수신기는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신기술의 사례로 “와이-파이(wi-fi)” 무선 인터넷 연결(*주8)과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oftware defined radio, SDF)(*주9)도 있다.

이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표현의 자유 및 사회적 담론, 그리고 기술 혁신의 길이 열리고 있다. 이상적으로 볼 때 이 신기술은 허가제도(licensing)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전파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것을 듣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발언하는 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FCC는 이미 모든 이가 일정한 “선로 규칙(rules of the road)”을 따름으로써 다른 이와 간섭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전송과 수신을 할 수 있는 주파수 “공유지”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이 신기술의 약속을 보여주는 “비허가(unlicensed)” 주파수의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독점적인 전파사용의 혜택을 누려온 이들, 특히 전파의 배타적 이용권을 위해 경매에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한 이들은 이러한 “공유지적 접근”에 반대한다. 그들은 주파수가 그들의 것이며 공중에 대한 고려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MAP)는 창립 후 이러한 공공 자원을 무료로 사용하는 사업자들이 적절한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사업자의 경우, 이것은 그들의 지역 커뮤니티 모든 구성원들에게 복무하는 프로그래밍을 제공하고 항상 지역민들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 후보를 위한 무료 시간 및 중요 이슈의 보도, 그리고 그 외 “공익적 의무사항”들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FCC는 장래의 주파수 관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다. 뉴아메리칸 재단(New America Foundation)과 함께 MAP는 주파수 관리에 있어 다음의 세 가지 철칙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첫째, 주파수는 공공의 자산으로서 FCC가 이를 사적 소유물로 바꾸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둘째,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지닌 이들은 반드시 공익에도 복무해야 한다. 셋째, 기술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이들이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공익이다. 그러므로 FCC는 기술이 허락하는 한 비허가 주파수 사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주10, 출처: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 홈페이지)

비허가 혹은 허가 면제(license-exempt) 모델 외에도 사적 공유지(private commons)나 오픈 무선 네트워크 모델 등 주파수 공유지에 대한 모델은 더 다양하게 실험 또는 제안되고 있다.(*주11) 정보통신 산업이 점점 더 돈이 됨에 따라 주파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매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완전 경쟁에 대한 신화는 불가능한 환상일 뿐 아니라 시장주의의 도입이 최선의 주파수 활용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이제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종합적 기구도 출범한 본격적인 미디어융합 시대,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이고 공익적인 활용은 시장의 개방이 아니라 실제로 이 자원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접근의 개방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 주
1. Chloe Albanesius, “FCC Spectrum Auction Ends, Successfully,” Extreme Tech, Mar 19, 2008. http://www.extremetech.com/article2/0,1558,2277358,00.asp

2. 고찬수, 주파수가 방통시장을 바꾼다.
http://showpd.bloter.net/_news/8df448f2ff25717b

3. 디지털 TV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먼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TV 전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 그리고 DTV를 이미 알고 있는 소비자들도 실제로 그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비자 단체 Consumer Report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TV를 다 버려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고 지상파 방송을 보기 위해선 무조건 컨버터 박스를 사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TV의 추진 과정이 아래의 필요에서부터 나온 결정이라기보다는 산업적 요구에 따른 위로부터의 도입과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Consumer Reports와 HearUsNow.org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요구되는 추가 비용에 관한 사항과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Consumer Reports Guide to Your Choices in the DTV Transition를 발행하기도 했다.
http://www.hearusnow.org/fileadmin/sitecontent/dtv_brochure_--_english.pdf

한편, 이번 의무 전환 대상에서 2700개 이상의 소위 “소출력(low-power)”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빠져있다.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 마련도 향후 미디어운동의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디지털 방송사업자들에게 요구할 새로운 공적 의무에 관한 가이드 마련도 중요한 이슈이다. 미디어운동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FCC가 지난 12년 동안 디지털 전환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 디지털 방송사들의 공적 의무에 관한 사항은 계속해서 놓치고 있다며 시민사회의 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28 Groups Tell FCC That Digital TV Rules Lack Public Benefit"
http://www.benton.org/node/6814
- Benton Foundation, Citizen's Guide to the Public Interest Obligations of Digital Television Broadcasters, February 16, 2005
http://www.benton.org/pioguide/index.html

4. Nate Anderson, “700MHz auction: What's really up for grabs and why it won't be monopolized,” Ars Technica, Aug 15, 2007
http://arstechnica.com/news.ars/post/20070815-700mhz-auction-whats-really-up-for-grabs-and-why-it-wont-be-monopolized.html

5. 버섯돌이, “미국 주파수 경매의 진정한 승자는 구글?”, 1인 미디어 뉴스 공동체 Bloter.net, 2008-03-21 http://www.bloter.net/_news/8df448eb97b81ddc

6. 김종율 기자, “美 700MHz 주파수 대역 활용 윤곽 표면화”, 아이티 타임스, 2008/04/07
http://www.ittn.co.kr/view_new.asp?menu_id=275&cts_id=39411

7. “700 MHz Band Auction Comments: Consumer Choice and Openness”, Public Interest Spectrum Coalition, April 5, 2007
http://newamerica.net/publications/resources/2007/700_mhz_band_auction_comments_consumer
_choice_and_openness

8. 와이파이: 전파나 적외선 전송 방식을 이용하는 근거리 통신망. 보통 ‘무선 랜(LAN)'이라고 한다. 무선 랜을 하이파이 오디오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뜻에서 '와이파이(wi-fi)'라는 별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9.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oftware Defined Radio, SDR): 하드웨어 즉 단말기나 칩을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도 셀룰러, PCS, 와이브로, 무선 LAN, 위성통신과 같은 다양한 무선 통신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사용자가 원하는 통신 기술과 주파수 대역에서 자유롭게 통신할 목적으로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가 상용화의 길이 열리게 되었음. 기술과 주파수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 (출처: [IT 용어 아하!] SDR, 디지털 타임즈, 2007/08/31)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7083102012269630002

10. http://www.mediaaccess.org/issues/spectrum-reform

11. Bjorn Wellenius, Isabel Neto, “Managing the Radio Spectrum: Framework for Reform in Developing Countries”, Policy Research Working Paper 4549, The World Bank Global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Department Policy Division, 2008년 3월, pp. 34~35
http://econ.worldbank.org/external/default/main?pagePK=64165259&theSitePK=469372&piPK
=64166322&entityID=000158349_20080311084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