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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3호] 왜 ‘그들’은 조중동 방송을 원하는가? 그 음모의 실체

날짜부터가 걸작이었다. 12월 31일이라니. 따뜻해야 할 연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듯, 아니 그보다는 들뜬 연말 분위기에 애써 묻히려는 듯,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굳이 2010년의 마지막 날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를 선정, 발표하였다. 산뜻한 연말 이벤트였다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그것치고는 너무 뻔해서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결과였다. 그동안 하도 묶어 불러서 그 이름마저 너무나 익숙한 조.중.동. 그들의 예견된 승리. 다만 너무 뻔한 결정이 스스로도 머쓱했던지 매일경제를 슬쩍 껴 넣은 건 방통위의 센스.

이로써 우리는 올해 말부터 새로운 4개의 TV 채널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조선일보 방송(CSTV), 중앙일보 방송(jTBC), 동아일보 방송(채널A), 그리고 매일경제 방송(MBS).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송법 개정(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는다) 때부터 사실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이름들이었건만, 이렇게 대놓고 현실이 되고 보니, 마치 초현실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세상에. 정말로 조중동 방송이 탄생하게 되다니. 어쩌면 이렇게 불길한 예감은 늘 들어맞는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이렇게 뻔히 보이는 수순을 그토록 뻔뻔하게 차근차근 밟아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종편채널이 누리는 각종 특혜들


  종편채널 선정결과 발표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종편채널은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 등을 통해 전송되는 유료채널이지만, 전문 분야만을 제한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다른 유료방송채널들과는 달리, 말 그대로 뉴스, 드라마, 예능, 스포츠 등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을 '종합편성' 할 수 있는 채널이다. 따라서 현재 80% 이상의 국민이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종편 채널은 기존의 지상파 채널과 외관상 아무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기 싫은 사람은 종편채널이 없는 케이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현재 방송법 상, 종편채널은 모든 케이블 상품에 의무적으로 포함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케이블 TV를 보는 한, 우리는 조중동 방송을 절대로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거기에 더 웃기는 건,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내보내야하는 방송은 ‘공익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KBS1과 EBS뿐이라는 사실이다. 즉, 심지어 MBC나 SBS조차 경우에 따라서는 케이블 TV채널에서 얼마든지 누락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중동 방송만큼은 반드시 전송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애초에 이런 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경제 권력과 언론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중소자본에 의한 독립적인 언론을 창출하고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였는데,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대형신문의 방송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이 조항이 오히려 애초의 취지와는 정 반대로 악용되게 된 셈이다. 조중동 방송이 과연 모든 국민에게 반드시 보여야 할만한 ‘공익성’을 갖춘 채널이 될 수 있을까. 조중동 방송은 과연 원래 종편채널의 취지대로 언론 공공성에 이바지할 독립 언론이 될 수 있을까.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 권력이 종편에 참여하게 된 그 순간, 이미 애초의 종편의 취지는 저 멀리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거대 언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려던 종편이 바로 그 거대 언론 권력에 의해서 운영되게 되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종편을 영세한 독립 언론이라 상정하고 이의 생존을 위해 종편채널에 부여한 기존의 각종 특혜는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종편채널이 지상파 방송에 비해 갖게 될 특혜는 의무 전송 외에도 실로 다양한데, 예를 들어, 종편채널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중간광고를 할 수 있으며, 광고 직접 영업 또한 가능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서만 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방송사업자와 광고주가 유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종편채널은 자유롭게 광고주와 직거래를 할 수 있어 불공정한 광고 영업의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 된다. 거기에 더해, 현재 방통위는 종편채널에서 전문의약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또한 추진하고 있다. 국내제작 프로그램의 의무 편성 비율도 종편채널은 지상파 방송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지상파 방송은 전체 방송 시간의 80%이상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는 반면, 종편채널은 40~60%만 편성하면 된다. 즉, 종편 채널은 핵심 시간대에만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주변 시간대에는 해외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편성하는 훨씬 유연한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종편은 지상파에 비해 보다 느슨한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받게 되고,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며, 재허가 기간도 5년으로 지상파보다 2년이 더 긴 데다, 지상파에서는 의무인 일정 비율의 애니메이션 방영도 원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 헉헉. 이처럼 나열하기만 하는 데도 숨이 찰 지경인 특혜의 향연이다. 이렇게 특혜가 많은데도 이에 아직 성이 차지 않았는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편채널에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힌 바 있고, 종편 사업자들은 심지어 지상파를 20번대 채널번호로 몰아내고 자신들이 10번 아래의 유리한 채널번호를 차지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조중동 방송 취소 촉구 거리 캠페인



조중동 방송 살리기에 숨겨진 음모


종편채널은 외관상 지상파와 별 차이가 나지 않으며, 앞으로 지상파와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불공정한 특혜가 종편에만 주어지고 있는 것일까. 원래 의미의 종편이라면, 국가가 각종 특혜를 통해 영세한 독립 언론의 생존을 돕는 것은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송법 개정 이전의 이야기이고, 조중동 방송의 길을 열어 준 지금에서 그러한 특혜가 거대 종편에게 주어질 이유는 전혀 없다. 조중동 방송은 원래 의미의 종편과는 이제 전혀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 즉 미디어 공공성 침해의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중동 방송의 출현으로 보다 더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고 공정한 정보의 공유가 확산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조중동 방송의 출현과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법재투표, 대리투표 등 그 생난리를 펼친 끝에 방송법 개정이 날치기 처리된 것은 이미 전설이고, 이를 통해 대형 언론의 방송 진출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심지어 해외 거대 자본의 종편채널 직접 투자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중앙일보방송과 매일경제방송에 일본회사들의 자본이 1~2%씩 유입되어 있으며, 이 비율은 20%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국내 거대 자본도 모자라서 이젠 해외 거대 자본까지. 돈 있고 힘 있는 자에게 방송을 가져다 안겨주려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지지 않는가.
심사 과정 또한 날림이긴 매한가지였다. 방송법 날치기 투표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종편 사업자 선정은, 이미 판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착착 진행되었고, 두 명을 제외하곤 전원 비 방송전문인으로 이루어진 14명의 심사위원단은 설마 했던 세간의 우려를 비웃 듯 무려 4개의 종편 사업자를 한꺼번에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조중동이 어여뻐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너무 뻔뻔하고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종편채널을 4개나 선정할 줄이야. 방송국이라면 어차피 광고로 먹고 살아야 할 터이고 좁아터진 대한민국 땅에서 광고 시장이란 게 어차피 제한되어 있는 법일 텐데, 동네 방송국도 아닌 종편채널 4개가 갑자기 뚝딱 생겨난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현실성 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방통위는 현재 7조 3천억 원대인 광고시장이 2015년에는 13조 8천억까지 늘어날 것이라 장밋빛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근거나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이제 남은 것은 박터지게 싸우는 일 뿐. 그리고 그 싸움은 지금까지의 지상파 간 시청률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생존 그 자체가 걸린 개싸움판이 될 것이 자명하다. 한정된 광고 시장 안에 너무 많은 싸움꾼이 들어 와 있는 형국이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누구라도 망할 수 있는 초 긴장감이 흐를 것이고, 현실적인 전망을 해 볼 때, 분명히 몇몇은 반드시 망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편을 포함한 모든 방송국들은 생존을 위해 보다 자극적인, 보다 선정적인, 보다 권력 지향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뻔히 보이는 이런 끔찍한 결과를 눈앞에 두고서도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애써 탄생시킨 조중동 방송이 행여나 이 싸움에서 지게 될까봐 온갖 특혜를 통해 조중동 방송의 체력을 키워주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조중동 방송 불매운동 1인 시위


그렇다. '그들'은 조중동 방송이 지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길 바라고 있으며 그렇게 만들 자신감도 분명한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그들 뜻대로 되어왔지 않은가.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방송 전쟁에서 분명히 몇몇은 반드시 망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을 보면 평균 약 6천억 원쯤 된다. 모두가 사이좋게 공생하려면, 종편채널 4개가 더 생기는 것이니까 2조 4천억 원정도의 새로운 광고 수입이 어디선가 창출되어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한국 방송 광고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이며, 연평균 성장규모는 1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종편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 뿐. 바로 지상파의 광고 수익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 개정된 방송법에서 종편 도입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지상파의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지상파 밥그릇 뺏기는 종편의 숙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종편이 기존 지상파를 상대로 싸워 이기기란 무척 버거운 일. 아마 이들 중 망한다면 지상파보다는 차라리 종편채널들이 차례대로 쓰러질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왜 똑똑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종편 사업에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지금 정부가 앞장서서 종편에 수많은 특혜를 가져다 바치는 걸 보고 있자면 그 내막을 짐작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이런 게 아닐까. 종편채널의 방송 시작. 각종 특혜를 발판삼아 빠르게 주류 언론으로 진입.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를 강하게 압박. 위축된 지상파는 건전한 언론 기능을 상실. 그리고 결국... 그렇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것은 설마 거기까지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반드시 끝장나야만 하는 잔인한 제로섬 게임을 만들어서 눈엣 가시 같은 방송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길들여 버리거나 그것도 안 되면 아예 없애버리려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그들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반드시 없애버린다! 과거 군부 독재와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다른 게 있다면 그 방식. 과거에는 명령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었건만, 요즘에 어디 그게 먹히나. 그래서 들고 나온 카드가 바로 ‘경쟁’. 일단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생기면, 법부터 만든다. 공정 사회를 이룩하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 안 듣는 그 놈이 경쟁에서 지는 순간, 바로 없애 버릴 수 있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똘마니를 내세워 그 놈과 경쟁을 시킨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똘마니가 이기게 만들어야겠지. 그럼, 결과적으로 그 놈은 사라지고 똘마니가 그 자리에 입성!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원칙을 지켰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렇게 경쟁의 가치는 높여지고, 경쟁은 모든 갈등의 만병통치약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사라져간 공공영역의 말 안 듣는 ‘그 놈’들이 그 동안 어디 한 둘이었던가. 미디액트와 인디 스페이스는 그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공공영역을 경쟁이라는 무기로 잠식해오더니, 이제는 아예 지상파 방송을 위시한 방송 전 영역을 통째로 먹어 삼킬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방송들이 많아지자 우선 법부터 뜯어 고쳤다.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여 공정사회를 이룩하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거창한 명목. 골백번도 더 들어본 식상한 레파토리. 게다가 대형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겠다면서, 기존의 대형 방송은 너무 크다고 죽이겠다는 이 아이러니라니. 아무튼 법 개정으로 경쟁의 룰은 정해졌고 조중동 방송의 출현으로 똘마니도 정해졌다. 그리고 올해 말이 되면 드디어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현재까지 백전백승을 자랑하고 있는 똘마니팀. 과연 조중동 방송은 그 연승신화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적극적으로 똘마니들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봤을 때, 그리고 조중동의 오랜 연륜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뻔뻔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이번 똘마니팀의 전력은 역대 최강이라 봐도 무방하다. 과연 몇 년 후, 사라져 있는 건 MBC일까, 조중동 3총사일까. 다시 말하지만, 전원생존의 가능성은 제로다. 누군가는 반드시 망할 거라는 말이다. 80년대 방송 통폐합의 재현이 가히 멀지 않았다.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


조중동 방송을 저지할 수는 없을까


이런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편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단순히 채널들이 더 생긴다니 볼 게 많아져서 좋겠다는 수준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다. 심지어는 더 많은 채널들이 등장함으로 방송이 다양화되고 방송사 간 경쟁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져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확대될 것이므로 종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마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조중동 방송의 등장으로 방송이 다양화될 거라는 희망은 애당초 접는 편이 낫다. 조중동이 왜 조중동인가. 정부가 왜 조중동에게 덜컥 방송이라는 선물을 안겼겠는가. 조중동 신문이 그동안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저널리즘 기능을 포기하고 자본가집단과 수구보수정치세력의 이해에 종속되어 선전 찌라시 기능을 담당해왔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런 조중동 신문이 만드는 조중동 방송의 모습 또한 더 하면 더 했지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 아니, 분명히 한 쪽 편들기는 더 노골화 될 것이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는 법. 정권 창출에 큰 기여를 한 공로로 조중동이 종편이라는 선물을 받았듯, 조중동 방송출현에 큰 기여를 한 이들에게 조중동이 또 무언가 반드시 보은을 할 것이라는, 아니 해야만 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조중동 방송의 출현은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방송의 획일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방송국 간 지나친 경쟁은 방송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극단적인 선정성 대결로 흘러 결국 시청자들의 시청권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 발족식


조중동 방송과 관련된 이러한 음모와 진실은 더욱 더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법 개악부터 어이없는 종편 사업자 선정까지. 폭력과 반칙으로 일관된 그들의 힘 앞에서 정의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큰 힘. 즉, 시민 여론의 형성 밖에는 답이 없는 상태다. 사실상 방송법 재개정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조중동 방송이 가진 각종 특혜는 여전히 여론의 힘으로 철폐를 요구할 수 있다. 종편 사업자가 가진 대부분의 특혜성 정책은 법령 사항으로서, 법을 고치지 않고서도 방통위의 판단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종편에게 주어진 모든 특혜는 그것이 중소자본에 의한 독립 언론일 것을 상정하고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조중동 방송은 그러한 특혜를 받을 아무런 근거도 자격도 없다.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여론이 불같이 따져 묻는다면, 방통위로서는 사실 아무런 대답할 변명거리가 없는 것이다. 만약 여론이 압박한 결과로, 조중동 방송이 별다른 특혜 없이 한꺼번에 지상파 방송과 대결을 벌이게 된다면, 그들이 백전백패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장 반 년 뒤면 방송 시작인데도, 조중동 방송은 아직 제대로 된 편성 계획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데다, 자본 납입금 규모도 예상과는 달리 3천억에서 4천억 정도로 사실 형편없는 수준이다. 워낙 급하게 선정 과정이 이루어진 탓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방송 시장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특혜가 없는 한, 하나 정도의 종편 사업자만이 생존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애초의 취지대로 독립 언론도 아닌, 한나라당의 기대대로 초 울트라 글로벌 미디어 그룹도 아닌 현재의 종편 사업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어쨌든 이왕 시작된 사업이니 만큼, 특혜를 철폐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빨리 경쟁력 있는 종편 사업자 하나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현재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조중동 방송의 음모와 진실을 발빠르게 시민들에게 알려 강력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언론 관련 시민 단체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종편 사업자가 선정된 직후부터 조중동 방송 취소 촉구 캠페인과 1인 시위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벌어졌고,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종편의 문제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특혜 철폐를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여론의 형성은 요원한 상태다. 게다가 이러한 비판의 힘마저도 하나로 모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요 언론 관련 시민 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각기 서로 다른 운동의 물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똘똘 뭉쳐서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데, 상대적으로 작은 소리일 수밖에 없는 시민 단체들의 목소리가 그나마도 둘로 나누어져 있는 형국. 덩치 큰 놈들과 싸우기에 당연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축이 된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3월 8일, 조중동 방송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과 그 제품 리스트를 발표하고 불매 운동에 나섰다. 조중동 방송의 실체를 명백히 알면서도 조중동 방송 만들기에 앞장선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시민들의 참여적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3월 9일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축이 되어 무려 445개의 단체들이 참여한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가 출범하였다.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는 조중동 방송의 특혜 철폐 운동에 나서는 동시에, 종편 선정과정에 대한 국정 조사와 방송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이 문제를 2012 총선, 대선까지 끌고 나가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한 쪽은 시민이 가진 경제적인 힘에, 또 한 쪽은 시민이 가진 정치적인 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모두 맞는 말이고 이들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두 단체 모두, 서로가 마치 없는 것처럼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각자 싸움에 임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안타깝다. 또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여론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데, 수십 개에 달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과연 효과적일지, 방송법 재개정과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조중동 방송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지상파 노조의 참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제 3월도 마지막 날에 다다랐다. 오늘 뉴스를 보니, 조선과 중앙, 두 곳에 종편 사업 승인이 떨어진 모양이다. 그러나 동아와 매일 경제는 기한 내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고 6월 말까지로 신청 기한을 연장했다. 벌써부터 삐거덕대는 모양새다. 아무튼, 올해 말이 되면, 늦어도 1년 안으로는, 종편 채널의 방송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드디어 피 터지는 무한경쟁의 싸움은 그 서막을 알리게 된다. 그 치열한 전쟁 통 속에서 미디어 공공성은 한낱 사치품 따위로 여겨질 것이다. 오로지 생존만이 최대의 가치!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더 많은 광고를 따내기 위해 기업 권력과 유착하며, 칼자루를 쥔 정부 권력에 무한 아부하는. 생존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싸움. 그러는 동안 공공재로서 방송이 가져야 할 비판의 칼날은 무뎌질 것이고, 표현의 자유는 침해될 것이며, 다양한 목소리는 갈 곳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그 동안 자신들을 줄곧 괴롭혀 왔던 미디어에게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속이 후련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PD수첩" 따위 두렵지 않다구! 그렇다. 이 것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조중동 방송을 원하는 이유인 것이다. □

[필자소개] 박민욱 (ACT! 편집위원회)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국의 어느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간간이 단편 영화도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말

2003년 첫 발을 뗀 [ACT!]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로 국내외 미디어운동 관련 이슈를 기획, 발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