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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민주화, 그 중단할 수 없는 외침

지금 한국의 대표적 장애인이용시설인 정립회관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변칙적인 연임을 시도하다가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투쟁에 의해 물러나게 된 전임관장이, 오히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정립회관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법인체이다.
지난해 6월 22일부터 8개월여에 걸쳐 점거농성이 진행된 바 있는 정립회관 민주화 투쟁은 이제 또다른 시점에 서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완수는 누구인가? 그는 11년 이상 관장직을 유지하고 정년을 넘겨 변칙적인 연임을 통해 임기를 연기하려는 문제로 231일의 정립회관 점거농성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또한 그는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는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에 대해 수차례의 무자비한 폭력만행을 행사함으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장애인들과 노동자들을 철저히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태를 보인 바 있다. 특히 30여명의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된 지난해 9월 8일 새벽녘의 농성장 침탈은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행이었다. 농성장을 침탈한 조직폭력배들은 힘겨운 점거농성을 이어가는 중증장애인들을 짐짝처럼 1층 로비로 내던지고, 노동조합원과 연대활동가들에게 쇠파이프 등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을 조폭의 구둣발로 짓밟은 것이다.
그는 또한 농성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중단하고 전동휠체어를 반납하라고 요구하는 등 자립생활 운운하는 정립회관에서 중증장애인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조차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또한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2000년부터 단체교섭조차 회피하고 노조 간부를 해고하며 조합원들에게는 승진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노동조합을 시설의 운영주체로 보지 않고 탄압해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해 장애인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완수를 변칙적으로 관장에 연임함으로서 1년여의 시설운영 파행을 불러온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이번에 또다시 부도덕한 이완수를 이사장으로 결정함으로서 또다른 파행적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시설민주화 열망을 철저히 짓밟은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그들이 장애인이용시설 운영의 최고 결정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철저히 내팽개쳐버린 것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한해 10억여원 이상의 전액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립회관에 대해 그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횡포인 것이나 다름없다. 수명의 이사가 길게는 30여년동안 이사직을 유지하며 수구적인 행태를 보여 온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또 다시 현행 제도적인 미비함을 이용하여 그들만의 나눠먹기식 작태를 극명하게 보임으로서 시설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열망을 짓밟았다.

정립회관은?

지난 75년 개관한 정립회관은 지난 30여년동안 한국사회의 대표적 장애인이용시설로서 역할을 해왔다. 80년대 후반엔 장애인대학생들을 중심으로 84년 당시 서울시장 앞으로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자살한 김순석열사의 추모제가 정립회관 마당에서 열리고, 90년대엔 장애인청년활동가들이 비리를 저지른 한국소아마비협회 상임이사 등에 맞서 두차례에 걸친 점거농성을 전개해 비리당사자들을 내쫒은 바 있다. 현재 활동하는 장애인계의 많은 활동가들이 80년대 후반부터 정립회관을 중심으로 소모임과 스포츠 등의 활동을 하며 성장해온 장애인운동의 성지인 것이다.

감독기관의 무책임함

변칙적인 관장 연임 문제로 지난 231일동안 파행운영을 겪어온 정립회관 사태 당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광진구청과 서울시는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시설민주화에 대한 처절한 외침을 철저히 무시한 채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해왔다. 전액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이 파행 운영되고, 심지어 조직폭력배들의 구둣발에 짓밟히는 과정에서도 이들은 무책임한 방관자적 태도를 보여 왔었다. 점거농성 당시 마지막에 일정정도의 조정자 역할을 한 광진구청은 이번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점거농성을 마치며 정립공대위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 사이에 이완수는 ‘시설정상화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퇴임’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고 이는 광진구청의 중재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번 합의는 결코 이완수가 관장직을 퇴임하고 더 높은 이사장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이는 법률 전문가에 의해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감독기관인 광진구청과 서울시는 적극적인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하여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민주화, 그 중단할 수 없는 외침

정립공대위는 이완수의 퇴진과 정립회관 관장의 공개채용을 통한 민주적 운영을 요구해왔다. 조직폭력배의 구둣발에 사회복지시설을 짓밟은 부도덕함과 1년여의 시설파행운영의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완수는 장애인계에서 물러나야한다.
또한 장애인이용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시설운영에 대해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는 현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개혁되어야한다. 또 직접적인 감독기관인 광진구청과 서울시는 이번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즉각 시정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장애인운동의 성지 정립회관은 전액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사회복지시설이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의 소유물도 아니고, 이완수 개인의 사적인 시설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우리는 7년여에 걸친 에바다복지회의 민주화투쟁을 통해, 민주적인 인사로의 이사회 구성없이는 결코 시설민주화를 이룰 수 없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만약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이완수의 이사장직 결정을 철회하고 이사회의 새로운 개혁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정립공대위는 지난 231일 동안의 시설민주화 점거농성투쟁의 성과를 받아 안고, 이후 정립회관의 민주적 운영과 진정한 장애인 자립생활 쟁취,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를 척결하고 민주적 운영을 쟁취하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104호 김종환(정립회관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