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소식지 주간민중복지

전기, 가스, 난방열과 물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이다

며칠 전 경기도 광주에 살던 한 여중생이 예측컨대 촛불로 인한 화재사고로 사망했다. 이 여중생의 집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지난 2월부터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고 5월 24일부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동네 주민들이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말한 이 여중생은 결국 단전으로 인해 촛불을 사용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다한 것이다.

사실 단전으로 인한 촛불사용 화재사고는 그동안에도 몇 건이 있었다. 지난해 2월 전남 목포의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부부 단전 촛불 화재나 지난해 12월 정신지체장애 아들과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전기료를 아끼려다 촛불화재로 숨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는 에너지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하지 못했다. 전기요금도 못내는 정도의 빈곤가정에 대한 측은지심과 함께 빈곤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물론 그러한 주장이 기본방향에서 너무나 올바른 방향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에너지기본권의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취지는 빈곤대책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전기나 가스, 난방열의 사용은 현대생활의 기본요소라는 점에서 에너지기본권은 화재사고 등에 대한 예방 차원이 아닌 국민의 기본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에너지기본권은 “빈곤에 처한 자와 그 가족이 기본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가스, 난방열 등 공공서비스로써의 에너지를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이다. 전기, 가스, 난방열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그것의 사용에서 경제적 능력의 차이로 인한 사회적 소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1988년 12월 1일 「최저사회복귀보조에 관한 법」을 만들어서 "곤궁상태로 특별한 곤란에 직면해 있는 모든 자 및 가족은 수도, 에너지(전력 및 가스), 전화서비스를 받거나, 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보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프랑스는 국가와 프랑스 전력공사, 프랑스 가스공사, 수도공급사업자가 각각의 재정지원액과 지원방법을 정한 전국협정을 체결하며, 이렇게 거출된 ‘에너지연대기금’을 최저사회복귀보조 수급자수로 배분한다. 또한, 전력자유화법의 필수품 특별요금제도는 의료비에 대해서 국가의 보조를 받고있는 전기요금 계약자에게 기본요금과 일정소비량 이하의 전력량 요금 모두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미납처리와 관련,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어서 요금납부가 불가능하다고 신고한 가정에 대해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의 에너지사업자는 가정의 가계상태를 조사하지 않고 원조신청 창구와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지난 4월 11일 앞에서 설명한 ‘에너지기본권’ 내용을 담은 에너지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기본권은, 국가에너지위원장이 3년 마다 ‘에너지생활기본권실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지자체․에너지공기업․에너지공급자가 지원체계를 구성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장이 선정한 빈곤가정’에 전기, 가스, 난방열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해 에너지 사용의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는 ‘에너지기본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도입이 어렵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접근이 되야 한다는 지극히 소극적인 의견을 내며 에너지기본권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는 ‘국민의 행복추구권’도 명시되어 있고, 또, 제37조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 제도의 양적, 질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단적으로 이번 경기도 광주시에서 사망한 여중생 가정도 수급자 가정이 아니지만 전기는 물론, 전화, 휴대폰도 모두 사용정지 될 정도로 가난했었다. 그래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과 별도로 에너지기본권 실현을 법에 포함시킴으로써 다차원적인 빈곤대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기본권 실현을 포함한 에너지기본법과 정부안 등이 지난 4월과 6월 임시국회의 논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 단전으로 인한 촛불사용과 그로 인한 화재로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은 세계 경제규모 13위 국가인 우리나라의 인권보장 수준을 드러내 주는 ‘부끄러운 상징’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우리사회에서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민주노동당이 에너지기본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105호 박창규(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