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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EITC 도입 타당성 검토 토론회에 다녀와서

지난 7월 12일 보건사회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의 공동주최로 ‘한국형 EITC 도입 타당성 검토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EITC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무성했으되 한국형 EITC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토론회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주목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정부정책의 부재와 한국형 EITC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근로빈곤가구는 전체 가구의 15.4%에 이르며, 이들 중 64%는 1명 이상의 취업자가 있음에도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일하지만 가난한 가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한국에서 중요하게 지적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영자의 증가이다. 자영자는 95-04년간 전 업종에 걸쳐 64만 명이 증대했으나, 이들의 실질소득은 계속 감소하여 03년에는 임금근로자의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출된 EITC는 이미 미국에서 1975년부터 실시되어 왔다. 미국 EITC는 미국의 공공부조 즉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법)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성이 너무 높다는 비판 속에서 탄생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공부조에 너무 의존하는 복지의존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미국의 EITC는 노동유인을 높이고, 조세제도를 통해 빈곤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독특한 형태로 창조되었다.
EITC자체가 조세제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EITC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이 먼저 이뤄져야한다. EITC는 소득이 파악되면 소득에 기초해 조세를 환급해주거나 혹은 조세환급형태로 일정정도의 현금을 주는 제도이다. 때문에 믿을만한 소득파악자료가 없으면 환급할 급여도, 대상자도 명확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도 지적되었듯이 한국의 소득파악률은 지극히 낮은 상태이다. 근로소득자 중 74%의 소득이 파악되는데, 여기서 누락된 26%가 일용근로자와 과세미달자다. 자영업자로 넘어가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현재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29-49%에 그치고, 여기서 누락된 사람들이 영세자영업자에 포함되는 간이과세자, 과세미달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한국형 EITC는 단계적으로 즉 소득파악이 되는 집단부터 도입하거나 5년 후에나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에 도입 가능한 3가지 EITC모형이 제기되었다. 미국 EITC와 같이 점증구간, 평탄구간, 점감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초법의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모형 A는 아동이 2명인 경우 1년간 최대 받을 수 있는 급여가 201만원으로 매달 16만원 정도이며, 최저생계비의 162%수준에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반면, 모형 B는 아동이 2명인 경우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급여가 1년에 273만원으로 모형 A 보다 높다. 그러나 EITC의 대상자는 최저생계비의 150%수준으로 좁아진다. 모형C는 아동이 2명 있는 가구의 최대급여가 1년에 100만원이며, 그 대상자는 최저생계비의 140%수준이다. 따라서 소요되는 재정은 모형 A는 1조원 내외, 모형 B는 1.5조, 모형 C는 0.5조 내외이다.
정부가 추가적인 돈을 들여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에서 대해서는 사실 별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EITC가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 해결에 적합한 제도인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한국형 EITC가 노동유인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지 혹은 근로빈곤층의 빈곤탈출을 위한 제도인지 명확하지 않다. 물론, 이 두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외국 사례를 검토해볼 때 두 가지 목표 중 한 가지 정책목표에 더 힘을 쓰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한국 근로빈곤층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유인을 높여야 하는 것인가? 혹은 일을 하지만 임금이 낮기 때문에 임금을 높여야 하는 것인가? 완전고용수준의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답은 뻔하다. 즉 일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일을 해도 임금이 낮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근로빈곤층의 노동유인을 높이는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반대로 한국형 EITC가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면,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해결에 EITC가 적합한지 검토해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ITC는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첫째, 이미 1975년 도입해 근 30년을 확대해온 미국 EITC의 빈곤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토론회에서 제출되었던 모형 B가 그나마 가장 높은 급여를 주어 아동이 2명 있을 경우 1년에 273만원으로 매달 23만원을 준다. 그러나 매달 23만원으로 빈곤탈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1년에 273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족이다. 즉 기초법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공되는 23만원이 탈빈곤을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한국의 조세인프라를 고려할 때, 매달 지급되기도 어려워 1년에 1회 혹은 최대한 노력한다고 해도 분기별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EITC는 근로빈곤층의 탈빈곤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근로빈곤층을 빈곤에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둘째, EITC는 최저임금과도 악연을 맺고 있다. 기업주는 EITC가 도입되면 최저임금제를 준수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을 높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심하게는 EITC가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킨다고까지 한다.
셋째, 한국에서 도입될 경우 가장 소득보전이 필요한 일용근로자와 과세미달자들이 소득파악이 어려워 제외된다는 점이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제도가 과연 탈빈곤으로서의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EITC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그 기본에는 현재 기초법에 대한 평가와 이후 민중복지 개혁방향에 대한 입장차이가 놓여있는 것 같다. 현재 기초법으로 이제 충분하다는 평가, 이후 복지제도의 개혁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하고, 복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만 가능한 대안이 한국형 EITC다. 반대로 기초법이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면, 그리고 이후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실업부조와 각종 수당제도의 도입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정책대안이다. 따라서 사실 EITC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쟁의 핵심에는 빈곤문제와 복지개혁방향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이에 따른 선택만이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제 106 호 성은미(민중복지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