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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의약품의 연구개발을 문제 삼을 때!

얼마전 국내 연구진이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에 인공배양한 새포를 스프레이 형태로 부려 피부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은 국내 벤처업체에 이전되어 2~3개월내에 시판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껏 여러번의 피부이식수술로 부작용과 큰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화상환자들에게, 원자력의학원의 성과는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화상피부 치료 스프레이의 상품화나 과거 글리벡의 개발은 분명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인간배아 줄기세포의 성공으로 전세계를 흥분시켰킨 후 엊그제 최초로 개복제에 성공했다는 황우석 박사를 열렬히 찬양토록 조장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처럼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성과에 대한 상업화 논의는 과잉화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민중적 전형은 부재하다.

자본의 상업화 의도 -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화’ 전략
한국의 각종 언론과 자본은 줄기세포의 실용화가 가능한지, 또 그것으로 건강이 증진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는 이미 제쳐두고, '한국의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와 국가경제부흥'식의 논의로 신치료기술을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과기부는 98년부터 황우석 교수에게 총 83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는데 다시 ‘265억원’을 배정하는 등,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올인하고 있다.
물론 이는 자본과 정부가 이해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지속되는 이윤감소를 타파하기 위해 BT, IT, NT등 새로운 융합기술을 출현시킴으로써 새로운 이윤추구기전을 발굴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을 재배치함으로써, 무한잠재력을 갖고 있는 ‘신약’과 ‘신의료기술’ 시장에 진입, 선진국가 건설이라는 캐치플랜을 내걸고 있다.
혁신연구는 주로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정보통신산업을 이을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생물산업의 국내기술과 자원수준은 암울했다.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실적과 성과는 엄청난 것으로 보이는 의료시장 개척과 국가경제 부흥에 있어서 희망의 메시지로 비춰질 것이다.

연구개발의 상업화, 당연한가?
어떤 이들은 이미 의약품의 개발은 민간중심으로 이뤄져왔고 신약과 신의료기술의 개발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한켠에서는 내심 황우석 박사 등 과학기술의 진보로 난치병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다. 국가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등, 의료시장을 개방, 세계무대로 나서야 한다는 등의 논리 속에서 유난히 애국심이 발휘하는 것일까.
그러나 냉혹히 짚어보자.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공적자본을 마구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가 얽힌 치료기술과 의약품의 연구개발이 과연 민중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가?
우리는 이미 기존의 TRIPS 체제에서 연구개발의 성과가 자본에게 독점되어 이윤추구의 도구로서 전락하는 것을 충분히 보아왔다. 특허는 연구개발의 성과를 20년간 독점토록 함으로써,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유인책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연구소와 정부의 기금으로 이뤄진 연구개발의 성과조차도 의약품으로의 개발단계가 자본의 손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것은 자본의 판단에 좌우된다.
극단적으로, 이윤을 쫓는 초국적 제약자본은 연구개발에서조차 시장성이 떨어지는 열대성질환은 개발조차 하지 않는다. 결핵약에 대한 내성의 증가에도, 결핵은 연구개발대상에서 제외되지 오래이다. 더욱이 설사 약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빈국의 민중과 부유한 나라의 빈곤층은 여전히 그 약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먹기 위한 투쟁이 그러했다.
기능하지 않는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이미 의약품 소비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는 선진국 시장이 초국적 제약자본의 타겟일뿐, 주변부 국가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거나 개발한 약물에 대해서도 주변부 국가의 민중들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왜 연구개발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가?
이제까지의 투쟁은 이미 개발된 의약품을 민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권 투쟁이었다. 초국적 제약자본을 타겟으로 하는 글리벡투쟁과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싸움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BT를 중심으로 한 BNT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이제는 한국정부와 국내 자본이 신약과 신치료제 개발의 시장에 뛰어드려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재배치를 통해 제약산업을 육성해서 세계적인 제약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국가경제도 부흥시킬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 ‘신약개발’과 ‘신치료제 개발’이라는 장밋빛 꿈이 펼쳐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연구개발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과학기술 발전의 민중적 원칙을 제기해본다. 무엇보다 의약품과 신의료기술은 민중의 필요에 의해 개발될 수 있어야 하며, 연구개발의 성과를 자본이 독식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개발된 의약품은 각국의 제도와 관련해서 누구에게나 접근가능할 수 있도록, 인프라구축이 더불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107호 김동숙(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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