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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운동에 기반하지 못한 ‘양극화해소 국민연대’ 출범

‘양극화해소 국민연대’(이하 양극화해소연대)가 출범했다.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소위 메이저(?) 조직을 포함하여 133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가운데 국민적 연대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양극화해소연대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단계적 무상의료·무상교육 실현 △최저생활 및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 실현 △조세정의 실현 및 소득파악 개선 △공공 및 사회서비스 부문의 적극적 일자리 창출 △보육 공공성 실현 △주거 공공성 실현 등 7대 분야 21개 사회개혁과제를 제시하는 한편, 이번 정기국회부터 법제도 개선과 예산확보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단체와 숫자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양극화해소연대의 출범이 반갑지많은 않다. 반갑다기 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러온 사회적빈곤의 확산과 빈부격차의 증대, 노동의 불안정화, 그리고 교육, 의료 등 제반 민중의 삶의 권리 파괴에 대해 이에 맞서 싸워온 다양한 대중들의 투쟁을 왜곡시킬까봐 우려스럽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양극화해소연대가 내세운 목표는 민중의 담론과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은 신자유주의 전략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심지어는 한나라당까지 이 사회가 시급히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고 있다. 그만큼 빈곤의 확대와 이에 따른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지배세력에게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 전략 기조에 대한 비판과 이를 철회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의 철회 없이 ‘양극화해소, 사회통합’을 말하는 것은 단지 민중의 불만이 저항과 대중적 분노의 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이거나, 불만과 저항을 적절한 수준에서 묶어두어야 할 관리의 필요성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추상적이지도, 비현실적이도 않다. 민중의 삶의 권리 파괴와 사회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원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요구이다.

둘째, 대중운동과 결합하지 못한 상층의 형식적 연대운동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민영화에 반대하고, 노동자․민중의 삶과 생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연대운동은 지속되어 왔다. 빈곤사회연대, 의료연대회의, 범국민교육연대 등이 양극화해소연대에서 제출한 정책의제 및 개혁과제를 앞장서서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왔고, 오히려 보다 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전략기조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대안을 충실하게 제출해 왔다. 여기에는 관련 노동조합,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고, 점차 각 단체간의 결합력과 인식과 투쟁동력이 높아져 오는 과정을 밟아오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하반기에도 의료산업화저지, 기초법 전면개정, 교육시장화 반대 투쟁 등을 집중해서 전개할 예정이다.
기존 연대운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단체나 조직이 동일하게 양극화해소연대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기간 전개되어왔던 연대운동의 경험과 내용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과연 그러한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연대운동에 대해 ‘개별적’인 사안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정치사회전선을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치부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이들 부문(?)과 각 영역의 요구를 하나의 전선으로 집결시켜 총체적인 전략과 기조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 기존 존재해 왔던 연대운동간의 수평적 결합을 추구한다거나, 공동의 정치적․사회적 요구를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결성과정을 살펴보면 수평적 결합을 위한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한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할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요구는 첫 번째에서 지적한 바대로 공동의 요구가 될수 없는 것이었다.

셋째, 투쟁하고 있는 대중과 현장과의 결합의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는 민주노총도 표명하였고, 류기혁․김동윤 열사의 자살 및 분신으로 상징되듯, 정부에서 제출한 비정규직관련 법률 개악을 저지하고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화물연대투쟁, 불법파견투쟁 등 비정규직투쟁이 예정되어 있다. 이 투쟁에 결합하고 정치사회적인 연대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연대운동체가 울산지역을 비롯하여 지역과 현장에 기반하여 건설되려 하고 있다. 비정규직투쟁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기초법 개정 후퇴 움직임에 맞서 자활사업참여자, 기초법 수급권자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은 교육권확보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거리노숙농성투쟁 중이다.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 투쟁에 대해 양극화해소연대는 어떤 역할을 할지가 분명하지가 않다. 사업계획을 보면 개혁통신발행, 릴레이선언조직, 국회기간 권리입법화 등을 제출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으로는 전개되고 있거나 예정 중인 투쟁을 통일된 정치사회적 전선으로 집결시키지도 못하며, 하다 못해 ‘엄호’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대중과 현장투쟁을 ‘대변하고자 하는’ 연대운동이 아니라, ‘함께 투쟁하는’ 연대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넷째, 제출된 7대 정책의제와 21개 개혁과제는 ‘한시적인’ 연대운동체가 감당하기에는 실제로 벅찬 과제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를 정치적․사회적으로 책임지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대중운동과 결합하면서, 대중들이 주체로 나서기 위한 계획과 병행되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심체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양극화해소연대는 민주노동당․사회당 등 정치운동체의 결합을 거부했으며, 단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압력과 접촉 수준의 정치계획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대로 진행될 경우 결과는 자명하다. 제출된 의제와 과제 중에서 기존 보수정치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항과 재정지출이 소요되지 않는 사항을 빼고는 실현될 가능성이 전무하다. 적어도 올 하반기에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시적인 운동체인 양극화해소연대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반문해본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신자유주의 전략기조를 철폐하고, 이를 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정치사회적 전략과 기조로 대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 빈곤층의 존재, 노동의 불안정화로 인한 삶의 파괴, 이윤과 시장의 논리로 사회 전 영역이 재편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파괴의 위기 등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개별적인 의제와 요구,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수준의 전면적인 변화와 재편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객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하여 바늘허리에 실을 꿰맬 수 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109호 강동진(민중의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