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소식지 주간민중복지

노무현 정부, 자유주의적 개혁의 길을 갈것인가!

최근 정부의 여러 가지 동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이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윤곽을 보여주는 시기이며, 그 징후들을 보았을 때 우려해온 ‘개혁의 외피’를 가진 자유주의적 사회질서 재편의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징후들은 특히 노동, 문화, 교육, 보건복지 등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들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회양극화 해소 등에 얼핏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 정부는 여타 분야에서의 자유주의 드라이브를 개혁이라는 외피로 포장해서 친복지·친민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자유주의가 반복지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자유주의에 기반한 복지의 특징적 모습은 자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잔여적이지만 비교적 관대한 급여를 허용하는 한편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장의 질서를 받아들이고 경쟁의 규율과 자기책임의 원칙을 관철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장적 자유가 사회 전반의 기본 원칙으로 작용하지만, 일부의 계층들에게 따뜻한 손길로 온정적이거나 가부장적인 국가의 급부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적 주류 질서의 지나친 비인간화를 완화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해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복지수준이 낮은 단계에서는 사회복지 확대에 적극적인 협조를 보이지만 시장 자율과는 다른 원칙으로 출발하는 보편주의적 복지 제공에는 불친절한 태도를 보여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사회복지의 외형적 확장 이면에는 자유주의적 규칙(시장에서의 공정한 룰)을 중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일관성있게 관철된 것이며, 이는 국가의 최소한도의 질서유지와 온정적 복지제공이라는 원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전열을 정비할떄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 자유주의적 개혁은 경제·노동·교육 등의 영역에서 구체화되어 글로벌 스탠다드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시장화·개방화의 절차를 확립하고, 시민권의 영역들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징후들의 구체적인 사례들은 보건복지 영역에서 시장 친화적인 영역들을 대거 시장화하려고 하는 영리병원의 부분적 허용, 사회복지 시설 확대에서의 BTL 방식의 활용, 연금 기금의 금융시장 활용 등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 영역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과 일차적인 소득보장의 핵심인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방치 `강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의 이른바 참여복지에서 '참여'라는 외피로 표상된 다양한 복지공급자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결국 '다양한' 복지 공급이 아닌 '시장화'된 복지 공급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이미 그 레토릭에서 엿보이고 있으며, 집권 하반기의 구상은 이러한 사회적 틀의 제도적 구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긴급지원법을 비롯한 저소득층 지원 대책들은 이 징후들과 엇나가는 흐름이 아니라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자유주의적 사회질서에서 수반되는 하나의 일반적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몇몇 부분에서의 제도 개선에만 매몰되어서는 자유주의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며, 이번 공동행동의 5대 요구안조차 부분적으로 수용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맞서 보다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전열을 정비하여야 한다.

누가, 어떻게 얻어내고 이끌어가는 복지인가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의 확대된 복지재정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 것을 돌이켜보자. 복지 확대는 다른 영역과 무관한 진공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 경제 등에서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후가를 감당하기 위한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늘려주는 복지재정이 서민들의 삶에 와 닿지도 않고, 다수의 국민은 복지 확대를 단지 자신의 조세 부담의 증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의 흐름이 복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장화하는 단계에 이르면 삶의 질의 구체적인 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며, 형식적이나마 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답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의 정신은 사문화될 것이다. 복지확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얻어내고 이끌어가는 복지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보다 권리에 입각한 복지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서민들의 삶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 않은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민중복지연대의 격주간매체 반빈곤통문 2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