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권 안의 법, 인권 밖의 법]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대재앙의 전주곡인가

지역토호와 수도권 기득권세력의 합작품

최근 5년 동안 개발의 과잉은 도를 넘었다. 2006년 개발행위허가 현황을 보면 면적을 기준으로 2000년 대비 4.2배가 증가하였고, 참여정부 출발시점인 2003년을 기준으로 2.6배가 증가하였다. 골프장 허가건수도 이미 500건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 녹색연합


참여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경제분야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아시아의 관광중심국으로 도약한다는 국정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국정목표는 해안중심의 전략적인 관광개발사업을 추동시켰으며, 구체적으로는 관광레저복합형 기업도시 건설, 지역특화발전특구 개발, 관광레저 시범도시 선정 및 기반구축,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를 통한 대규모 골프장 건설 등으로 현실화 되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와 17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어마어마한 연안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소위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하, 연안특별법)이 그 수단이다.



지역 간 개발경쟁이 태생의 근원


연안특별법은 애초 2006년 8월에 신중식 국회의원이 입법발의한 ‘남해안균형발전법’과 이미 한참 진도가 나가있던 ‘서남권 등 낙후지역 발전 및 투자촉진 특별법’이 단초가 되어, 이에 뒤질세라 윤두환 국회의원이 ‘동해안 광역권 개발지원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불붙은 지역 간 개발경쟁의 산물이다.


결국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 모두를 개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연안특별법이다. 여기에는 국가발전의 우선순위도, 지역여건의 차이도 고려될 필요가 없이 늘 국회의원들이 해오던 대로 지역 간 ‘나눠먹기’ 관행과 선거에 임박해 발동하는 금배지 증후군만이 작동했다.


물론 지방간의 경쟁만이 연안특별법 태동의 원인은 아니다. 더 근원적인 것은 수도권의 개발집중 문제다. 참여정부는 국정의 최상의 목표로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웠고, 그 이행전략으로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못 박았다.


그런데 참여정부 하에서 추진된 수도권 개발 및 규제완화는 오히려 이전 정부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수도권 성장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와 정책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대신 대기업들의 공장을 신.증설시키겠다는 ‘기업환경개선대책’이 2006년 9월 28일에 발표되었고, 수도권의 인구를 최대 3천만 명(남한 최대인구를 최대 5천만으로 했을 때 60%)까지 늘릴 수 있는 ‘수도권광역도시계획’이 확정되었다. 게다가 그나마 수도권의 팽창을 억제해오던 유일한 수단이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고, 수도권의 먹는 물 공급 기능과 녹지축 기능을 하고 있어 개발이 엄격하게 규제되던 자연보전권역조차 대규모 택지개발과 공장설립이 가능해질 판이다. 이미 지난 6월에 확정된 ‘제3차수도권정비계획’에는 사실상 수도권을 반경 20킬로미터 수준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을 살펴보면,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도권에서 진행 중인 택지개발사업은 80개 5,000만 평에 이르고, 개발제한구역해제로 예상되는 신규개발사업이 약 1,500만 평이다. 또한 인천 경제자유구역 총면적은 6,300만 평이며, 송도(松島: 1,611만 평)·영종(永宗: 4,184만 평)·청라(靑蘿: 542만 평) 세 지구로 나누어 2020년까지 2단계에 걸쳐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황해(평택아산)경제자유구역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 평택(포승지구)과 화성(향남지구) 일대에 793만여 평이 개발 중이며, 인접한 충남 서산(지곡지구), 당진(송악.석문지구), 아산(인주지구) 일대 1,267만여 평 등 총 2,070만 평이 개발 예정 중에 있다.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한 평택국제평화신도시 건설로 528만평이 개발 중에 있으며,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등지원특별법’에 의해 평택지역과 유사한 수준의 지원과 규제완화가 가능한 지역으로 경기도 내 5,163만 평이 지정되었으며, 경기도는 이 지역과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 349개 개발사업으로 15억 2,700만 평 개발 계획을 제안하여 총사업비용 50조 2,03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제출하였다.(변창흠, 2007)


이러한 일련의 규제완화와 개발계획들을 종합해 보면, 향후 수도권은 어마어마한 개발사업들이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인구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인구의 집중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광활한 택지공급을 불러오고, 택지공급은 부족한 도로, 철도 등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은 최상위층의 기득권층이 독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심각한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어마어마한 돈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일자리를 잃고, 농사짓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다시금 보따리를 싸서 수도권으로 몰려들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곧 수도권에 막강한 권력의 집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수도권의 위기의식을 촉발시켰고, 비수도권도 수도권만큼의 개발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물론 그 명분이 곧바로 연안특별법 입법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치적 모멘텀을 형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무나 심한 특별법


지난 해 11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 규정하는 범위는 동·서·남해안에 접해 있는 전국 73개 시·군·구가 포함되는데 면적으로는 국토의 29%에 해당된다. 그 안에는 한려해상, 다도해해상, 지리산, 설악산, 변산반도, 오대산, 경주, 태안해안 등의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공원 29곳과 서.남해의 섬 전체를 포함하고 있어 가장 한국적인 경관과 가장 중요한 생태계를 동시에 품고 있는 지역이다.

그림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그런데 잘 지켜서 후대에 제대로 물려주어야 할 그 넓은 공간을 각종 규제완화, 특례, 재정지원 등을 통해서 막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다. 해당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건교부장관)과 협의한 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국립공원위원회, 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되는 각종 개발계획은 국토를 계획적이고도 보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토계획법, 자연공원법, 연안법 등 일반법들은 무력화시키면서 각종 개발공사들을 일사천리로 추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좀 더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개발구역 지정 시에 어떤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남해안 쪽에는 골프장, 동물원, 해수온천탕, 휴양리조트, 차이나타운, 휴양콘도, 가족휴양지, 해양스포츠단지, 고급숙박시설, 바다낚시공원, 원숭이 사파리, 무인도체험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고, 경남해안 쪽에는 해양관광, 휴양단지 건설, 해양레포츠, 바다목장 유어장 설치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기초자치단체간에 나눠 먹기식으로 배분할 것이 뻔하고, 공급과잉으로 인해 경제성이 없음에도 개발과정에 돈이 투입되는 것은 사실이니 일단은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지배할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전 해안선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구상이다.



저항을 불러올 갈등사안


이 법은 연안 해양의 생태계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제한적인 수준에서 공공의 이익을 지켜오고 있는 법들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현재 지방의 개발욕구는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으로, “지방의 의사결정에서 개발주의로 인해 환경적인 고려가 너무 자주 무시되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OECD의 2006년 『한국 환경성과평가 보고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전국토의 29%인 해안지역을 건교부장관과 지방정부에게 넘겨주었으니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제 곧 나머지 70%인 내륙에서 내륙권발전특별법을 만들자고 나서면, 전국이 막개발의 도미노현상을 보일지 모른다. 과연 수천 년 동안 존재했고, 40년 동안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던 곳들조차 개발해야 하는 불요불급하고 시급함이 있었던가?


항상 과잉은 문제를 동반하게 마련인데, 굴뚝이 없는 산업으로서 친환경, 무공해 산업으로 일컬어지던 관광산업 역시 상당한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 건설에 대항하는 주민들의 자발적 권리주창 운동이 한창이고, 갖가지 환경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다.


추진하는 측에서는 국가적 대사이고 국익을 우선해서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양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주민들의 경우 생존권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환경단체들 역시 관광개발을 명분으로 한 환경훼손이 이젠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안관리는 0점, 개발경쟁은 200점


지난 해 12월 7일, 태안반도 앞 서해바다에서는 시커먼 기름이 뿜어져 나왔다. 유전개발로 검은 진주가 쏟아진 것이 아니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 바지선의 크레인이 충돌하여 무려 12,000톤가량의 기름이 푸른 바다로 유출된 것이다.


여수 씨프린스호 사건이 발생한지 12년이 지났고, 엄청난 해양오염사고를 겪은 후 부산한 대책들을 내놓고 앞으로는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씨프린스호 사건 때보다 두 배 이상의 기름이 유출되었고, 사고 직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확신은 어이없이 무너지고, 500킬로미터 이상의 해안이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다.
하루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방제작업에 나섰지만 이제 겨우 눈에 들어오는 곳의 기름만 거둬냈을 뿐이다. 기름뒤범벅이 된 철새, 바닷가로 쓸려온 죽은 고래, 황폐화된 양식장, 이미 기름으로 깊숙이 스며든 땅, 이 모든 것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복원되기 어려운 대재앙의 전주곡이다.


그토록 후진적인 연안관리 수준을 갖고 모든 연안을 대대적으로 개발한다는 발상이 국민적 동의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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