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대선 결과에 대한 활동가들 수다

이명박 시대, 인권운동 5년을 준비하자




이명박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진출처 | 이명박 당선자 홈페이지 www.mbplaza.net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해에 새 정부를 맞이하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차라리 경제 살리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에서처럼 인권활동가들은 우려를 넘어서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월간 <사람>은 바야흐로 향후 5년을 내다보며 ‘이명박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고민해본다.


대선 결과에 대한 활동가들 수다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살펴보니

이명박 주변인물을 통해 본 앞으로의 5년
막말에 드러난 심히 걱정스런 인권관
"차라리 경제 살리지 마시라”





2007년 12월 20일 늦은 2시, 천주교인권위원회
권김현영 | 성공회대 강사, 김완 | 문화연대 활동가, 김덕진 |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박래군 | 월간 <사람> 편집인




사회(박래군) 17대 대선이 이명박의 완승으로 끝났다. 오늘은 대선의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후 인권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 보자. 먼저 대선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부터 얘기하자.


덕진 개표결과 보니 서울.경기에서 이명박이 50% 이상의 지지율이고 선거구마다 하나도 안 빼고 일등을 한 건데, 5.31 지방선거나 구청 다 먹은 거랑 사실은 똑 같은 건데 한나라당의 기세등등함이 일시적인 게 아니다. MBC 선거직후 여론조사에서도 보면 ‘총선에서 어디 지지하겠느냐?’ 물음에 한나라당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50% 가까이 되고, ‘어떤 게 바람직하냐?’고 물으니까 여대야소가 바람직하다, 그동안 여권이 국회 장악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으니까, 이런 대답이 나와서 내 보기엔 내년 총선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이명박의 완승으로 끝난 대선


지금 여론조사는 당선직후니까 큰 의미는 없다. 2002년도 그랬지만 신드롬적인 경향이 있는 거 같고. 한나라당이 계속 지지율을 유지해온 상황이라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명박이라는 캐릭터로 2007년 선거 1년 가까이를 끌고 오면서 2002년 노무현 같은 돌파구를 실제로 내용이 어떤가를 떠나서 그렇게 독해되고 해석되는 과정이 있는 거다.


사회 압도적 표차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조사대상이 되는, 출발부터 불안정한 상태에서 가는데 그렇게 봤을 때 이후의 특검결과는 어떻게 될까?


덕진 기대? 특검결과에 대해서 기대라는 것이, 누군가 이명박이 사기꾼이라는 걸 밝혀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까?


현영 사람들이 이걸 가지고 끌지 말고 일이나 제대로 하게 두라는 분위기가 클 거고… 특검결과가 나와서 이명박이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너무 크고,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부패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사람이 돈을 벌게 해주냐 안 해주냐 가지고 선택하게 됐고 이게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 그런데 지표상으로 경제는 2만 불 소득 달성했고, 수출도 3천억 불 초과달성했고, 경제성장률도 4% 이상이다. OECD국가에서 낮은 성적표가 아니다. 망한 게 아니다.


덕진 원론적인 얘기지만 BBK라는 게 실제로 신당의 선거전략에서 독이 되었다. 그들이 그것만 믿고 그거에 매몰되어 집중하면서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김경준만 오면 날라 간다, 걱정마라, 정권 안 바뀐다, 이런 얘기들을 실제로 신념으로 믿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영 권력형 비리라기보다는 경제형 비리잖아요. 다른 거지.


덕진 기업인이고 CEO니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이지. 1,2년 사이에 몇 백억을 벌어? 부럽지. 배우고 싶지.



이명박은 선망의 대상


사회 그렇게 보면 IMF이후에도 경제지표상으로는 경제지표가 좋아졌지만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빈곤층들은 도리어 이명박 같은 사람이 경제 살리면 자기도 잘 살 거라는 이런 환상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 그게 어떤 것도 이명박 대세론을 꺾지 못하는 이명박 대세론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경제와 민주화 두 개를 놓고 민주화의 가치를 부정하고 경제를 선택했다 이런 얘기도 한다. 인권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갑갑하다. 민주주의라든가 이런 가치 중심의, 정의라든가 이런 게 안 먹힌다는 얘기니까.


김덕진 |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덕진 그동안 정권에 가서 복무한 거에 대한 반성과 자신들이 믿어왔던 민주주의가치나 이런 것을 포기하고 들어갔던 사람들이 민중들의 삶을 파탄시킨 사람들이 (대선 끝나고) 다시 와서 투사가 되면 나도 싫다. 국민들이 보면 ‘저것들 놀고 있네’, 이거밖에 안 된다. 대중의 선택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만, 드는 생각은, 지금까지 살았던 거 그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 동요되지 말고.


나는 역사성에서 차이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한나라가 되나 신당이 되나 별 차이 없다고 본다. 감성적, 역사적 맥락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민주화세력 상층부의 일자리 바뀌는 건 있겠지만 그게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의미냐? 총론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개혁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은 됐다. 이명박이 됐다고 하더라도 물리적 탄압이 횡행하는 퇴행적 시대로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 공안탄압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특정 국면에서 공안탄압이 가혹하게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주류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않을 거 같다. 그거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거든. 거기서 보자면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예를 들어 문국현이라는 콘텐츠가 확보한 투표율, 민노당(민주노동당)의 몰락이 우리한테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현영 총체적 민주적 차원에서의 탄압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완전 가치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 하나하나 영역마다 있을 거 같다. 상황은 눈에 보이는 탄압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나라가 됐다는 것보다는 이명박이 갖는 캐릭터가 중요한 거 같다. 한나라당과 명박의 조합이 최악의 조합이 아닌가. 이번 선거를 보면 신당과 한나라가 가치를 나눠 경쟁하고 이런 게 부각되기보다는 아나운서의 프로필이 건설회사 사장의 프로필에 안 되는 거다. 이게 이명박과 정동영의 바닥에 깔려있는 차이다.


덕진 가슴 아픈 건 민노당 지지율이 2002년보다 더 안 나왔다는 거다.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맥락에서는 노무현이 진행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명박이 더 강화해서 진행할 거고 당선 연설에서도 한미동맹 더 강화한다고 얘기하면서 정체를 바로 드러냈다. 큰 흐름에서는 역사를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에서 615, 6자회담이나 1004선언이나 이런 것을 아예 백지화 무효화시키고 다시 원수지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사회 그런데 북한인권법은 통과될 거 같다.


덕진 북한인권법이나 테러방지법 자체가 국내상황을 만들어나가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전술적인 것이지 평화체제를 허물고 적대적으로 가자고는 못할 거다.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옛날처럼 권력형 독재로 가거나 선거가 간선제로 가질 원하지는 않는다. 큰 흐름에서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탄압이 생기겠지. 탄압 아닌 탄압들….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사회 자연스럽게 상황예측으로 갔는데, 각 영역에서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제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누구는 경제 살리지 마라 하는데, 왜냐면 살린다는 게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결국 노동운동 탄압하겠다는 얘기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해서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든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예측해보면 어떨까.


김완 | 문화연대 활동가
7%성장이라는 공약을 어떻게든 임기 1~2년 동안은 맞추려고 인위적으로 경기부양을 해서 수치를 맞출 거 같다. 구체적인 수치를 갖고 대통령이 된 거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아파트 브랜드화가 되면서 지방 군소아파트까지 광고하는 게 가속화되는데 이것의 출발이 명박식의 뉴타운개발이었다. 전국토의 뉴타운화 이런 것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지지 심리가 그런 부분에 대한 용인이 있는 거 같다. 이건 싸우기 쉽지 않다.


현영 대운하 판다고 하면 국토훼손, 환경 이런 거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빈곤층에서는 건설경기 5년 동안 밥 파먹고 살 수 있겠다고 얘기하면 거기다 대고 안 통한다.


청계천 때도 노점상과의 문제, 걷어내는 것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등 갖춰진 절차가 있었다. 이걸 임기 내 처리할 수 있냐 했는데 첨 공약집에 나온 대로 했다. 그런 걸로 보면 건설회사 사장은 다르다.


덕진 이걸 추진력이라고 말하는 거다. 국민들이 운하가 뭔지 감을 못 잡는 거다. 어쨌든 일자리가 생긴다는 생각, 건설경기 붐이 일어나면 각종 자재나 하청, 뭐해서 일거리가 생기니까 이렇게만 생각하게 되지.


신개발(발전)이라는 게 사실 하는 과정에서의 반대론자는 무능력한, 무기력한, 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 그러니까 못산다는 패러다임에 갇히는 거고, 그걸 하는 사람은 추진력 등이 있는 거구, 결과는 사진 한 장으로 스펙터클 하잖아로 결론 나는 거라서, 사회운동이 이런 싸움해 본 게 많지 않다.


현영 한편으로 태안에 몇 만 명 내려가는, 전근대적 동원이 가능한 이 사이콜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뜨면서 외롭고 불안정하게 되면서 불안정성이 강화되는 한편 공동체주의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어떤 식의 스펙터클과 만나면서 TV의 라인업 조가 가고 기름 뒤집어쓴 병아리 나오고 하면 마음 움직이게 되고, 중요한 건 마음을 움직이는 그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 대외정책이든 정책적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로 가고 있지만. 이명박이 무서운 건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신자유주의를 가지고 있으면서 굉장한 기독교 근본주의-교회를 중심으로 한 복지서비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서 거기로 뭉치는 게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중심으로 보육 서비스를 개편하고 교회를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초등학교나 동사무소 중심으로 지역복지서비스를 재편한다고 얘기했는데 이명박은 교회가 있는데 왜 그러냐, 이런 식으로….


사회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건 민간으로 넘긴다는 게 이명박의 공약이다.


권김현영 | 성공회대 강사
현영 대표적으로 교회가 통합의 욕구를 자각하고 그런 식으로 뭉치게 만들고 거기서 민간으로 아웃소싱 가능한 자원으로서 가동 가능한 이 두 가지를 잘 잡고 있다. 부시가 했던 전략하고 동일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작은 정부, 감세정책, 종교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이런 이명박에 대해서 진보진영은 무조건 반이명박 전선으로 모이자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떤 게 더 좋은 것이냐의 이야기가 누굴 중심으로 갈 게 아니라 그 동안의 경험들이 뭐였냐? 이 세계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을 세밀하게 그려야 한다. 이 안에서의 공부건 준비건 이런 것들이 단위, 단위별로 필요한 게 아닌가. 구체적으로 토건국가 중심이 아닌 마을공동체 중심이라면 이걸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공동체가 대단위 전체주의적인 동원정치가 아니라 공화주의적 공동체 정치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가치에 대한 싸움을 준비하고 구체화 시키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자유주와 교회 근본주의의 결합


근데 나는 명박이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장 때 일하는 방식이 기본적인 시정의 골격은 건드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추진본부를 꾸려서 했다. 나머지는 쭉정이가 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개발시책만이 서울시정인 거처럼.


덕진 이명박이 큰 틀에서 신자유정책으로 가면서도 뭔가 2, 3년 국민의 눈을 가리고 현혹시킬 수 있는 충분한 걸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은 골라서 데려가느라고 별로 브레인이 없었지만, 브레인이나 인력의 질로 보면 노무현 정부보다 질 높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구.


사회 이데올로기 공세도 세련되게 할 수 있고.


덕진 세련된 거엔 늘 (사람들이) 넘어가지.


현영 진짜 무서운 건 ‘이명박이 버스와 청계천을 잘 했다’가 이명박이 복지를 얼마나 망쳤고, 서울을 지금 엉망으로 만들었냐가 중요해지지 않게 하는, 그러니까 몇 개를 잘하면 되어버리는 문제다. 프랑스에서 근대 초기에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한테는 복지를 제공하지만 게으른 사람들한테는 낙인을 찍고 이랬던 것처럼 정말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될 거 같다.


사회 차별분야에 대해 생각하면, 이명박 스스로도 대선과정에서 차별적인 말들을 구사했다. 반차별운동을 해야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차별금지법은 제정하면서도 실제 현실에서 반차별 구조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운동이 어떤 전략으로 갈 것이냐는 전략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적극적 제도개혁투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내용이든 경제적 약자와 관련된 내용이든, 구체적인 제도개혁, 제도를 갖고 싸우는, 지금 문제는 그런 게 없이 ‘이명박이 됐네’ 하고 표류하는 느낌이다.


덕진 이명박 공약 중에 교육 공약이 제일 문제다. 미국에서 자립형 사립학교는 기숙사에 무조건 살아야하는데 1년 학비가 3만 불 든다. 공립학교는 공짜다, 유학생도 공짜였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도 사립학교는 천만 원 든다. 사립학교는 전체 인원 다 해도 5백 명에서 천 명 정도인데, 공립학교들은 LA나 이런데서 학교가 모자라니까 스쿨버스 동원해서 분산한다. 할렘의 흑인, 이주민들 중에서도 돈 없는 못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학교자체가 신분의 차이를 가른다. 실력이 아니라 경제력에 따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신분이 갈리는 거지.


현영 새로운 신분제 사회의 도래인가?


교육이 제일 치열한 전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공약을 시행에 옮길 때 반발이 있을 거 같다. 당장 계측이 되지 않을 뿐이지. 사람들이 볼 때 현실화되는 과정에 80% 이상이 소외될 거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저항, 반발 이런 것들을 조직하는 게 운동의 몫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신분제 사회의 도래


사회 이미 IMF 10년의 결과는 빈부격차나 물적 토대로 봐서는 확연한 계급차가 나는데 사람들의 의식은 안 그렇다. 의식과 물적 토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갭을 어떻게 메우느냐? 대선 결과는 진보진영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걸 냉정하게 보여줬다.


현영 잘 나지 않으면 차별받는데 못난 거 차별받는 게 무슨 문제이겠나. 신자유주의가 놀라운 것은 내가 뭔가 더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데, 열심히 살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냐? 전선이 안 만들어진다.


덕진 희망은 사실 돈이다. 일반국민의 희망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거고 삶의 질을 돈으로 높이는 거다.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는 펀드해서 돈 못 벌면 바보고, 은행에 돈 넣어놓으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 희망을 박탈하는 게 맞느냐면, 그것도 아니잖은가.


박래군 | 월간 <사람> 편집인
사회 그런 상황에서 인권, 평화, 생태의 가치는? 이렇게 예측되는 상황에서 인권운동은 어떻게 가야 하나? 뭘 할 거냐를 얘기하자.


덕진 예방하는 운동이 있을 거구, 실정을 할 때마다 그것에 반대하는 투쟁이 있을 건데, 예방적인 투쟁은 안 먹힐 거 같다. 인권, 평화 얘기? 반 이명박 투쟁을 내걸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반성해서 명박이 발톱을 드러낼 때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싸움이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수능총파업 같은 거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소비욕망과 관련해서는 대중문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적’을 순으로 따지면 ‘버라이어티쇼’가 1위다. 예를 들면 상위소득계층 20%만 구매할 수 있는 건 광고금지 한다는 지, 아파트 광고를 금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정서나 사고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덕진 대중들은 운동권이 하는 집회도 싫어하고, 삼보일배도 싫어하고, 단식하고 머리 깎아도 싫어하고 다 싫어해. 기자회견도 싫어하고 길 막는다고 싫어하고 우리는 이제 왕따야. 사회에서 우리가 왕따인 거야. 근데 이 한줌도 안 되는 세력이 뿔뿔이 흩어져 있고, 절대 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


<경향신문>이나 <프레시안>에서 그런 지적을 많이 했던데, 이명박은 콘텐츠가 있었다. 우리가 찬성하든 말든 입장 차이가 있어도 콘텐츠가 있는데, 정동영은 아무런 콘텐츠가 없었다. 민노당도 2002년엔 부유세나 이런 게 있었는데 비정규직, 양극화가 첨예한 쟁점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뚜렷한 무언가가 없었다.


현영 우리끼리 너무 분리되어 있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어떤 일에서, 반 이명박 프레임을 가지고 얘기하거나 반보수를 얘기하는 것보다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게 뭐냐를 물어보고 그걸 통해서 답을 찾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이 뭐가 나쁘냐가 아니고,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주는 거, 이명박이 제일 못하는 건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가 이걸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을 통해서 내가 어디에 위치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질문이 중요한 거 같고, 예를 들어 지역이라든지, 청년, 이런 것에 대한 아젠더를 다른 방식으로 세팅해서 사람들이 지금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팅을 다르게 하면 그때 도출될 수 있다. 이렇게 5년을 질문을 통해 만들어 내야하지 않을까.


대중과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사회 운동의 관성이 무섭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간다. 무슨 사건 터지면 집회하고 기자회견하고 하다 보면 1년 다 가버린다.


일상적 구조를 하나도 해결 못 해주면서 체제고 나발이고 뭐가 있나. 좋은 일 많이 했지만, 일상적 부조리함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적, 거시적인 운동은 전달되지 않는다.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과정이, 무능한 세력보다 부패한 세력이 낫다로 나타났는데 치욕적이다. 이런 걸 깨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운동으로 돌아가는 기획이 필요하다.


현영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인권, 환경, 연대 이런 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람들의 언어로 이야기해내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 인권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그 뒤의 도덕주의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이야기로 인권을 만들어 내는 방식 같은 거.


덕진 지역주민들이 똘똘 뭉쳐 싸우면서 아파트값 떨어지기 때문이라고는 절대 얘기 안한다. 주장하는 건 아이들의 교육권, 환경권을 말하는데 이미 사람들이 결집하는 건 나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프레임을 바꾸는 준비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영 진짜 누구를, 누구의 문제에, 누구의 권리와 혹은 어떤 식의 권리에 대한 아젠더 세팅이 완전 달랐는데, 지금은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여성주의로 이야기된다. 좀 달라지자. 각각 갈라지고 다시 재편되고, 그 실용주의적 정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의 담론 투쟁을 많이 해야 한다. 가족주의만 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여협(여성단체협의회)부터 급진론자까지.



프레임을 바꾸는 준비과정이 필요


계속적인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십년동안 트랙을 재보수하는 문제로 싸웠는데 아니라고 하면 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권을 누가 잡느냐로 바라보면 그 기존의 트랙이 중요한데 그런 건 아니다. 트랙을 새로 만들 수도 있는 거구. 그런 상상력과 기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제도를 A부터 Z까지 정권차원에서 벌어지는 1부터 100을 보고 고민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을 거 같다.


덕진 명확한 센텐스는 가지고 있는데, 지금 하던 일 계속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호들갑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지전이라는 표현이 좋은 거 같은데 준비하고 장기적으로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패러다임 바꾸고 정서를 바꾸는 걸 고민해야지, 단발성의 싸움에 소모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정리 | 편집부
사진 박김형준 | 객원기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부 |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