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초등학생 ‘납땜’학습, 목숨 걸고 한다?

맨손으로 유해 중금속 납 녹이라니, 교사들 “위험 천만”

K출판사가 낸 초등 <실과> 교과서 75쪽.

초등학교 납땜 수업이 학생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 가운데 하나인 납을 녹여 학습하는 내용이 6학년 실과 5종 교과서 모두에 실려 있어 수업 과정에서 화상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납이 어린이 뇌에 치명적일뿐더러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원인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인교대 초등미술교육연구소의 윤국재 연구원(경인교대 파견교사)은 13일 “납은 극히 낮은 농도로 노출되어도 IQ감소, ADHD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실과 교과서에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납땜 수업이 들어가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교과부 검정을 통과해 지난해부터 사용한 K출판사의 초등학교 6학년 실과교과서 75쪽을 보면 ‘간단한 전자회로 꾸미기’란 단원에서 인두로 땜납을 녹여 납땜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교과서에는 맨 손으로 납땜을 하는 학생의 손이 실려 있다. 이 교과서는 주의사항으로 “납땜을 할 때 나오는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도록 한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납땜은 고농도의 납을 뜨거운 열로 녹여 사용하기 때문에 호흡이나 피부 접촉으로 어린이 몸에 곧바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학교의 납땜 교육은 환기시설이나 안전 장비 없이 진행되고 있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실과교과서 지도서에는 납의 고위험성에 대한 주의사항도 적혀 있지 않다고 한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상당수의 선진국 학교에서는 납땜 수업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유럽연합은 학교 수업은 물론 일반 전자제품의 조립과정에서 땜납을 쓰지 않도록 의무화했다고 이 연구소는 소개했다.

교과부 “사회적 요구 있으면 교과서 수정 협의”

교과부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원래 초등학교 6학년 실과 교육과정에는 ‘납땜’이란 용어를 직접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교과서에는 관례적으로 납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정 교과서는 집필 과정에 교과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회적 논란이나 요구가 있다면 출판사와 집필진에게 내용 수정 협의를 요청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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