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교조 출신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 "전교조가 마음 놓고 목소리 내게 만들겠다"

국회의원(통합진보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

국회의원(통합진보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 국회에 입성하게 된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14대)이 밝힌 첫마디다. 그리고 19대 국회가 문을 열면 "이주호 장관을 불러내겠다"고 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타당하게 제기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공감하도록 하겠다"고 정 전 위원장은 강조했다.
 
전교조와 관련해 정 전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마음 놓고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규정했다.
 
통합진보당이 10.3%를 얻어 정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정 당선인의 양복 상의 옷깃에는 통합진보당 배지가 꽂혀있었다. 핸드폰에는 황금색인 참교육 로고가 붙어있었다. 다음은 정 당선인과 나눈 일문일답.
 
- 전교조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좀 어리벙벙하다(웃음). 국회의원이 된다는 현실을 맞닥뜨리니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교육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 국회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뭔가.
 "투표 날 수학여행을 가도 교과부가 아무 말 없는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타당하게 제기할 것이다. 아이들을 경쟁으로만 내모는 이주호 장관을 국회로 불러내겠다. 경쟁교육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공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MB교육정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MB교육정책은 1% 특권층의 수요에 맞춰서 99%를 들러리로 세우는 교육이었다. 이것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지 않나."
 
- 국회의원을 하려는 이유가 있었나?
 "그동안 굳어진 교육 권력을 교체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전교조가 수없이 많은 교육개혁을 외쳤지만 왜곡되거나 폄하됐다.
 전교조 활동 경험을 토대로 교육의제를 실질적인 사회의제로 만들겠다. 자율과 협동이 아닌 지시와 통제로 죽어있는 교육을 만든 학교장과 교육청, 교과부의 인적·구조적 요인을 바꿔내는 데 일조하겠다."
 
- 전교조의 한계라고도 들린다.
 "전교조 위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역부족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선생님들의 생각을 담아 교육 개혁을 주장했지만 반대 의견으로만 치부된 23년 아니었나. 전교조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와 관계없이 이미 보수집단이 매도했다. 보수 수구 집단이 전교조의 진의를 악용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정치 일선에서 그것을 깨뜨리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전교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말로만이 아니라 내용적인 면, 활동적인 면에서 실질적으로 도약할 시기다. 주의나 주장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주장과 요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전교조 활동이 참교육 실현의 토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지 못해 안타깝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가장 먼저 당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했다. 비례대표 자리도 교사와 공무원을 위해서 비워뒀다. 지난 2010년 있었던 정당 후원 관련 전교조 탄압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은 함께 대응했다. 이런 활동이 당에 믿음을 갖게 했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어떻던가.
 "교사들뿐 아니라 학교장 등 관리자들은 학교 현장을 모르고 시행하는 제도와 법률을 막아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체육수업시수 확대를 대표적으로 거론했다. 혼란을 준다는 얘기다. 얼마나 소박한 바람인가. 현장 교사 출신으로 새겨들었다."
 
- 전교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전교조가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본다. 전교조의 진의를 사회에 제대로 전달하고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교조가) 마음 놓고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
 
-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과 2010년 송년회 모임 등으로 자질 논란이 여전한데.
 "그런 얘기가 나올 때 참 두렵다. 타당한 지적이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불편하다.
 다만 위원장으로서 부족함이 있었을 수는 있다. 제도적 여건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진심을 다해 처리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실수로 아픔을 줬다면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것을 간혹 다른 의도와 결합하는 것은 인정이 안 된다.
 진정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심장을 뒤집어서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 아픔들이 어서 빨리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내고픈 사안 하나를 꼽는다면?
 "학교 안과 밖을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담장을 허물고 싶다. 예를 들면 143개 나라가 선거연령을 18세로 하고 있다. 하향화하는 추세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정말 해보고 싶다. 고3 나이에 투표권이 주어지면 학생은 누구를 뽑아야 하고 어떤 공약이 더 국민을 위한 공약인지 부모와 얘기를 한다. 교사와도 대화한다. 그 과정에서 비판정신과 대안을 찾는 작업을 한다. 죽어있는 지식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초·중등교육의 목표인 민주시민 교육을 하는 셈이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다.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국회에서) 하고 싶고 보이지 않는 장벽이 사회와 학교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말하고 싶다."
 
- 지지해 준 교사와 국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
 "국민의 심판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 현장 교사가 곧장 국회로 들어가는 일은 처음이다. 국민적인 요구가 사회적인 의제가 되도록 진정한 국민의 국회의원이 되겠다. 잘 했을 때는 자긍심을 갖고, 못했을 때는 함께 실망하고 고민하면 좋겠다. 공무원들의 바람도 충분히 헤아리겠다. 엄중한 책임감으로 활동하겠다. 함께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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