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혁신: 총선 수업현장]“투표할 수 있으면 선거에 더 관심”, "어른이 우리 삶 결정한다고 생각"

서울 고척중. 투표권 없는 중3학생들이 벌인 사회 수업 현장

"여기 봐봐, 물가안정 공약 좋지 않아? 물가가 비싸서 살기 힘들잖아."



"맞아. 그런데 무상교육 공약이 더 좋은 거 같아. 돈이 없어도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중 3학년 12반 교실. 3모둠에서 책상을 맞대고 앉은 이수현 학생과 김현지 학생이 민주통합당과 진보신당의 공약을 비교하며 옥석 고르기를 했다. 이 날은 오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꼭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이들 학생이 들여다본 공약은 모둠 구성원인 4명의 학생이 사는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와 정당의 공약을 직접 조사한 내용이었다.

 

이 지역은 구로구갑 선거구로 이범래 새누리당 후보와 이인영 민주통합당 후보, 강상구 진보신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인 곳이다.

 

한참을 비교하고 고민하던 수현 학생은 물가 안정을 내세운 정당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적었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시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어 하신다"는 게 선택 이유.

 

수현 학생과 토론이 벌인 현지 학생은 "무상교육을 하면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이 없어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무상의료를 하면 아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맘에 드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했다.

 

이날 6교시 수업과목은 사회. 총선 시기에 맞게 '나의 정치적 입장'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지난 9일 수업시간에 담당인 이금자 교사가 낸 지역 후보와 각 정당의 공약과 정책을 조사해 오라는 과제를 미리 해 온 터였다.

 

이 교사는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호주 같은 나라는 투표의무제를 실시하고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수업 자료에 따르면 호주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합당한 이유 없이 선거에 불참하면 벌금을 내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의 평균 투표율이 90%가 넘는 이유다. 호주 뿐 아니라 벨기에, 브라질 등 32개국에서 의무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 모둠별로 정당의 공약을 비교한 뒤 각자 마음에 드는 정당을 정했다. 그리고 각자 정한 정당별로 다시 모둠을 짰다. 12반 37명의 학생이 뽑은 정당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진보신당, 국민생각 등 4개 정당이었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엔 '평소에 지지해 온 정당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적은 학생이 대다수였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게 이유. 그런데 정책을 조사하고 비교하면서 자신이 좋다고 판단하는 정당을 선택했다.

 

김유리 학생은 "투표를 하지 않기에 나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고 느꼈다"고 전하면서 "그런데 막상 조사해 보니 무상교육 등 나와도 상관있는 정책들이 나오고 도움이 되는 정책도 있었다. 우리도 투표를 할 수 있으면 더욱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뼈 있는 소감을 전했다.

 

수업을 마친 이금자 교사는 "서울 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민주시민교육으로 민주주의를 직접 배우고 선거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남의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고 우리의 얘기다"면서 "아이들이 민주주의하면 바로 떠올리는 게 선거더라. 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있는 기회에 자기 조건에서 부담 없이 진행하면 학생들에게 더욱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4.11 총선을 맞아 학교 현장에서 총선계기 수업이 진행됐다. 서울 고척중학교와 전북 신동초등학교에선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과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며 옥석을 가렸다.안옥수기자 최대현 기자




전북 신동초 4개 정당, 7개 공약 탐색기
"어른들도 꼭 공약 비교했으면 좋겠어요"
전북 전주에 위치한 신동초 5학년 1반 교실. 7개 모둠 책상 위로 학생 의자 하나가 올라와 있다. 의자 등받이 뒤에는 각 모둠이 정책별로 정당의 입장을 조사한 내용이 담긴 전지가 나붙었다.
 
담임인 이윤미 교사가 ▲대기업 또는 고소득층에 대한 조사 부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도 ▲유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반값등록금 추진 ▲원자력 발전소 건설 추진 등 반 아이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공약을 7개로 정리해 모둠별로 조사해 오라고 과제를 냈다. 전지는 반 아이들 과제물이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유권자는 아니지만 정당의 공약을 알아보면서 선거와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부모님과 함께 조사하면서 투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이번 수업 배경을 얘기했다.
 
29명의 학생들은 모둠별로 흩어져 전지에 눈을 모았다. '와우' 모둠 조현진 학생은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도입 여부에 대한 정당 입장을 조사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현진 학생은 "똑같이 일하는데 정규직보다 돈을 적게 받으면서 차별받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꼭 필요할 때만 비정규직을 채용해야 하는 데 찬성해"라고 말했다.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했다.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풍경이다.
 
아이들은 자리를 옮겨가면서 자신의 모둠이 조사한 정책 뿐 아니라 7개 정책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살펴봤다.
 
신태엽 학생은 "무상급식 찬성해요. 고등학생 누나, 형들 열심히 공부하는 데 잘 먹을 수 있게 나라에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반면 한가희 학생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공부할 때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까 무상급식을 하고 초등학생은 돈을 많이 안 쓰니까 무상급식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다른 의견을 보였다.
 
가희 학생은 "공약을 조사하면서 매니페스토 운동도 알게 됐어요. 참된 공약을 정하는 운동이었는데 각 공약과 의견을 알아보고 어떤 게 더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0여분에 걸쳐 모든 모둠을 돌고 나니 학생들은 마음이 가는 정당이 생겼다. 이 교사가 지지하는 정당을 표현하게 했다. 김서현 학생은 "위험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진보신당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이용수 학생은 "좋은 의견을 많이 낸 거 같아서 민주통합당을 찬성해요"라고 말했다.
 
"여러분, 이렇게 수업을 해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스마트TNT 모둠의 공현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여러 가지 정책을 알아서 좋았어요. 어른들도 잘 비교해서 나라를 올바르게 만들 정당에 투표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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