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의 신식민주의

"우리는 프랑스가 아닌 우리 국민을 위해 직접 금을 채굴할 것이다!" 부르키나파소의 지도자, 이브라힘 트라오레. 출처: African Hub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는 완전히 탈식민화된 적이 없다프랑스는 옛 식민지에 위치한 자국 자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프랑스 군대를 그 나라들에 주둔시키는 데 성공했고옛 식민지 국가들도 이에 동의했다이에 따라 프랑스는 자국의 옛 식민지 정치에 개입할 막대한 기회를 손에 넣었다게다가 이들 국가는 프랑스 프랑과 고정 환율로 연동된 CFA 프랑이라는 통화를 채택하게 되었고이 고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통화정책은 프랑스 중앙은행이 통제했다통화정책은 경제정책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곧 경제정책 전반이 프랑스에 의해 통제되었다는 뜻이다이러한 체계는 프랑스가 유럽연합에 통합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다따라서 옛 프랑스 식민지들의 독립은 항상 심각하게 제한되었고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혁명가들이 집권할 경우 프랑스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냉혹하게 신식민주의적 탄압을 가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집권한 혁명가 토마 산카라(Thomas Sankara)는 자국에서 프랑스 군대를 철수시키고자 했지만그의 당 동료 중 한 명이 프랑스의 사주와 지원을 받아 일으킨 쿠데타 탓에 암살당했다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신식민주의에 맞선 투쟁은 계속되었고그 저항의 지도부는 종종 현지 군에서 등장했다. 2022년 초에 부르키나파소에서 결성된 '애국운동구국복원단(PMSR)'의 지도자인 이브라힘 트라오레(Ibrahim Traore) 대위는 2022년 9월 30일 집권하자마자 프랑스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했고실제로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다나아가 그는 자국이 빠져 있던 CFA 프랑 체제도 끝내버렸다트라오레는 말리와 니제르라는 두 이웃 국가와 함께 '사헬국가연합(AES)'을 결성했고이 두 국가 역시 진정한 탈식민화를 열망하는 정치적 격동을 겪고 있었다니제르에서도 프랑스와 미국 군대가 철수 당했고미국 국방부가 운영하던 드론 기지도 폐쇄되었다이처럼 AES는 제국주의에 있어 광물 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이들 자원 중 금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부르키나파소는 2024년에 57톤의 금을 생산하며 아프리카 최대 금 생산국 중 하나가 되었다그러나 그 나라 사람들은 금 생산으로부터 거의 이익을 얻지 못했고금광을 소유한 외국 기업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챙겼다. PMSR 정부는 2024년에 SOPAMIB라는 국영 회사를 설립했고이를 통해 금 채굴에 종사하던 외국 기업들을 점진적으로 인수했다정부는 국유화된 금광에서 발생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산업화교육 확산국민 보건에 투입했다최근 달러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많은 달러 보유자가 금으로 옮겨가자금 가격이 상승했고부르키나파소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프랑스군 철수 이후 서방이 직접·간접적으로 가한 경제 제재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트라오레 정부는 이뿐만 아니라 수공 금 채굴 부문도 규제했고자국 내에 금 정제소를 설립했으며부르키나파소의 다른 1차 산품들을 국내에서 가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정부는 농민들의 농업 생산량 증가를 도왔고식량 자급을 향한 조치를 실행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예상대로 미국의 분노를 샀다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사령관 마이클 랭글리(Michael Langley) 장군은 미국 상원 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라오레가 금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개인 경호를 강화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악의적으로 주장했다아프리카 전역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랭글리의 발언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하지만 그의 발언은 어쩌면 트라오레를 겨냥한 쿠데타의 정당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는지도 모른다실제로 4월 16트라오레 정권을 '독재'로 몰고 부르키나파소의 인권 침해를 부각하는 익명의 서방 매체 보도가 쏟아지던 와중에 쿠데타 시도가 일어났다하지만 쿠데타는 실패했고공모자들은 체포되어 트라오레가 산카라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쿠데타 시도는 탈식민화를 이루려는 아프리카 국가에 제국주의가 얼마나 전형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마치 오래된 진부한 대본을 다시 읽는 느낌마저 든다프랑스어권 아프리카를 포함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탈식민화 투쟁은 다양한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예를 들어부르키나파소는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는 동시에 국토의 40%를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반란도 겪고 있다게다가 이 지역 곳곳에는 제국주의 자금으로 유지되는 친서방 정권들이 존재하며이들은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형식적인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제국주의는 이러한 정권들을 통해 탈선한 정부에 제재를 가하거나 쿠데타를 일으키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는 부르키나파소에 맞서 동원되었다이들은 혁명 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친서방 정부를 전복하고 집권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 경제 제재를 위협했다그러나 트라오레 정부는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이는 대규모 거리 시위로 입증되었다결과적으로 AES는 ECOWAS에서 이탈한 조직으로 탄생했다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는 프랑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쿠데타의 거점으로 이용되어 왔으며산카라 암살 쿠데타 주모자들도 결국 코트디부아르로 도피했고그곳에서 여전히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올해 4월의 실패한 쿠데타도 코트디부아르를 거점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탈식민화 운동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아프리카 전역에서 수천 명이 트라오레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며 제국주의자들에게 부르키나파소를 놔두라고 외쳤다파트리스 루뭄바(Patrice Lumumba), 아밀카르 카브랄(Amilcar Cabral), 에두아르두 몬들라네(Eduardo Mondlane), 토마 산카라가 목숨을 바쳤고크와메 은크루마(Kwame Nkrumah)와 줄리어스 니에레레(Julius Nyerere)가 평생 싸워온 그 대의가 아프리카 민중에게 강하게 울림을 주고 있다지금 우리는 아프리카 해방 투쟁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하지만 제국주의는 앞으로 이 투쟁에 더욱 악랄하게 맞설 가능성이 크다과거 프랑스의 이해관계에 더해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 하에서 전 세계 원자재를 장악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아프리카는 그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트럼프는 이미 콩고의 광물 자원을 콩고 정권과 공모하여 통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특히 신기술에 필요한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는 트럼프의 집착은 향후 별도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하지만 그의 집요함은 우크라이나와의 거래그린란드를 차지하려는 야심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계획해저 자원까지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공정한 중재자'를 자처하는 것도 두 나라의 풍부한 자원에 접근하려는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아프리카는 앞으로 제국주의와 탈식민화 세력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전장이 될 것이다제국주의는 자원을 독점하려 하고탈식민화 세력은 이 자원을 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

[출처] Neo-Colonialism in West Africa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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