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옥수수 재배 미국 압박에 저항하는 멕시코

3월 17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유전자변형(GM) 옥수수 재배를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법으로 공포했다이 조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하의 무역 중재 재판소가 2023년 멕시코 대통령령에 대해 내린 판결 이후 이루어졌다당시 재판소는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토르티야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해당 대통령령이 불공정 무역 관행에 해당한다는 미국의 제소를 인용했다.

멕시코 정부는 재판소의 판결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1년간 이어진 사건에서 멕시코가 제시한 과학적 증거를 세 명의 중재인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정부는 판결을 존중하기로 하고중재 판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대통령령의 세 가지 조항—즉향후 GM 옥수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들—을 철회했다그럼에도 정부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 사용 중단 조치, GM 옥수수 수입 추적 프로토콜 수립그리고 국내에서의 GM 옥수수 재배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헌법 개정은 그중 마지막 조치인 GM 옥수수 재배 금지를 보다 영구적인 형태로 명문화한 것이다. GM 옥수수는 이미 10년 넘게 재배 제한을 받아왔지만헌법상 금지는 특히 결함 있는 중재 재판소의 결정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저항 행위이자 주권 선언이다.

출처 : Unsplash, Jen Theodore

무시된 증거무시된 옥수수의 뿌리

옥수수는 멕시코의 농업요리영양문화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멕시코는 옥수수의 기원지이며이 작물은 수천 년 전 이곳에서 처음으로 재배되었다지금도 옥수수는 이 나라의 농업과 식단문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셰인바움 대통령은 GM 옥수수 재배에 대한 헌법상 금지를 승인하며 옥수수 없이는 나라가 없다(Sin maíz no hay país)”고 선언했다.

멕시코는 GM 옥수수가 토착 옥수수 품종과 교잡을 일으켜 유전적 침투를 유발하고이에 따라 멕시코 전역의 64개 랜드레이스(landraces, 오랜 세월 동안 농민들이 재배·선발·적응시켜 온 지역 고유의 전통 품종)’와 22,000개 이상의 지역 토착 품종이 위협받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이 품종들은 수천 년에 걸쳐 농민들이 다양한 토양고도기후식습관관습에 맞춰 적응시켜 온 유산이다.

2023년 대통령령을 옹호하며 멕시코 정부가 제출한 증거를 두고중재 재판소조차도 멕시코가 "멕시코 내에서 GM 옥수수 곡물을 직접 섭취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인체 건강에 대한 위험"과 "GM 옥수수가 비의도적비허가통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퍼짐으로써 토착 옥수수가 트랜스젠 유전자에 오염될 위험"에 대해 "자격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부터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인정했다. (이 증거는 멕시코 국가과학기술기구(CONAHCYT)의 방대한 공식 간행물에 요약되어 있다.)

무역 중재 재판소는 판결에서 이러한 위험에 대한 우려를 기각하면서멕시코 정부가 제시한 강력한 과학적 증거에 대해 여러 오류를 반복했다사실상 재판소는 멕시코가 관련 과학 원칙에 근거한” 승인된 위해성 평가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인체 건강에 대한 위험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이 과학 원칙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절차 규범을 가리킨다.

재판소는 토착 옥수수에 대한 위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하지 않았다이들은 이미 비유전자변형 하이브리드 품종에서도 유전자 이동(gene flow)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GM 옥수수로부터의 특별한 보호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멕시코는 GM 옥수수가 토착 공동체와 농민 공동체의 전통과 생계에 미치는 위협이 비토착GM 옥수수의 위협보다 더 크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러한 안일한 논리는 생명공학 업계의 주장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옥수수의 발상지인 멕시코에서는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재판소는 하이브리드 옥수수로부터의 교잡 역시 토착 옥수수의 유전적 무결성을 똑같이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GM 작물과 기존 육종 품종이 본질적으로 상당히 유사하다는 주장은 이미 과학적으로 신뢰를 잃었으며최근의 유전자 발현 분석 기술은 GM 식물 세포에서 뚜렷한 유전자 발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분자 유전학자 마이클 안토니우(Michael Antoniou)는 이러한 차이를 전문가 진술서에서 상세히 설명했으나재판소는 그의 진술뿐 아니라 다른 세 전문가의 진술도 번역조차 하지 않았다당연히 판결문에는 안토니우의 기여가 언급되지 않았다.

GM 옥수수로 인한 오염과 하이브리드 옥수수로 인한 교잡을 동일시하는 것은 과학과 멕시코 문화 모두에 대한 중대한 오해다. GM은 정의상—그리고 이번 헌법 개정에서도 명시되었듯—종의 경계를 넘는 유전자 조작을 수반하며예컨대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옥수수에 삽입해 해충을 퇴치하도록 만든다반면하이브리드 옥수수는 서로 다른 옥수수 품종을 교배해 얻어진 것으로그 유전자는 여전히 100% 옥수수에 속하며 타종 유전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멕시코 농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하이브리드와 토착 품종을 의도적으로 교잡해 자신들만의 품종을 개발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멕시코의 농업 과학자들은 이러한 품종을 크리요요(criollo)’라고 부르며이들은 자연수분 방식으로 유지되어 농민들이 스스로 씨앗을 채종하고 재배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교잡은 GM 옥수수로부터의 원치 않는 오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GM 옥수수로부터의 유전자 이동은 농민들의 동의 없이 강제되며농민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않는 전적으로 원치 않는 결과다농민들은 이를 유전적 오염이라고 부른다이는 토착 품종에 장기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트랜스젠 유전 형질은 오염 직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며이는 농민이 인지하지 못한 채 매년 그 꽃가루를 통해 오염을 다른 식물에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멕시코 연구자들은 2013년 자국 토착 옥수수 품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러한 오염을 발견했다생명공학자 안토니오 세라토스(Antonio Serratos)는 해당 조사에 참여했으며멕시코시티 도시 외곽의 작은 농경지에서 다양한 토착 품종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는 이 다양성에 고무되었지만검사한 토착 품종 일부에서 트랜스젠 유전 형질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는 당시 필자에게 멕시코의 들판에서는 트랜스젠 토착 옥수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GM 옥수수 씨앗이 팔리거나 교환된다면오염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 것입니다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소의 오도된 논리는 토착 옥수수의 유전적 무결성을 문화적 유산으로 간주하는 원주민 공동체에 특히 중대한 문제다실제로 멕시코는 미국과의 분쟁에서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보장하는 원주민의 문화 권리에 대한 존중에는 작물과 식품의 오염으로부터의 보호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재판소는 이에 대해서도 평가를 회피하며멕시코가 토착 옥수수를 하이브리드 옥수수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면, GM 오염으로부터의 보호 조치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씨앗 교환 관행에 대한 위협

재판소는 멕시코의 GM 옥수수 규제를 토착 품종 보호에 과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보다 나은 대안으로 원주민과 농민 공동체의 비공식적 씨앗 교환 관행이 기저의 문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멕시코 측 변론 준비를 도운 연구자 에리카 하그먼(Erica Hagman)은 씨앗 교환 제한은 씨앗 다양성과 진화의 과학과 전면 충돌한다고 말했다멕시코의 풍부한 옥수수 다양성은 수천 년 동안 농민들이 들판에서 시행해 온 적응적 실천의 직접적인 결과다바로 그런 방식으로 멕시코는 2013년 조사에서 확인된 2만 2천 개가 넘는 독특한 토착 품종을 생산해 낸 것이다농민들은 서로 다른 품종을 저장하고 교환하고 실험하면서자국의 환경과 공동체의 영양 및 문화적 기호에 더 적합한 옥수수를 개발해 왔다재판소가 GM 오염을 막기 위해 이러한 씨앗 교환을 제한하라고 제안한 것은 농업 생물다양성의 현지 보전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토착 공동체가 오랜 세월 지속해 온 다양화 과정을 생각할 때씨앗의 자유로운 교환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에리카 하그먼은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접근은 인권특히 원주민과 농민 공동체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의지의 부재를 드러냅니다이는 공공의 이익을 사적 이익에 종속시키는 자유무역협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멕시코의 GM 옥수수 재배에 대한 헌법상 금지는 이러한 오도된 논리가 공공 정책에 반영되지 않도록 한다해당 개정안은 시민사회로부터의 제안을 반영해 그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생식이나 재조합의 자연적 경계를 넘는 기술예컨대 트랜스제닉 기술로 생산된 모든 작물을 금지함으로써새롭게 등장하는 유전자 조작 씨앗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다이는 일부 차세대 유전자 조작 작물에도 제한을 가하며멕시코가 해당 기술 규제 면에서 유럽보다 앞서 나가게 했다.

헌법 개정안에는 원안에 포함되어 있던 GM 옥수수 소비 제한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는데이는 아마도 무역 판결을 고려한 조치일 것이다그럼에도 최종안은 비GM 작물에 대한 분명한 우선순위를 보여주며향후 보다 엄격한 규제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GM 식품의 건강 위험 증거를 외면한 중재 패널

GM 옥수수와 관련 제초제가 대중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서도재판소는 멕시코가 방어 논리로 제시한 방대한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며 안일하게 대응했다재판소는 멕시코의 주장을 기각했는데이는 곧 멕시코가 GM 옥수수에 대해 토르티야에서 무관용’ 기준을 적용한 것은 자국민이 옥수수 기반 식단을 통해 훨씬 높은 노출을 겪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재판소는 멕시코가 정책을 정당화하기에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아예 그 증거 자체를 다루기를 거부했다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다.

특히 해충 저항성 Bt 옥수수(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삽입한 대표적인 유전자변형 작물)와 같은 GM 옥수수 품종은 남성 불임면역계 변화신장 및 간 독성소화계와 간췌장 손상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해충 저항성과 제초제 저항성을 동시에 갖는 유전자 조합 품종이 확산며수출 옥수수 한 알에 내포된 독성의 총량이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지구의 친구들의 전문가 코멘트에서 설명되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이런 유전자 조합 품종이 가진 복합 독성을 실질적으로 검증하지 않았으며실제로는 각각 승인 품종보다 조합 자체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최신 연구기법은 GM 작물과 전통 육종 작물 간의 상당한 동등성이라는 미국 정부 및 업계 주장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GM 작물 유전체에서 비의도적 유전자 발현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글리포세이트 기반 제초제의 잔류물은 GM 옥수수와 다른 식용 작물에 상당량 남아 있으며영아기 노출이 암조기 신경발달 이상저체중 출산생식계 이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이들 이상은 글리포세이트에 노출된 실험동물에서도 관찰된다.

이러한 증거들을 검토할 기회마다 재판소는 자신들이 앞서 내린 정상적인 위해성 평가가 없으면 증거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결정 뒤에 숨으며 책임을 회피했다그 결과이 사건에서 제기된 핵심 과학적 쟁점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재판소는 미국이 자국의 GM 옥수수가 멕시코 국민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았고, GM 옥수수의 유전자 이동이 비GM 품종보다 더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멕시코 정부가 GM 옥수수 재배를 헌법으로 금지하는 개정을 추진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옥수수 없이는 나라가 없다’ 연대의 타니아 몬세라트 텔레스(Tania Monserrat Téllez)는 이는 토착 옥수수 품종을 방어하고멕시코 국민의 건강을 지키며옥수수와 결부된 멕시코의 생물문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결함 많은 USMCA 판결을 따르기로 했지만국민들이 GM 옥수수를 토르티야에서 몰아내기 위한 싸움을 멈출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멕시코인이 GM 옥수수가 들어가지 않은 토르티야를 원한다고 응답했다현재 비GM 옥수수만을 취급하는 새로운 제분소가 문을 열었으며정부는 이 부문을 위해 비GM 옥수수의 국내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원래의 대통령령은 여전히 글리포세이트 기반 제초제의 단계적 중단과 GM 옥수수 수입 추적 절차의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지난해 통과된 식량권 법은 GM 성분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 대한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이 제도의 시행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소비자 단체나 토르티야 업계가 ‘GM 무첨가’ 자발적 표시제를 먼저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멕시코인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때다. GM 없는 들판과 토르티야그리고 식량 주권.

[출처] ‘Without Maize There Is No Country’

Mexico continues to resist U.S. bullying on the cultivation of genetically modified cor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티모시 A. 와이즈(Timothy A. Wise)는 국제 농업, 식량 주권, 무역 정의, 농민권에 관한 이슈를 연구하고 글을 써온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책 분석가, 저술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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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GM 옥수수 GM 식품의 건강 위험 옥수수 없이는 나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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