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A의 예술적 표현도: 태양 주위를 도는 헬리오센트릭 궤도 위에서 지구를 따라가는 세 대의 우주선으로 이루어진 삼각형 형태의 우주선 군집이 묘사되어 있다. 배경에는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계에서 방출되는 중력파의 표현이 함께 나타나 있다. ⓒ University of Florida / Simon Barke (CC BY 4.0), CC BY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는 우주 공간에서 중력파를 연구하기 위한 최초의 과학적 시도다. 이 임무는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 즉 중력파를 우주 전역에 걸쳐 탐지하려고 한다. 이는 유럽우주국(ESA)이 추진하는 대담한 계획이다.
중력파 혁명의 본질과 LISA가 직면한 과학적 도전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발견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다시, 아인슈타인에서 시작되었다
20세기 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아이작 뉴턴이 18세기에 정립한 중력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원거리 힘’으로 간주하던 중력을, 그는 질량과 에너지가 시공간에 만들어내는 곡률의 표현으로 재정의했다. 이에 따라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운동에 대한 전혀 새로운 설명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태양은 태양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질량을 지닌 천체이며, 그 존재는 주변 시공간을 변형시켜 행성들의 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뉴턴 역학에서 물체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로(최소 작용의 경로)를 따른다. 마찬가지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체가 시공간 기하에서 두 점 사이의 가장 짧은 경로, 즉 ‘측지선’을 따라 움직인다. 태양의 경우, 이러한 이론적 결과는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가 17세기 초에 예측했던 타원 궤도로 행성이 공전한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작용이 거리에도 작용한다’는 개념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제안한 특수상대성이론에 중력을 통합해냈다. 이 이론은 전자기학의 법칙들과 운동의 법칙들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다.
전자기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같은 시공간 구조를 공유하는 상대론적 이론이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생기는 물리적 결과가 바로 중력파의 존재이며, 이는 전자기파(빛)와 같은 개념이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는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기도 전에 이미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그는 이 파동이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고도 예측했으며, 이는 이후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증명되었다.
중력파는 이렇게 탐지되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특성을 연구했다. 그러나 이 파동을 직접적으로 탐지한 것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2015년이 되어서였고, 이 업적은 2017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중력이 물질에 미치는 효과가 극도로 미약하다는 점이다. 중력파가 시공간의 기하를 변화시켜 발생시키는 거리의 변화는 극히 미세하므로, 이를 탐지하려면 현재 기술의 한계에 도전해야 했다. 결국, 미국의 중력파 관측소 LIGO가 거대한 우주적 격변을 포착해 최초의 관측에 성공했다.
첫 번째 탐지는 두 개의 블랙홀로 이루어진 쌍성계에 의해 발생했다. 이들 블랙홀은 각각 태양 질량의 약 30배에 해당했으며,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공전 궤도가 점점 줄어들다 충돌했다. 그 이후로 LIGO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Virgo, 일본의 KAGRA와 같은 지상 기반의 다른 탐지기들도 총 90회 이상의 중력파 사건을 기록했고, 조만간 더 많은 탐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력파를 이용한 천문학은 빠르게 성장하며, 천체물리학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LIGO나 Virgo 같은 지상 기반 중력파 탐지기의 범위와 정밀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초대질량 블랙홀
가장 중요한 과학적 목표 중 하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중력파로 관측하는 것이다. 이들은 우주론적 기원을 지니며,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을 수 있다. 은하와 같은 구조물은 우주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묘사하는 대로 존재하는가? 중력이 매우 강한 조건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이 여전히 성립하는가?
왜 우주 공간에 중력파 관측소가 필요한가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계는 저주파 중력파를 방출한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장은 이와 같은 저주파 영역에서 심한 잡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해당 주파수대에서의 중력파를 지상에서는 감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 공간에 중력파 관측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럽우주국(ESA)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참여 아래, 2017년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라는 뜻의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미션을 채택했다.
LISA는 세 대의 우주선을 삼각형 형태로 구성한 ‘우주선 군집’으로 이루어지며, 각 우주선은 서로 250만 km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를 약 5천만 km 뒤따라 움직인다. 이 우주선들 내부에는 자유 낙하 상태에 있는 질량체들이 들어 있으며, 이들의 상대적인 거리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된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레이저 간섭계 측정을 통해 중력파가 지나갈 때 발생하는 미세한 거리 변화를 탐지하게 된다.
LISA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길었고, 수십 년에 걸친 기술적·과학적 발전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선행 미션인 LISA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도 포함되며, 이 미션은 2016~2017년에 걸쳐 LISA의 핵심 측정 원리를 우주에서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LISA에서의 스페인 측의 중요한 참여
카탈루냐 우주연구소(IEEC) 산하의 스페인 국립과학연구위원회(CSIC) 소속 우주과학연구소(ICE)는 LISA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 임무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데이터 및 진단 서브시스템을 주도했으며, 본 임무인 LISA에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LISA에서는 네 개의 주요 서브시스템 중 하나인 과학 진단 서브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며, 미션을 위한 데이터 센터도 구축해 중력파 신호 검출 알고리즘 개발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현재 LISA는 2024년 초 유럽우주국(ESA)이 설계를 채택한 이후, 구현 단계에 들어섰다.
LISA를 2035년경 발사하기까지 약 10년간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로써 인류는 최초의 우주 중력파 관측소를 궤도에 올리게 될 것이다.
블랙홀의 지평선까지
LISA는 고에너지 물리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지금까지 인류가 얻은 것 중 가장 근접한 초기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는 CERN의 입자 가속기와 비슷한 규모에 해당한다. 또한 우리는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구조를 탐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탐사된 적 없는 극한 중력장 영역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얼마나 유효한지도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중력에 관한 양자 현상을 관측할 가능성도 포함된다.
LISA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새로운 우주 관측의 창을 여는 만큼, 혁명적 발견을 이끌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앞으로의 전개를 주목해야 한다.
[출처] De Einstein a LISA: la revolución de las ondas gravitacionale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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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페르난데스 소푸에르타(Carlos Fernández Sopuerta)는 스페인 고등과학연구위원회(CSIC, Consejo Superior de Investigaciones Científicas) 소속의 선임 연구원(Investigador Científic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