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가자에는 평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전쟁의 일시적 부재만 있을 뿐이다.

통곡의 벽. 출처 : Mr. Fish

점령된 팔레스타인에는 실패한 평화 계획이 넘쳐났다. 그 모든 계획은 세부적인 단계와 일정표를 담고 있으며, 그 역사는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이스라엘은 처음에 원하는 것을 얻는다. 가장 최근의 경우에는 남아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의 석방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모든 단계는 무시하거나 위반한 채, 결국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다.

이것은 잔혹한 게임이다. 죽음의 회전목마다. 이번 휴전도 과거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상업 광고 중단 시간에 불과하다. 총알 세례를 받기 전 사형수가 담배 한 대를 피울 수 있도록 허락받는 짧은 순간이다.

이스라엘 인질들이 석방되면 집단학살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정확히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대량 학살이 최소 몇 주라도 늦춰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학살의 일시적 중단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를 거의 완전히 파괴한 채, 가자를 비워내는 문턱에 서 있다. 그것은 멈출 기세가 아니다. 이것은 시온주의의 꿈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에 220억 달러라는 막대한 군사 원조를 제공한 미국은, 이 집단학살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그 자금의 흐름을 결코 차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측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할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제안서에서 요구한 무장 해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워싱턴은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에게 학살을 재개할 ‘녹색 신호’를 줄 것이다. 트럼프의 허상 속에 존재하는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와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팔레스타인인들의 ‘자발적’ 이주와 맞바꾸는 디지털 토큰 거래의 신기루—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수천 가구의 팔레스타인 피란민 가족들이 가자 휴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철수선 뒤로 병력을 물린 뒤, 가자 지구 남부에서 북부로 향하는 라시드 도로(Rashid Road)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보다 앞서 일부 피란민들이 북쪽으로 귀환을 시작하자, 이스라엘은 헬리콥터에서 마지막 공격을 감행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설령 이 불안정한 휴전이 유지된다 해도, 가족들이 폐허로 돌아가고 인도적 위기가 여전히 심각한 만큼 집단학살의 대가는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것이다. 출처 : 유세프 알자눈(Yousef Al-Zanoun) /Activestills

제안서들 가운데 현재의 이번 제안이 가장 진지하지 못한 사례다. 휴전이 시작된 후 72시간 이내에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제외하면 구체성도 강제된 일정도 거의 없다. 이 제안은 이스라엘이 합의를 파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단서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이 제안은 대부분의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이해하듯이, 현실적인 평화의 길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대변하고 메시아적 시온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고(故) 카지노 거물 셸던 애들슨(Sheldon Adelson)에 의해 설립된 이스라엘 최대 유통부수 신문 <이스라엘 하요름>(Israel Hayom)은 독자들에게 트럼프 계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것은 단지 “수사(rhetoric)”일 뿐이라는 이유였다.

제안의 한 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한” 철수한 지역들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어 있다.

하마스가 “합의를 완전히 이행했는지” 누가 판단하는가? 이스라엘이다. 누가 이스라엘의 성실성을 믿는가? 이스라엘을 합의의 객관적 중재자로 신뢰할 수 있는가? 만약 테러 집단으로 악마화된 하마스가 반대하면, 누가 그 말을 들을 것인가?

어떻게 어떤 평화안이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린 자문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가? 그 자문 의견은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이며 종료되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어떻게 그 제안이 팔레스타인인의 민족자결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는가?

국제법상 점령국에 대항한 무장 투쟁의 권리를 가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마스가 무장 해제를 기대하는 반면, 불법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은 무장 해제를 요구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어떤 권한으로 “임시 과도 정부”—트럼프와 토니 블레어가 소위 말하는 “평화 이사회”—를 수립하여 팔레스타인의 민족자결권을 배제하는가?

누가 미국에 가자지구에 “국제 안정화군”을 파견할 권한을 줬는가? 그것이 바로 외국의 점령에 대한 정중한 표현이 아닌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가자의 국경에 이스라엘의 “안보 장벽” 설치 수용을 이해해야 하는가? 그것은 점령이 계속될 것임을 확인하는 일이다.

어째서 어떤 제안이 서안 지구의 느린 속도의 집단학살과 합병을 무시할 수 있는가?

가자를 파괴한 이스라엘에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안서에서 가자 주민의 “탈급진화(deradicalized)” 요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을 어떻게 달성하려는가? 재교육 수용소인가? 전면적인 검열인가? 교육과정의 전면적 수정인가? 회중의 문제적 이맘(imam, 이슬람 공동체에서 예배를 인도하거나 설교를 담당하는 종교 지도자)을 체포하는 것인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동물(human animals)’로 묘사하고 그들의 아이들을 ‘작은 뱀(little snakes)’이라고 부르는” 선동적 수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가자 전역과 가자의 모든 아이들은 굶어 죽어야 한다.”라는 이스라엘의 랍비 로넨 샤울로프(Ronen Shaulov)의 발언과 같은 극단적 주장들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그는 “나는 장차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자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미래의 테러리스트를 위해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어리석은 배반자이자 이스라엘의 증오자일 뿐이다. 나는 그들이 굶어 죽기를 바란다, 내 말에 문제가 있으면 그건 그들의 문제다.”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위반 사례는 역사적 전례를 갖고 있다.

1978년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Anwar Sadat)와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Menachem Begin)이 서명한 ‘캠프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PLO)의 참여 없이 체결되어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Egypt-Israel Peace Treaty)으로 이어졌고, 이 조약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의 후속 단계들은 요르단과 이집트와 함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약속, 5년 내 서안과 가자에서의 팔레스타인 자치 허용,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 지역에서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 약속 등을 포함했지만 절대 이행되지 않았다.

1993년의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이스라엘의 존재권을 인정하고 이스라엘이 PLO를 팔레스타인 민중의 정당한 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그 결과는 PLO의 권한 약화와 식민 통치의 경찰력으로의 변질이었다. 1995년 서명된 오슬로 II는 평화와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과정을 상세히 규정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오슬로 II는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최종” 지위 협상까지 연기하도록 명시했다. 그때쯤이면 이스라엘의 군대 철수가 이루어져야 했다. 통치 권한은 이스라엘에서 일시적이라고 여겨졌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이양될 예정이었지만, 대신 서안은 A, B, C 지역으로 분할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A와 B 지역에서 제한적 권한만 가지고 있었고, 이스라엘이 서안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C 지역을 통제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대인 정착민들이 빼앗아 간 역사적 땅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되돌아갈 권리 — 국제법에 명시된 권리 — 는 PLO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Yasser Arafat)에 의해 포기되었다. 이에 따라 특히 가자에서는 난민이거나 난민의 후손이 전체 인구의 75퍼센트에 달했기 때문에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PLO를 떠나 하마스로 이동했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오슬로 협정을 “팔레스타인의 항복 도구, 팔레스타인의 베르사유”라고 부르며 아라파트를 “팔레스타인의 페탱(Pétain, 나치 독일에 협력한 매국적 인물)”이라고 맹비난했다.

오슬로에 따른 이스라엘의 군사적 철수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슬로 합의가 체결될 당시 서안에는 약 25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있었는데, 현재 그 수는 최소 70만 명으로 증가했다.

언론인 로버트 피스크(Robert Fisk)는 오슬로를 “속임수, 거짓, 아라파트와 PLO를 25년 넘게 추구해온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한 계략, 국가성에 대한 열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거짓 희망의 창조 수단”이라고 불렀다.

이스라엘은 올해 3월 18일 마지막 두 달간의 휴전을 일방적으로 깨고 가자에 기습 공습을 가해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 네타냐후의 사무실은 군사 캠페인의 재개 이유로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았고, 휴전 연장 제안을 거부했으며 재무장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은 초기 밤사이에 400명 이상을 살해하고 500명 이상을 부상시켰다. 사람들은 잠을 자던 중에 학살되고 부상 당했다. 이 공격은 합의의 두 번째 단계를 좌초시켰다. 그 단계는 하마스가 남아 있는 생존 남성 인질들(민간인과 군인 모두)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하여 석방하고 영구적 휴전과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 해제를 궁극적으로 이루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