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미국, 중국 혹은 다른 나라들이 곧 인구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나는 때때로 교양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 때 묘한 즐거움을 느끼긴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기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부류의 가장 최근 사례는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장문의 기사다. 제목은 친절하게도 “중국의 인구 위기, 노동자가 고갈될 것이다(China’s Demographic Crisis Means It is Going to Run Out of Workers)”라고 달려 있다. 기사 본문에는 무서운 예측 수치가 실려 있고, 거의 알아보기 힘든 그래픽도 덧붙여져 있다. (제프 베조스는 그래픽 편집자 인건비를 아끼려는 모양이다.)
기사는 1990년 당시 60세 이상 인구 1명당 노동 연령 인구(15~59세)가 9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그 비율이 3.4명으로 떨어졌다고 전한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얘기로는, 2050년에는 그 비율이 1.25명까지 떨어지고, 공상과학물 팬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2100년에는 0.8명까지 떨어진다는 예측이다. 정말 오싹한 얘기다.
하지만 2100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기 전에, 2000년에 발표된 중국의 2025년 인구 예측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75년 뒤의 인구를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이 그때보다 지금 더 나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시 말해, 2100년 예측은 평소보다 훨씬 더 큰 의심을 하고 봐야 한다.
그럼 2050년에 집중해보자. 평균적인 은퇴자가 평균적인 노동자의 80% 정도의 소비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모든 은퇴자의 소비가 노동자에게 부과된 세금에서 나오는 것으로 설정하자. 현실에서는 많은 은퇴자가 은퇴 후 생활을 위한 상당한 저축을 보유하고 있겠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은퇴자들이 소비를 어떤 방식으로 재원 조달하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경제가 노인 인구가 소비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023년 평균 노동자 1인의 생산량을 100이라고 가정하자. 은퇴자 1명당 노동자 수가 3.4명이라면, 은퇴자가 평균 노동자의 80%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 19%의 세율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2023년의 세후 임금은 세전 임금의 약 81% 수준이 된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2050년에는 노동자 대 은퇴자의 비율이 1.25:1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분명 수치만 보면 꽤 심각해 보이지만, 기사가 독자들에게 믿게 만들고 싶은 만큼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생산성 향상 때문이다. 경제는 노동 시간당 더 많은 산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생산성 향상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이 과정을 경험해 왔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생산성은 팬데믹 이후 연평균 5%를 훌쩍 넘는 속도로 빠르게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수십 년 동안은 이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23년부터 2050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4.5%라고 가정하면, 2050년의 세전 산출량은 2023년 대비 328%에 달하게 된다.
노동자 1.25 명당 은퇴자 1명이라는 예측에 따라, 은퇴자들이 노동자의 소득의 80%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려면 39%의 세율이 필요하다. 얼핏 보면 높은 세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전 산출량이 2023년의 328%에 달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평균 노동자는 2023년 세전 임금의 2배 이상, 그리고 2023년 세후 임금의 거의 2.5배를 받게 된다. 이게 과연 ‘위기’라고 부를 만한 상황인가?
물론 이 단순한 계산만으로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중국이 정말로 연평균 4.5%의 생산성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의 생산성 예측은 적중률이 매우 낮다. 하지만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지속해 왔고, 첨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전혀 비현실적이진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소득 분배다. 미국에서는 일반 노동자들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중국의 일반 노동자들이 반드시 정당한 몫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것은 분배의 문제이지, 인구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상층에 있는 이익 수혜자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인구 구조에 집중시키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미국에서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인구가 아니라 분배다.
앞서 이야기한 계산은 몇 가지 중요한 변수도 간과하고 있다. 우선, 인구 고령화 문제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아이 수 감소’다. 노동자들은 은퇴자뿐 아니라 아이들도 부양해야 한다. 2023년에는 15세 미만 어린이 한 명당 노동 연령 인구가 거의 5명이었다. 그런데 2050년에는 은퇴자 한 명당 노동 연령 인구가 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양비가 오르긴 하지만, 2050년에 어린이 수가 줄어드는 것이 그 영향을 완화한다.
다른 더 중요한 인구통계 변수도 있다. 바로 60세 이상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현재 중국의 법정 은퇴 나이는 60세지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나이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은퇴 자격이 있더라도 많은 노인들이 계속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60~64세 인구의 약 57%, 65~69세 인구의 30% 이상이 일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중국의 생활 수준은 지금의 미국과 비슷해질 것이다. 기대수명은 이미 거의 미국과 같으며,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 결과, 더 많은 노인이 노동 시장에 남게 되어, <워싱턴포스트>가 팔고 있는 ‘악몽 시나리오’는 더 실현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 한 가지 덧붙일 점은, 인구가 줄면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줄고 환경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공원이나 해변, 박물관이 덜 붐비는 세상이 공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다음과 같다.
생산성 향상은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을 압도한다.
물론 생산성 향상이 항상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1973~1995년, 또 2005~2019년 사이에 장기간 생산성 정체를 겪었다. 그러나 아이를 더 낳으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출처] The Running Out of People Story: The Silliest Theme Pushed by Intellectual Types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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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