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불법파견 이제는 끝장냅시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한국지엠(GM) 세종물류센터에서 부품물류업무를 담당해온 우진물류 소속 하청노동자 120명 전원이 해고를 통보 받았다. 노동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집단해고 사태가 올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물으며 투쟁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자 “노조파괴 행위”라 짚고 있다. 또한 이는 원청 한국지엠이 발표한 국내 직영 정비 서비스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등의 계획과도 맞물려 더 많은 원하청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노동·인권·사회단체 및 정당들은 지난 12월 4일 ‘GM부품물류지회 투쟁승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원청과 정부의 책임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세상은 이번 집단해고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공대위 활동가들의 분석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2020년 7월. 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마티즈를 만드는 조립라인이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산업연수생이 혼재되어 차를 만들었습니다. 마티즈 앞범퍼를 조립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범퍼의 각각 양쪽 끝을 붙잡고 함께 차체에 범퍼를 부착하는 공정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협업 그 자체였습니다.

불법파견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부착하는 공정도 바로 뒷공정에 있었던 시절입니다. 작업복 색깔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누가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인지 알 수 없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차별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했습니다. 6개월간 일하는 사이에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못한다면 다시 재계약이 안되던 시절. 지금의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계약 기간과 재계약의 문제는 20여 년 전 비정규직 정주노동자에게도 동일한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 함이 부담이 되어서, 재계약 걱정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같은 공장 내 창원부품물류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따로 없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여전했습니다. 2005년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일어났습니다, 함께 일하던 부품물류 동지들도 열심히 투쟁했습니다. 그렇게 불법파견임을 외치고, 차별을 철폐하라 투쟁했지만 우리의 노동조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2016년이 되어서야 창원공장 비정규직의 불법파견 대법선고가 확정되었습니다. 2005년 투쟁 후 십여 년이 지나서야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창원부품물류센터도 다시 지회를 조직하고,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 지난 2024년 겨울 불법파견임을 법원을 통해 인정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국지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판결이 있던 날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당연한 판결이 몇 년이나 걸려야 하는지, 불법파견임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을 계속 자행하고 있으며, 판결 후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지엠자본에 화가 났습니다. 이게 이럴 일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1998년 IMF의 요구로 제정된 근로자 파견법은 20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들어냈고, 불법을 묵인해 왔습니다. 이땅의 모든 노동현장에 불법파견의 범죄행위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로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전혀 평등하지 않습니다. 지역간의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 성적 불평등, 소득의 불평등...

그 어떤 단어든지 그 단어 뒤에 불평등을 붙여서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불평등이 판치는 세상.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수많은 불평등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평등일 것입니다.

이러한 일자리의 불평등은 소득수준, 결혼, 자녀교육, 주거... 다른 많은 불평등의 원인이 됩니다. 불법파견을 자행하는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불안정하고 불공평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우리사회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임을 확신합니다.

GM부품물류지회 투쟁승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현장. 민주노총 충북본부 제공

한국지엠 세종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와 같은 불평등과 착취 속에서 20년 넘게 일했습니다. 이제 그 불평등과 착취의 구조를 깨뜨리고자 금속노조의 깃발을 세우고,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정당한 노조활동 가운데 하청업체는 본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자인하고 버티는 게 전부였습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원청은 하청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업체를 폐업시키며,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해고통지서를 보내왔습니다. 수십 년간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 오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해고되어야 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한국지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원청은 직접 우리 노동자들을 찾아와 선심이라도 쓰듯이 발탁채용들로 협박하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말대로 세종물류센터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면, 발탁채용으로 근속을 인정하고 격려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배임입니다.

이미 동일한 조건의 창원물류센터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바가 있습니다.

당연히 세종물류센터도 불법파견 사업장임이 자명합니다. 한국지엠은 이제라도 20년 넘게 자행해 온 불법파견 범죄에 대하여 반성과 사과의 자세를 갖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종물류센터에서 계속되어 온 블법파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세종물류센터에서의 정규직화, 직영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조법 2조, 3조가 개정되었습니다. 노조법 개정의 취지는 분명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일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을 통하여 그동안의 착취의 구조를 끊어내고, 노동의 조건과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일겁니다.

그러나 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자본의 행태가 지엠자본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노조 설립이 업체 폐업과 해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조법 2,3조 무력화 시도를 묵인하지 않겠습니다. 지엠부품물류지회 동지들과 함께 투쟁으로 돌파하겠습니다. 

이번 지엠부품물류지회 투쟁을 기점으로 불법파견 없는 세상,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의 모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덧붙이는 말

허원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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