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종말, 구냉전의 귀환: 트럼프 전략의 정치 논리

이미 널리 지적됐듯이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은 급진적이며 역사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문서다이 문서는 많은 식견 있는 관찰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그 내부의 논리가 무엇인지그리고 미국의 국가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이치에 맞는지 의문을 던지게 했다.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서 이반 크라스테프(Ivan Krastev)는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정책을 다루며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극우 세력을 공격적으로 포섭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이는 동시에 위험한 도박이다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면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는 유럽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한 유럽이 나타날 수 있다오르반(Viktor Orbán)을 시작으로 한 비자유주의 지도자들조차러시아중국또는 경제 문제에서 트럼프와 지정학적으로 연대할지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동시에 행정부가 이념적으로 정렬된 정당과 지도자들에게만 지원을 집중하면유럽의 주요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워싱턴에 대한 지지를 떠받쳐온 친미 정서를 스스로 약화할 수 있다.”

이번 주 팟캐스트에서 캠(Cam)은 이 질문들을 내게 다시 던졌다.

나는 국가안보전략 문서들을 즐겨 읽는 독자다일종의 역사 덕후의 편향이라 할 수 있다나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발표한 NSS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부끄럽지만당시 나는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에서 느긋하게 보내려던 저녁 시간을 그 문서를 읽느라 완전히 망쳐버렸다.

2017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새로운 냉전을 선언했다이는 기존 정책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변화였지만이후 하나의 역사적 연속성을 형성했다트럼프의 2017년 NSS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어받은 더 정통적인 신보수주의 노선을 예고하는 문서였다고 할 수 있다.

2025년의 트럼프 행정부는 훨씬 덜 정통적인 어조를 채택했다.

이 문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은세계를 세 개의 지리적 구역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반구에 대해 미국은 ‘독점적 이해관계(proprietary interest)’를 선언한다미국은 주저 없이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소환하며 여기에 트럼프식 보론(Trump corollary)’을 덧붙인다라틴아메리카에 수많은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이는 실질적인 뒷받침 없이 이루어진 놀라울 정도로 오만한 권력 선언이다.

2017년 NSS에서 적대국으로 지목됐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2025년 문서는 매우 담담하게 강대국 간 거래가 이뤄지는 세계를 묘사한다이념적 긴장은 최대한 억제된다물론워싱턴 내부에서는 현재 권력 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2025년 NSS의 관점에서는 한때 새로운 냉전이라 불렸던 구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이전의 새로운 냉전’ 대신행정부는 중국과 일종의 세력권 협정을 맺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2025년 NSS는 중국과의 경제 경쟁과 러시아와의 관계 안정화에 초점을 둔다. 2017년 문서를 이끌었던 역사적 경쟁의 장대한 비전은 사라졌다.

한편, 2025년 NSS에서 이념적 열기는 유럽을 향해 집중된다.

왜 그런가유럽은 미국의 오랜 우방 아닌가왜 이처럼 논쟁적인 어조를 택했을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트럼프 행정부 내 문화전사들에게 유럽과의 관계는 외교가 아니다올해 초 뮌헨 안보회의에서 J.D. 밴스가 행한 악명 높은 연설에서 분명히 드러났듯이, MAGA는 유럽 내 자신들과 유사한 정치 세력의 투쟁을 곧 자신의 투쟁으로 여긴다유럽 극우의 적은 곧 MAGA의 적이다유럽에 대해서는—중국과 달리—정치를 비껴가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왜냐하면 유럽의 정치 전장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정치 전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고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사회학적으로도 근거를 갖는다.

대서양주의적 자유주의 엘리트는 실제로 존재하며정치적·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으로 흐른다그러나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MAGA와 공개적으로 친화적인 정치·문화·사회 집단들은 일반적으로 미국보다 더 철저하게 주변화돼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대서양 관계에서 새롭게 등장한 정치적 어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역사적 관점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들리기도 한다왜냐하면, 1945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졌던 옛 냉전 시절에도 미국은 유럽의 국내 정치에 대해 강한 의견을 피력했고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묘하지 않은 방식으로 개입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다시 등장한 신()냉전(the new new Cold War)’은 결국 옛 냉전인가트럼프 행정부는 시계를 1950년대로 되돌려그 시절의 강력하고 권위주의적인 탈파시스트 흐름이 다시 승리하길 바라는 것인가?

나는 이를 대체적인 접근점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짜 차이는 다른 데 있다. MAGA는 국내에서도해외에서도 안정적인 패권을 장악하지 못했다크라스테프가 이념적으로 일치하는 정당과 지도자들에게만 지원을 집중하면서행정부는 유럽의 핵심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워싱턴을 지탱해온 친미 정서를 잃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을 때당연히 따라야 할 반문은 이것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 자체가 과연 전통적인 의미에서 친미적인가?

나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첩자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트럼프 행정부 내의 열성파들이 스스로를 전통과의 단절자이자 국가의 영혼을 위해 싸우는 전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그들은 대서양주의 중도 유럽인들이 공유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문제의 일부로 본다그 이미지는, MAGA가 파괴하려는 미국 동부 해안 자유주의 관점을 외부에서 떠받치고 있는 하나의 지지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출처] Chartbook 419 The old new Cold War is dead. Long live the new old Cold War: The political logic of Trumpian strateg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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