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경·검찰이 끝내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해고 노동자를 가둬두겠다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신청을 받아 들여,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 등이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은 지난 2일 오전 동료 해고 노동자 허지희 지부 사무장과 연대 시민 10명과 함께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다. 고 지부장은 지난달 14일, 336일의 고공 농성을 마친 후 동료 노동자·연대 시민들과 함께 세종호텔 로비 점거 농성을 이어가며 해고자 복직과 호텔 “실 소유주 주명건”의 교섭 참여 등을 요구해왔다.
연행 당시 고진수 지부장과 동료·연대 시민들은 호텔 1층에 입접함 외부 식음료업체 ‘미가궁’이 세종호텔 3층 연회장에서 지난 1일에 이어 이날까지 호텔에서 열린 행사 관련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자 부당하다는 항의를 하다 체포됐다.
호텔은 3층 연회장은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가 복직해서 돌아갈 일터”로, 사측은 2019년 정리해고 당시 식음료사업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면서 해당 부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객실관리 등 다른 업무를 담당하던 타 부서 조합원들 마저도 식음료 부서로 전환 배치한 후 정리해고 했다. 그런데 수년 전 부터 외부 식음료업체가 3층 연회장 행사 등에 식음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호텔 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 과정에서도 식음료사업장을 더는 운영하지 않기에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 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세종호텔 공대위)’에 따르면 연행 당시 고진수 지부장은 “호텔이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왜 우리가 복직 못하냐!”, “도대체 왜 공권력이 우리에게만 이렇게 가혹하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3일, 세종호텔 앞에서 점거 농성 강제 해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박도형
공대위는 4일 오전 “고진수 지부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기각 청구 탄원서” 연명을 제안하면서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은 지난 1월 14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의 고공 농성을 종료했다”면서 “땅을 밟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해고자복직을 요구하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건강이 취약한 상태에 있는 고진수 지부장의 사지를 들어 폭력적으로 연행한 후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건 명확한 노동조합 활동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세종호텔 요리사인 고진수 지부장은 수십 년 세종호텔 식당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로, 코로나 시기 경영 악화를 핑계로 해고되었다”라며 “2021년 12월 코로나19가 잦아들던 시기에 호텔은 2차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다음 해부터 코로나 확산이 멈추고 관광객이 돌아”왔으며 “호텔 객실은 손님으로 넘치고 매출액도 매년 상한을 갱신하는 현실에서도 세종호텔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에 “결국 2025년 2월 고진수 지부장은 세종호텔 앞에서 336일은 고공농성에 시작했다”라며 허리도 펼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몸을 갉아먹는 투쟁을 할 정도로 해고자 복직은 절박했다” 면서 “고공농성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세종호텔 오세인대표와 교섭이 시작”됐으나 “고공농성 해제 후 고진수 지부장은 8차 교섭에 들어갔음에도 (사측은) 복직안을 내놓지 않았”기에 “동료조합원들과 세종호텔 로비에서 법에 보장된 쟁의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런데 세종호텔측은 업무방해라며 퇴거 요청서를 보내고 퇴거불응이라며 경찰을 동원했다”면서 “호텔 로비에서의 활동은 노조활동이므로 업무방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끝으로 “해고자 고진수 지부장에게도 불구속수사와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그를 구속할 사유가 전혀 없습니다. 고진수 지부장은 주거가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습니다. 증거인멸할 것도 없습니다. 호텔과 미가궁이 말하는 업무방해나 퇴거불응은 당시 현장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 가능하므로 증거인멸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구속영장을 기각해주십시오. 노동자들에게도 법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해주십시오! 부당하게 해고돼 5년째 거리에 있는 해고노동자들에게 법원의 영장 발부로 또 한번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탄원했다.
공대위는 4일 정오 까지 탄원서에 대한 연명을 모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이 링크에서 함께할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중앙지방벙원 인근 법원삼거리 앞에서 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오후 3시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 법정에서 고진수 지부장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고진수 지부장과 함께 연행된 허지희 사무장과 연대시민들은 석방된 상황이다. 연행 당시 경찰은 세종호텔 로비에 점거 중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종호텔 인근 명동역 출입구에서 나오는 이들 중 일부도 세종호텔을 향하는 통행로를 지나간다는 이유로 연행했다. 이에 경찰이 그동안 수집한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세종호텔 투쟁에 연대해온 이들을 ‘표적 연행’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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