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과 고공농성 해결을 위한 3차 교섭이 끝내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232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해고노동자는 이번 추석 연휴도 하늘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사측은 해고자 복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위로금 지급’을 합의안으로 제시했다. 해고노동자들은 “3년 10개월간 이어져 온 우리의 투쟁을, 모욕적인 몇 푼의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사측에 분노한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일터로 돌아가 일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해고자 복직이 이루어질 때까지 더 너르고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시 결의를 모았다.

2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촉구 결의대회 현장. 참세상
지난 10월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문제에 관한 교섭이 다시 열렸다. 지난달 12일 정리해고 이후 3년 9개월 만에 열린 1차 교섭과, 24일 2차 교섭에 이어진 3차 교섭이었다. 이날 교섭에는 노동자 측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인 허지희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과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최대근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이 참여했고, 사측에서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와 이준식 관리팀장이 자리했다. 서울고용노동청 관계자도 함께 배석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세종호텔 사측은 이날까지 세 번의 교섭 과정 내내 해고자 복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하고, 복직을 전제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두 번의 교섭 과정에서 어떤 협의안도 제시하지 않던 사측이 1일 3차 교섭에서 처음 사측이 제시한 협의안은 ‘위로금 지급’이었다.
해고노동자들의 최우선 요구는 ‘해고자 복직’이다. 이들은 사측이 제시한 위로금 지급안은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지난 3년 10개월간 투쟁을 이어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노하고, 해고자 복직이 문제해결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재차 촉구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복직이 이루어진다면 △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 지불 △부당한 해고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각종 소송 취하 및 소송 비용의 각자 부담 등의 요구들에 대해서는 사측과 함께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측 교섭단은 고공에 올라있는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추석 전에는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사측이 복직 요구를 수용할 것을 설득했으나,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는 노측 교섭단을 남겨두고 1일 오후 교섭장을 떠나버렸다. 이에 노동자 측 교섭단은 오세인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면서 2일 낮까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6층 교섭장을 지켰다. 100여 명의 연대 시민들도 노동청 앞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고 세종호텔 사측의 교섭 복귀와 해고자 복직 요구 수용을 촉구했으나, 끝내 오세인 대표는 교섭장에 돌아오지 않았다.
공대위는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가 다시 교섭장에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오는 10일 4차 교섭을 요구하면서 2일 오후 12시경 3차 교섭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공대위와 연대 시민들은 2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가며, 노동자측 교섭단을 맞이했다.
허지희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 오른쪽. 참세상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로 이날 교섭에 참여했던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은 2일 오후 교섭장에서 나와 결의대회에 참여한 연대 시민들에게 “긴 추석 명절 연휴 동안 고진수 동지가 홀로 고공에 남아 있지 않도록” 이번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 보자고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교섭장을 지키면서 사측을 거듭 설득했으나 쉽지 않았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허지희 사무국장은 사측이 위로금 지급을 운운하며 “우리 3년 10개월의 투쟁을 그런 모욕적인 몇 푼의 돈으로 해결하자고 나오는 것에 너무나 분노했다”면서 “우리가 원한 것은 다시 일을 하는 것이었지, 위로금을 받는 식의 해결을 원한 게 아니었다”,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에게 위로금 지급을 제시한 것은 정말 치욕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허 사무국장은 교섭 과정이 너무나 어렵고 힘이 들지만, 함께 밤을 지새우는 연대 시민들과 조합원들의 응원 덕분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하고, “당장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고 이후 지난 3년 10개월 동안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노동자는 투쟁하는 존재라는 것”이라며 “복직할 때까지, 일터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동안, 고진수 동지가 외롭지 않도록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32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세종호텔 공대위 제공.
이날로 232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참세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3차 교섭의 파행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하나, 그래도 마음이 복잡하다”고 이야기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사측의 위로급 지급안에 대해 “이미 사측은 해고 전에서 희망퇴직과 함께 위로금 지급을 제시했었으나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4년 가까이를 투쟁해 온 것”이라며 “지금에 와서 복직이 아닌 위로급 지급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호텔의 경영상 지표나 여러 조건들을 살펴보면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사측이 끝까지 복직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노조 활동을 한 해고노동자들이 회사에 돌아오는 것을 막아)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속내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고는 “우리는 끝까지 복직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매번 민생 안정과 일자리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사회 법·제도가 세종호텔 해고 사태에서 드러났듯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실현에 있어 무척 취약하다는 현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 개선에 나설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세종호텔 사안의 경우 호텔의 실소유주인 사학재단과 그 경영진이 수익사업체를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고용 불안으로 내몰고,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며, 끝내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라며 “정부와 교육부, 노동부가 함께 이같은 사학재단의 사유화 문제에 대해서 감사를 비롯한 제대로 된 조사와 실질적 개선책을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끝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당한 해고에 대해, 그것을 다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고 끝내 이겨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노동자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해고노동자들이 4년 가까이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시민들이 더 너른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기를,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도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힘을 모아갈 수 있기를 부탁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