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항해 멈추지 말아달라” 지중해서 이재명 대통령에 보내온 편지

가자지구 향하는 해초 활동가 편지 전문

지난해 9월 말, 가자지구를 향한 구호 선단에 탑승한 활동가 해초와 동료들의 모습

지중해 바다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온 편지가 도착했다. 가자지구를 향한 두 번째 평화 항해에 나선 활동가 해초(김아현)의 편지다.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가자로 향하는 천 개의 매들린호’(Thousand Madleens to Gaza, 이하 ‘TMTG’) 한국지부 활동가로, TMTG가 GSF(글로벌수무드함대), FFC(자유선단연합)등과 함께하는 국제적인 가자지구 구호 선단에 참여하기 위해 올해 3월 출국했다. 

해초 활동가는 앞서 지난해 9월 말,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 선단에 처음 탑승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나포·구금되어 고초를 겪기도 했으나, ‘휴전 협정’ 이후에도 자행되는 집단학살과 봉쇄 조치의 종식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가자지구를 향한다. 이번 항해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100여 척의 배들에 2천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평화 항해 물결에 참여하는 활동가의 용기를 격려하고 지원하기보다는 가로막는 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외교부가 나서 해초 활동가의 여권을 무효화한 것이다. 외교부는 해초 활동가가 올해 3월 이미 출국한 이후에 그의 국내 거주지로 여권 반납 명령을 발송해 7일 이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여권을 자동으로 무효화하겠다 통지했다. 지난 7일에는, 실제 4월 4일 자로 해초 활동가의 여권이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명분으로 내건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가 오히려 이미 해외에 체류 중인 해초 활동가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국제적 비폭력 항해 운동에 대한 탄압이자 시민의 이동과 표현, 양심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부정의한 억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달 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법원에 여권 반납 명령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지난 4일 이를 기각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0일 오전, 본인의 트위터(X) 계정에 이스라엘 점령군 병사들이 교전 후 사살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모습이 담긴 전쟁 범죄 영상을 공유하면서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고 게시했다. 이후 14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전쟁 당사국들도 보편적 인권 보호의 원칙,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세계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를 향한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래는 해초 활동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군사주의 반대 활동가로 제주도, 태평양, 지중해에서 평화항해를 해온 해초(김아현)입니다. 작년 추석 때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하여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되었고,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께 빠른 석방을 도와달라고 요청드린 적 있습니다.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과 시민들의 신속하고 단호한 목소리 덕분에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지중해 바다에 있습니다. 새벽이면 이 바다의 동쪽 끝에 가장 밝은 별이 뜨고, 그곳에 팔레스타인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올해로 78년째 식민점령당하고 있고 가자지구는 오랫동안 봉쇄되어왔습니다. 가자지구는 민간인들이 사는 거주지역임에도 매일 같은 폭격과 이동권의 제한으로 인해, 현재 지상 최대의 감옥이라는 슬픈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가자지구로 다시 항해합니다. 그곳에 꼭 닿아야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은 식민 지배라는 서글픈 역사를 공유합니다. 유엔과 앰네스티는 이미 팔레스타인에서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나고 있다고 규정했고, 휴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이스라엘은 번번이 폭격과 침략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그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 물을 때 저는 가장 단순한 마음을 꺼내고 싶습니다. 그 위험한 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 이유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지금 한국 외교부에 의해 여권이 취소되었습니다. 외교부는 항해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무리하게 제 여권을 만료시켰습니다. 이는 국내법에도 위반되지만 국제법으로는 심각한 이동권 침해입니다. 가자지구 구호선단은 전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정치 인사들이 탑승하는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입니다. 지난 항해에 세계적인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탑승했고, 이번 항해에는 약 2,000명을 태울 100여 척의 배들이 출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자유로운 탑승을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입니다. 외교부의 이러한 전례 없는 처사를 그대로 둔다면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질타를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제 여권이 만료된 상태로 팔레스타인에 도착했을 때, 제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을 걱정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언제나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과 학살을 기억하고 또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4.3 항쟁과 5.18 민주화 항쟁 등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곳곳의 역사 현장을 찾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민중의 촛불이라는 명예로운 지지 속에 당선되셨습니다. 저는 한 번 더 대통령께 요청합니다. 민중들에게 정부는 아직 너무나 멉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십시오.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학살, 차별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팔레스타인과 세계 곳곳의 작은 목소리 곁에 서주십시오. 한국의 여권법이라는, 시민 이동을 제한하는 법을 재고하여 주시고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저의 평화항해를 멈추지 말아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재명 정부의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국정과 비폭력 평화를 향한 의지를 기대합니다.

평화 항해에 탑승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전 세계 시민들이 환영합니다.

온 누리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4월 15일

해초(김아현) 드림

4월 4일, 가자지구를 향해 출항한 구호 선단들. 제공: TMTG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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