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4.2사태 이후 중앙위와 대의원대회를 각각 두 차례씩 연 끝에 35일만에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지만 5월투쟁 등 만만찮게 쌓인 현안으로 '백순환호'의 어깨는 무겁다.
비대위는 우선 4명의 상근 부위원장과 이재웅 집행위원장으로 진용을 갖췄고, 조만간 보건의료노조와 금속산업연맹에서 각각 1인씩을 더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다섯 가지.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 희생없는 주5일제 쟁취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노동운동탄압 분쇄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 등 상반기 투쟁목표와 총파업 유보에 따른 사태수습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백순환 위원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노동운동탄압 분쇄투쟁이다. 백 위원장은 취임 첫날 열린 사무총국 전체회의에서 "노동운동탄압 저지투쟁으로 정권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로 돌아서면 조직정상화와 임단투승리, 온전한 주5일제 쟁취도 가능할 것"이라며 "월드컵에 얽매이지 않는 투쟁을 펼치면서 6∼7월까지 전선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월 총력투쟁 뒤에도 현대차와 기아차 등 대공장 투쟁을 6월 중순으로 최대한 앞당겨 일전을 벌여보겠다는 의지다.
비대위는 이를 위해 5월13일부터 21일까지 각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를 도는 한편 14일에는 연맹·지역본부와 해당노조가 참가하는 '노동운동탄압 대책회의'를 열어 투쟁동력을 회복해 나갈 방침이다. 매달 열리던 사무처장단회의도 다시 가동된다. 비대위 전체회의와 집행회의 등도 정례화했다.
비대위의 활동기간은 짧으면 오는 7월, 상반기투쟁이 길어질 경우 8월하순까지 늦춰질 전망이다. 백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8월중순께 임원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 비대위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이 점에서 '단병호 위원장한테서 위임받은 전권'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발전파업 이후 흐트러진 조직이 제 모습을 채 갖추기도 전에 부딪혀야 하는 5월투쟁과 지방선거 등이 눈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치고 들어가는 노골적인 탄압, 이전보다 힘을 잃은 지도력도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직안팎의 시선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담고 있다.
호텔롯데노조 신순철 위원장은 "5월투쟁은 지도부가 선언하고 수행하는 투쟁이라기보다 하나하나의 단위노조가 모여 실질적 총파업을 벌여야 하는 투쟁"이라며 "어렵겠지만 현장동력을 다시 모아주길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경기도노조 김헌정 위원장도 "비대위는 민주노총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비하는데 우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임단투에 갇히기보다는 국가기간산업 매각저지와 권력형비리 척결 등 사회개혁적 요구를 전면에 내걸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깥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 소장은 "싸움이야 어렵게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조직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명한 조직수습으로 흩어진 민주노조진영을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4월2일 총파업 유보사태는 우연히 발생한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며 "지난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와 만도기계사태 등에서 보여졌듯이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노동운동진영의 전략적 대응방안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노 총장은 특히 "비대위 활동기간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노동자의 정치적 행동통일로 당과 총연맹 사이의 협력관계가 증대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이를 위한 '비대위-당지도부 간담회'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깃발은 올랐다. 민주노총이 우렁찬 나팔소리와 함께 다시 땅을 딛고 일어나 진군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2차 공세' 앞에 주저앉을 것인지는 이제 비대위에 달려 있다. 어깨가 무거운 비대위,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만큼 배수진을 치고 나선다면 현장은 반드시 응답할 것'이라는 한 금속대의원의 말은 현재상황이 비대위가 혼자 져야 할 짐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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