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문화운동①] 문화, 상품으로 거듭나다

[편집자주] 문화연대를 포함한 16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모임인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가 발족한 이후, 한국에서도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의 상품화, 도하개발의제 서비스협상의 진행, 한미투자협정 체결과정에서 미국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압력 등 내외부의 조건은 문화와 문화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급하게, 하지만 폭과 깊이를 가지고 진행되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문화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문화운동의 과제'에 대한 3차례의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문화, 상품으로 거듭나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화적 의의(?)
2. 헐리웃, 세계를 쏘다! : 문화다양성의 위기
3.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문화운동의 과제



문화, 상품으로 거듭나다!

'개방화 자유화', '경쟁 효율'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대략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역사는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역사이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발견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화적 의의(?)는 바로 이 '발견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문화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 문화에 자본이 투입되어 문화상품이 만들어지고, 대규모 자본에 의한 문화상품의 독점과 획일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문화를 이윤의 논리, 무역의 논리로 흡수하는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국제무역협상의 논의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11월 14일, 4차 세계무역협정(World Trade Organization, 이하 WTO) 각료회의를 위해 카타르 도하에 모인 세계 144개국의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WTO 뉴라운드의 출범에 합의하였다. 1999년 시애틀 각료회의의 실패와 이후 캐나다 퀘벡, 한국의 서울, 이탈리아의 제노아에서의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 그리고 9 11 사태와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불황 등의 조건은 선진국들로 하여금 뉴라운드의 출범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하는 필요충분 조건이었다. 결국 원래 일정보다 하루 늦어지는 진통을 겪으면서 '출범합의문'을 작성하였고, 이로써 2002년 1월 1일부터 2005년 1월 1일까지로 예정된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라 이름 붙여진 새로운 무역협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문화가 본격적으로 '무역의 대상'이자 '상품'으로 취급받은 것은 1986년부터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uguy Round, 이하 UR협상)'을 통해서였다. UR협상은 각 국의 시장개방확대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의 강화, 지적재산권 무역관련투자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국제규범 마련을 위해 시작된 협상이었다. 그리고 1994년 '마라케시선언'을 채택하면서 1995년 1월 1일 WTO가 출범하게 된다.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이로 인한 미국의 경제불황(농업공황) 때문에 제기된 UR협상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농업과 서비스가 새롭게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서비스분야가 무역의 대상으로 '간택'되면서, 드디어(?) 문화도(!) 상품으로 거듭나 세계무역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한편, 이번 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농업과 서비스협상의 경우 '기설정의제'로 선정되어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애틀에서의 3차 WTO 각료회의는 흔히 '실패한' 회의로 인식되지만, 사실 농업과 서비스협상의 경우에는 이후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한 채 해산하였다. 그리고 이후 농업과 서비스는 협상을 계속하였고, 2000년 2월부터 시작된 1차 협상이 2001년 3월 마무리하면서 이미 "어떤 분야도 사전에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합의한 상태였다. 따라서 4차 각료회의에서는 협상을 지속시켜 나가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쟁점을 형성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국은 2002년 6월까지 양허요구 목록을 상대국에게 제출하고, 2003년 3월 31일까지는 이에 대한 양허가능 목록을 제출하도록 이후 협상일정이 잡혀져 있는 상황이다.

문화가 무역의 논리에 편입되는 이러한 과정은, 하지만 지금도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캐나다, 그리고 몇몇 개발도상국들은 국제무역협상의 자리에서 '문화적 예외조항'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다자간무역협정에서 문화영역의 개방은 쉽게 관철되지 않는다. 실제로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다자간무역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s)'는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바람에 협정이 좌초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따라서, 최근에는 '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 이하 BIT)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s, 이하 FTA)' 등 양자간무역협정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해관계의 조정이 용이하고 특히 강대국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BIT FTA의 체결을 늘여나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지역블럭화 전략으로서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를 체결했고 '전미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를 추진중에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렇게 블랙홀(무역논리)로 빨려들어간 '문화'가 그곳을 빠져나오기엔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이윤논리는 이미 전통문화부터 디지털까지를 아우르며 '돈 되는' 문화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류'는 "문화도 돈이 될 수 있는" 좋은 예가 되었고, 문화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란 무엇이고, 왜 문화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문화의 상품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게다가 한일투자협정, 한미투자협정 등 양자간투자협정의 체결과정에서 선진국들의 압력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곧바로 방송쿼터 애니메이션쿼터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외국인의 지분소유 증가와 소유의 국적조항이 사라지면 방송사와 대학 등도 해외자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외적 현실을 고려할 때,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의 결성과 함께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문화를 상품으로 '둔갑시켰지만' 문화는 한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므로 상품화될 수 없고, 문화교류는 다양성에 기반해서만 가능할 수 있다. 또한 문화적 공공성의 확보를 통한 국민의 문화향유는 당연한 권리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인 것이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설득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문화다양성을 지켜내는 '문화적 실천'을 만들어야 한다.

글 : 최준영(문화연대 정책실 활동가) ptrev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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