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문화운동②] 헐리웃, 세계를 쏘다

헐리웃, 세계를 쏘다!

'전국구'라는 말이 있다. 정치계에서 쓰이기도 하고(지역구와 전국구), 혹은 '어두운 세계'에서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바 '전국구'라 하면 곧 전국 어디에서든 '통한다'는 뜻이다. 언론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전국구 스타'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쓰이는 말이다.

한편 문화가 무역의 논리에 의해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문화가 탄생하게 된다. 세계적 차원인 만큼 '세계구'라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르는 이 문화가 바로 (흔히 미국 문화라고 이야기되지만) 초국적 자본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되는 문화이다. 이 '세계구' 문화에는 주목할 만한 특징이자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획일화'라는 부작용이다. '전국구'가 있기 위해서는 '지역구'나 '나와바리'가 필수적인 반면에 이 '세계구' 문화에는 오로지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계영화시장의 85%를 차지한 헐리웃 영화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경우, 인도와 중국과 같이 강력하게 수입을 규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국가는 프랑스와 한국 정도이다. 미국과 인접하면서 영화시장을 개방한 국가의 경우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캐나다의 경우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이 3% 미만이고, 멕시코는 10%,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자국영화가 '존재하는' 정도라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캐나다 영화', '중남미 영화'라는 말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위기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헐리웃 영화자본을 대변하는 미국은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의 유지는 '불공정거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과연 수백만불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투입하는 헐리웃 영화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인가! 약 30%의 비율을 자국영화에 할당하라는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는 오히려 헐리웃 영화의 한국영화시장 '독식'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예는 '문화획일화'에 의한 부작용의 일부일 뿐이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초국적 대형출판사의 시장장악으로 인해 자국의 출판사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의 경우에는 출판시장이 무너지면서 책의 생산원가가 높아져 2000년 현재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50%, 신문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 63%에 이른다는 놀라운 통계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음반 시장의 경우에도 캐나다 음반 시장의 90% 이상을 외국의 음반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얼마 전 발표된 유네스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 언어의 절반이 지금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3천개에 이르는 언어가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특히 미주지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영어사용이 증가하면서 원주민 언어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언어가 사라지면 그것을 통해 표현 가능한 인간의 사고와 지식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문화획일화의 문제는 국내의 문화지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를 '상품'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소위 '돈 되는' 문화에만 대규모 지원이 이루어지고, 독립문화/소수문화에 대한 지원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되고, 다양한 문화의 공존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문화상품에 의한) 문화의 지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소위 '문화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일부 논자들이 "문화의 특성만을 강조하고 경쟁을 배제한다면 결국 문화는 후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미 '세계구'이자 '단일구'가 되어버린 초국적 자본에 의한 문화획일화 현상을 애써 외면한 채, 스크린쿼터제의 폐지와 시장의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사명감으로 이런 주장을 펼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 논리에 맡겨진 문화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지금 이들의 주장은 단순히 '위험하다'의 수준을 넘어 '문화 파괴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인종, 지역, 사회, 종교 등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문화는 그 사회에 속한 집단과 개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한 사회의 문화는 다양한 다른 문화와의 교류를 통해 변화, 발전한다. 이러한 문화교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사회는 자신의 고유문화를 보존, 발전시키는 가운데 문화를 교류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출범 선언문 中



문화의 가치는 상업적인 잣대로 저울질 될 수 없으며 '문화다양성'의 가치는 문화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문화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이 '쇄국'일 수는 없다. 오히려 문화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은 전세계적인 연대를 통해서, 그리고 국내에서의 다양한 연대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이 끊임없이 세계화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고 있는 것에 맞서는 '저항의 세계화'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문화다양성을 위한 새 국제기구'와 한국에서 출범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의 활동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한 사회에 남는 것은 '종속'밖에 없다.

최준영(문화연대 정책실 활동가) ptrev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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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자국영화점유율순위를 보면 1위는 인도 2위는 미국으로 각각 98%, 97%를 차지하는데 반해 캐나다는 고작 0.8%로 그전에는 겨우 5%를 겨우 넘겼다고하니 캐나다영화산업이 그저 그렇다는 평가도 많이있다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