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 After-매향리]"미군 주둔하는 한 범죄는 계속된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의 경우, 재판권 포기하라 요구하자 미군 운전병 서둘러 기소

오진아 dodani@kdlpnews.org
“잘못을 했는데 책임을 지지 않고 정말 너무해요. 미국이 저희한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해요.”

지난 4일 의정부 미2사단 정문앞에서 열린 여중생 살인사건 규탄집회에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오민정(14·회룡중2)양은 “미국이 사과해야 한다”며 얼굴을 모르는 두 친구의 죽음을 가슴아파 했다. 같은 학교 친구 김선미양도 “얼마전 의정부역에서 나눠준 유인물을 보고 친구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여고 심우근 교사는 “어제밤 미군부대에서 독립기념일을 자축하는 불꽃놀이를 하느라 밤새 축포소리가 들렸다”면서 “사람을 죽여놓고도 뻔뻔스럽게 축제를 벌이는 미군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겨우 열네살 나이에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신효순·심미선(조양중2)양. 미군부대 공사장에서 일하던 전동록씨가 감전사고로 고통받다 결국 숨을 거둔지 꼭 일주일만에 일어난 이 두 여중생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이 땅에서 주한미군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다시 던지고 있다.

게다가 여중생 참사 12일만인 지난달 25일 경기도 파주에서 미군 탱크가 중앙선을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집회를 취재하던 기자 두명이 미군에 의해 집단폭행을 당하고 포승줄에 묶이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미군에 의한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중생살인사건범대위로부터 진상조사를 의뢰받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3일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사고차량 운전병이 무전교신을 받지 못한 점 △사고차량 속도 △마주오던 장갑차가 교행했는지 여부 등에 의문점을 제기하며 법무부가 주한미군사령부에 이 사건에 관한 형사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공무수행 중의 미군 사고에 대해 사건발생 21일 안에 미군쪽에 형사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다.

한편 미군은 “어느 누구의 과실도 없었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지난 4일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군이 이 사고에 관해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사고차량 운전병 2명을 전격 기소하는 등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김종일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운전병들을 기소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소됐던 미군이 본토에서 처벌받은 결과를 한국정부가 통보받은 적이 없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재판관할권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가족과 범대위는 미군 공개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판권 포기, 훈련장 폐쇄, 유족 보상 등과 더불어 불평등한 소파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95호] 7.8 ~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