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근로자파견법 4년...

파견노동자를 탄압하고 족쇄를 채우는 수단일 뿐!

노진기(노동자의 힘 회원)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2년 넘게 사용하게 되면 사용사업주는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종전까지의 파견근로관계는 자동적으로 해소되고 파견노동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관계가 직접적으로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파견기간의 최장 한도는 2년으로 묶이게 된다.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려는 사용사업주는 결국 직접고용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근로자파견법의 직접고용 간주 규정으로 인하여 파견노동자들은 더욱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파견노동자 투쟁의 첫 번째 사례로 꼽히고 있는 방송사비정규직노동조합의 경우를 보자. KBS는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이 다가오자 위 직접고용 간주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기간 2년이 되는 운전직 파견노동자들을 모두 다른 파견노동자들로 교체해 버렸다. 그 결과 졸지에 해고를 당한 방송사비정규직 노동자들은 KBS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투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에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따라서 서로 다른 파견근로자를 2년 미만의 주기로 교체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엉뚱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 결과 현실은 파견노동자에게는 근무기간 2년이 되면 다른 곳으로 근무장소를 옮길 것인가 아니면 해고당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만이 주어져 있을 따름이며, 사용사업주는 근로자파견법상의 파견기간 제한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파견노동자만 계속 바꿔가며 파견근로의 사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즉, 파견노동자에게는 2년이 지나면 파견노동자의 딱지를 벗어나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신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2년마다 주기적으로 직장을 바꾸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해고를 당하게 되는 더욱 불안정한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파견근로자의 사용이라는 단기간의 불안정고용을 반복함으로써 상용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려는 것을 금지하고자 하는 원래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사용사업주가 특정한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2년으로 제한되고 그 이후에는 직접고용한 근로자를 사용하여야 하며, 따라서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하면 어떠한 파견근로자이든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해석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극히 당연한 논리와 해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되고 있는 곳이 바로 근로자파견법이다. 엄연한 현실은 파견근로자를 교체하기만 하면 직접고용 간주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를 교체하기만 하면 사실상 사용기간이 무제한적인 파견근로의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계속 사용하여 직접고용 간주를 받아 파견업무를 중단하게 될 멍청한 사용자가 실제로 있을 턱은 절대 만무할 터이다.

다음으로 인사이트코리아 사례를 살펴보자.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으로 2년이 넘게 근무한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파견노동자들이 (주)SK를 상대로 직접고용된 노동자의 신분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서 계약직으로의 신규채용을 거부한 것에 대하여, 이들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적용의 여지가 없고, 이에 따라 파견기간이 2년을 넘더라도 파견노동자는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며, 합법적인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파견노동자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근로자파견법 원래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2년을 넘는 장기간의 파견근로자의 사용이 규제를 받게 되지만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사실상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업무를 한정적으로 허용하고 그 이외에는 직접적인 고용이 아니고서는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등 통제를 더욱 엄격하게 하며, 이중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파견근로자의 장기 사용에 따른 고용불안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장기간의 파견근로자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입법 목적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게 된다.

따라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 규정은 비단 합법적인 근로자파견의 경우뿐만 아니라 불법파견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지극히 옳은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근로자파견법상의 엄격한 규제로부터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사업은 모두 자유롭게 되고, 그러한 불법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파견노동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접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겠다는 것이 바로 근로자파견법이 도모하고 있는 파견근로자의 보호라는 모순만을 낳게 될 따름이다. 그런데 현실의 법은 이러한 모순을 인정하고 있다.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파견노동자들에 대해서 근로자파견법은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겠다고 그 숨겨진 본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근로자파견법의 숨겨진 본질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근로자파견법의 정식 명칭은「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다. 그리고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이 운용된 지난 4년 간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법의 명칭과 목적은 어디까지나 허구와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할 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흡수되어 열악한 저임금 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고,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파견근로자의 정규직화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2년 단위의 해고가 주기적으로 일어나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파견근로가 금지되어 있는 업무에 대해서 불법파견이 이루어지더라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다. 근로자파견법은 파견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족쇄를 채우는 수단일 뿐이다. 파견노동자 보호 운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악법을 탄생시키기 위한 기만적인 술책에 불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