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발전을 위해①] 방송국, 개혁의 칼을 들어라

[문화사회 편집자주] 지난 7월 11일 검찰이 신인가수 매니저로부터 거액의 PR비를 제공받은 공중파방송 전 PD황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부터 그 동안 방송국와 기획사의 PR비를 통한 유착관계에 대한 전면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방송사 PD들과 신문기자, 케이블 TV간부, 기획사 간부들이 소환되거나 구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는 방송사와 기획사의 유착관계가 그 동안 만연한 PR비 문제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대중음악 발전 저해를 가져왔다고 판단하는 결과, 대중음악 발전과 이번 PR비 사태를 해결을 위한 대안을 다섯 번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① 공중파 예능국 전면 개혁을 통한 투명한 제작시스템 마련
② 연예 기획·제작사의 방송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새로운 생존 방안 마련
③ 케이블 음악전문 채널의 내실화:
④ 정부의 음반산업 진흥 정책 촉구
⑤ 방송중심에서 라이브공연 중심으로 대중음악의 환경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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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개혁의 칼을 들어라

PR비 관련 사태의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PR비 문제가 쉽사리 꺼질 수 있는 불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방송국과 기획사의 유착관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품 혹은 주식 등을 제공하는 기획사 대표 등과 PR비를 받아온 PD를 구속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수술대에 올려진 PR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이러한 관행을 만들어 온 방송사와 기획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동시에 현재 존재하고 있는 방송사와 음악계를 둘러싼 문제에 심층적인 반성과 자기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대안은 '공중파 예능국 전면 개혁을 통한 투명한 제작시스템 마련'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최근 PR비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시민단체와 음악 제작자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보이며 PR비 사태를 촉구하였다. 하지만 방송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자기반성과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해결점을 방송국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돌리고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밝혀졌듯 이번 PR비 비리 사례들은 방송사의 음악·연예정보·오락프로그램 등 주요 예능프로그램 전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현재 사법처리 됐거나 수배중인 PD들은 캐스팅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간부급 PD들인 점을 감안할 때 방송사의 상납관계는 프로그램에 심각한 질적 저하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따라서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방송사 내부의 자성과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공중파 방송은 연예·오락프로그램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 연예오락프로그램 방송편성 비율은 지난 해 봄 개편 당시 KBS 1TV 18%, KBS 2TV 47%, MBC 43%, SBS 50.4%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문화적 공공성을 담보해야하는 공중파방송의 현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이 연예·오락프로그램이 편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많은 연예인들의 출연은 PR비 문제를 양산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연예·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을 30% 선으로 대폭 축소해야 하며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위해 방송사는 노력해야 한다.

또한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과잉공급은 연예산업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권력을 강화시켰고, 인프라 구축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콘텐츠 빈곤으로 이어졌다.

연예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일본의 연예프로그램을 표절해서 사용하고, 최근에는 표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판권을 샀다며 공공연하게 외국의 프로그램들을 차용하여 방송한다. 따라서 특별한 방송콘텐츠에 대한 질적 향상없이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나와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농담을 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에 연연한 프로그램 편성이 아니라 프로그램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과 콘텐츠 문제를 해결 외에 방송사 내부에 존재하는 조직구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예능국은 국장 아래 주임 PD와 그 아래 일선 제작 PD, AD로 구성되어 있다. 방송국별로 6∼7명 정도 되는 CP는 주로 4∼5 프로그램 제작 책임을 맡고 있고, CP 안에 7∼8명의 일선 PD들이 배치되어 있다. 문제는 CP시스템이 팀별로 이루어지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개발하는 문제가 경쟁체제로 변해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나보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 혹은 방식으로 제작을 하게되고, 출연에 대한 치열한 로비경쟁이 이루어진다. 제작에 있어 분업 시스템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시청률을 기반으로 한 평가와 경쟁을 전제로 한 구분이어서 안되며, 현행 CP 중심체제가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차단해야 한다.

조직 내부의 문제 가운데 또하나 개선해야하는 점은 바로 프로그램 캐스팅의 권한에 관한 점이다. 현재 프로그램 캐스팅의 실질적인 권한은 국장과 담당 CP가 가지고 있다. 소위 캐스팅에 대한 위로부터의 수렴과 하행식 전달이 관행처럼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PR비가 구조적인 이유중의 하나가 위계질서화된 체계 내에서 한 두 사람이 캐스팅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인 혹은 소수 중심의 캐스팅 권한을 회의를 통해 공개 선발하며, 일선 PD들에게 캐스팅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분기별로 캐스팅 과정에 대한 자료공개와 모니터링, 평가작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열악한 제작환경으로 방송 PD들이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사전에 막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악프로그램 전원 라이브로 교체하고 음악관련 자체 장비 및 전문엔지니어 확보하며 사전녹화의 의무화, 라이브공연에 대한 외주제작 확대, 음악담당 전문 PD들의 공개채용, PD들의 연구연수기간 보장 등의 방안을 방송사는 검토해야 할 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신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PR비 문제, 검찰의 PR비 관련 발표가 있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방송사를 바라보면 어영부영 몇몇 PD와 몇몇 기획사를 조사한 후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방송국 내부의 제작 시스템 개선을 위해 방송사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뿌리깊게 박힌 방송국과 기획사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사태를 외면하지 말고 방송국 내부의 자성과 제도적 장치마련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활동가 김형진 aqua0723@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