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 ahimsa@kdlpnews.org
4백50만 명. 국민의 10명 중 1명. 장애인의 숫자다. 그러나 거리에 나가서 주위를 둘러 보자. 그들은 1백명 중 1명에도 끼지 못한다.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지금 물리적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권리를 달라고 투쟁하고 있다. 이동권, 그것은 단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그들의 인간선언이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동권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실을 점거한 것은 지난 12일. 예고되지 않은 기습점거였다. 그동안 오이도역과 발산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에 대해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회와 도로 점거, 명동성당 농성을 벌어왔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시의 책임회피에 대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 “단식농성은 마지막 심정으로 호소하는 것이며, 서울시장이 공개사과를 하기 전까지는 여기서 살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장애인이 20년이고, 30년이고 집안에 박혀 자신을 탓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는 삶을 살수는 없다. 죽은 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는 현실에서 인권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전사회적인 문제로 공감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권연대를 지지하는 민중 및 인권단체의 지지성명을 발표하던 지난 20일. 당초 농성을 시작했던 위원장실에서 11일 인권위 배움터로 농성장을 옮긴 뒤였다.
위원장실을 점거당한 인권위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육책으로 위원장실 대신 강당인 배움터를 ‘마련’해줬다.
1백여평에 가까운 배움터 농성장으로 들어가자 한 곳에 단식 농성중인 이들이 잠들어 있다. 소아마비를 앓거나, 뇌성마비로 온몸을 오그리며 스티로폼 매트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그럼에도 박경석 대표는 “단식을 했더니, 오히려 몸이 좋아진 것 같다. 기쁨을 갖고 단식하고 있다”면서 한 손에는 물을, 한 손에는 소금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장애인 단식 농성 지지 기자회견장에는 민가협 임귀란 대표와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김석연 변호사와 서울시지부 학생위원회 등이 참여해 서울시의 조속한 공개사과와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하려했으나 경찰은 출입구마저 봉쇄하면서 진입을 가로막았다. 경찰과 한바탕의 몸싸움이 벌어진 후, 대표단 5명만이 서울시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됐다. 기자들도 출입이 봉쇄된 채.
30분 후. 시청 안으로 들어간 대표단들이 나와서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출타 중.”
농성 기간 내내 서울시는 장애인 단체들의 대화 요구에도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동권연대 관계자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파업 중에 협상하지 않듯이, 농성 중에 대화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사실상 서울시의 대화 노력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이명박 후보는 ‘장애인이동권 제공’ 공약을 이미 버렸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사투’에 눈감을 수 있는 자격은 없다.
[ 101호] 8.26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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