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희 가족을 위해 애써 이곳까지 나와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 또 다시 저희 아버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이곳에 서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 고생하신 분입니다. 지금 이곳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들 또한 그러시겠지요.
1남 4녀의 연년생 자식들 키우느라 흰머리와 주름살만 늘어오신 아버지...
어디가 아파도 한푼이 아까워 병원 한번 가보지도 못한 채 일만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돈 욕심이 있었던 분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들 어려울 때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 도우며 사신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사신 분이었습니다. 도, 법 없이도 살 분이라는 소리 듣고 사신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그렇게 순하고 착하신 우리 아버지가 지금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이 순간 얼마나 하루가 지옥 같고 고통스러울까요? 당신들 땜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아버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셨나요?얼마나 먹고살기가 힘들면 정말 목숨까지 걸고 그랬을까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먹고살자고 노력하는 그 분이 당신들은 불쌍하지도 않았나요?
한참 손자 손녀들 재롱보고 편하게 사실 그 나이에 우리 아버지는 자동차 매연냄새에 기침하며 사람들한테 지저분한 시선 받아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신들 한번 술값도 안 되는 돈, 그 돈 벌려고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빛과 씨름하고 또 겨울이면 차가운 바람과 누 땜에 힘들어하시며 처자식 먹여 살리자고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내딛는 그 무거운 발걸음 당신들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평생을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이구 깜깜한 미래뿐인 세상 앞으로 살길 걱정하느라 온통 걱정 근심뿐인 그런 막막한 삶 한번이라도 당신들은 느껴본 적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들께 묻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들에게 이런 아버지가 계시다면 어떨까요?
당신들이 이런 아버지라면 어떨까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노점상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가을을 앞둔 무더운 날씨 속에서 한나절을 아스팔트위에 앉아 불길속에서 괴로워하며 병원에 실려간 동지를 생각하며 1천여 노점상들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도 분노를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바로 이어진 중구청 항의방문에서 거세게 타올랐다.
서민을 위한 서울시를 만들겠다면 구청장과 시장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노점상들의 투쟁은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그간 당했던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설움과 분노를 폭발시키기 위한 시작일 뿐인 것이다.
8월29일 오후 1시 동대운 운동장 옆에서는 "노점탄압 분쇄 및 박봉규 동지 분신 책임자 처벌을 위한 1차 투쟁 결의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박봉규씨가 온몸에 불을 지를 수밖에 없었던 생생한 이유가 전해졌다. 단속반에게 물건을 빼앗기면 다시 구청에 가서 물건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7만원가량의 돈이 들었다. 그리고 운반비 약 3만원 하루 벌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돈. 그리고 그것보다도 박씨가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식또래 단속반과 구청직원의 비인간적인 대우였다. 박씨가 단속반들이 물건을 싣고 가려는 트럭 밑에 들어가자 박씨에게 돌아온 것은 "개새끼, 씹새끼"라는 욕과 폭력이 그에게 돌아왔다. 죽음을 각오하고 찾아간 중구청장실에서 구청 직원은 "노점상은 불법인데 뭐가 잘났다고 항의냐, 저리가라"라는 말뿐이었다. 박씨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중구청앞 몸싸움
청계천 복원사업 노점상에 대한 대책 시급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후 청계천 부근에서 노점을 하는 노점상들은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시장의 최대 공약이었던 청계천 복원 사업에는 노점상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노점상들은 이번 단속 역시 청계천 복원 사업이 진척되어가면서 더욱 심해 졌다고 밝혔다. 박봉규씨 옆에서 함께 노점을 하고있는 신장휴씨는 "항상 오후에 단속을 나오는데 오후가 되면 긴장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속반들에게 항상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청계천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한 노점상 아주머니는 "청계천 복원사업에는 찬성하지만 노점상에 대한 대책마련도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 대회에는 박봉규씨의 막내딸인 박희정씨(25)가 나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박봉규씨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1남 4녀를 둔 노점상은 자식만은 노점상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연일 단속을 당하던 때 박희정씨는 엄마에게 "요즘 아빠가 매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빠가 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박희정씨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결의 대회를 마친 노점상들은 중구청으로 향했다.
중구청에는 이미 서울시경 1기동대를 비롯해 많은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 중구청에 도착한 노점상 대오는 정문앞에서 전경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과정에서 청계8가에서 노점을 하던 김형산씨가 전경의 방패에 이마를 찍혀 긴급히 병원에 후송되었다. 박찬종 서울 노점상 연합 의장은 "불과 몇달전에 구청장과 시장은 서민을 보살피고 삶을 보듬겠다는 공약을 해놓고 우리같은 서민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노총련 이필두 의장은 "3개 단체 지도부가 전부 구속되더라도 이문제가 해결될때가지 백만노점이 끝까지 투쟁 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전체 노점상들이 거리로 나와 서울시를 마비시키는 투쟁을 벌여 내겠다"고 밝혔다.
전노련 김흥현 의장은 "노점단속은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게 김동일 구청장은 환자앞에 나와 부릅을 끓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현의장은 이날 투쟁에 대해 "이제야 싸우지도 않고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며 "향후 투쟁은 기습점거등 다양한 투쟁으로 보수반동들의 심장을 후려파는 투쟁이 될 것"이라 밝혔다. 이날 투쟁은 중구청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후 더 큰 2차 결의 대회를 만들자며 오후 5시 30분경 마쳤다.




*중구청안에까지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찰뒤에서는 구청직원들이 모여 노점상들의 투쟁을 구경하고 있다


8월29일 노점상 1차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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