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농민대항쟁, 승리를 향한 진군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한 것

전농, 25일 30만 이상 참여하는 전국 동시다발 농기계 차량 시위 예정 대선후보들, 농정정책 연설에서 농민의 격렬한 야유, 항의 면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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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10만여 농민이 서울 여의도 한강고수부지에 모여 '우리쌀지키기 전국농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농민대회 장소였던 한강고수부지에는 비행기 2대에 나눠타고 상경한 제주도농민 250여명부터 13일 새벽 3000여대의 버스를 타고 강원도, 전북, 경남 등지에서 상경한 농민들로 발샐틈없이 메워졌고, '쌀수입 개방저지, 한칠레협상 비준 반대' 등을 새긴 색색의 머리띠와 쌀푸대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이날 농민대회 참석을 위해 충남 당진에서 상경한 차재석(74세)씨는 "쌀 때문에 궐기대회하러 왔다"며 "수입개방하고, 쌀 값 더 내리면 차라리 농사 안 짓는게 낫다"고 쌀 농사짓는 농민의 심정을 전해줬다. 김포 통진에서 온 권오군씨는 "사정이 어렵지만 다 자기돈 내서 버스대절해 서울로 왔다"며 "일본에서 하듯이 우리나라도 쌀, 배, 포도 등에 더 많은 관세를 붙여야 한다"고 밝히며 김대중 정부의 쌀수입개방 방침에 대해서는 "개같은 소리"라고 덧붙였다.



농민대회 사전행사에는 105일간 '우리쌀지키기 100일 걷기'를 진행하고, 다시 10월 13일부터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온 '100일걷기 실천단'의 보고, 충남당진 농민회와 3년간 교류해온 일본 농민공동운동네트워크의 연대사와 여성농민노래단의 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선보였다.

민중연대 정광훈 노농특위의장은 "농민들은 대대로 쌀을 지어 이 나라의 재정과 먹거리를 책임져왔는데 정부는 이제와서 '농사짓지 말고 떠나라' 한다"며 "정부는 초국적 자본의 덫, 눈물의 씨앗인 WTO에 걸려 온나라를 제국주의에 내놓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후 3시경 시작된 본대회에서 전농 정현찬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전태일 열사의 기일에 해방이후 최대규모의 농민집회를 성사시킨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철도, 발전, 가스와 공무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권 투쟁과 농민들의 투쟁은 하나"라고 밝혔다. 정현찬 의장은 또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의 홍수속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의 농업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WTO협상, 쌀 전면수입개방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제 그야말로 죽음이냐, 투쟁이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오늘은 그동안 모든 체념과 패배를 벗어 던지고 승리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전농 문경식 부의장은 "집중호우, 태풍 루사, 가축 전염병 등으로 고생하며 먹거리를 생산했는데 정부는 마늘비밀협상, 한칠레 협정을 맺고 쌀개방할 수밖에 없다며 쌀 가격을 낮추려 한다"며 "2000년부터 미국산 오렌지가 들어와 많은 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이제 한칠레 협정은 꼭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문경식 부의장은 또한 "식량자급, 농산품목별 가격보장, 쌀값보장 특별대책 마련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오늘의 농민 투쟁은 시작을 알리는 투쟁선포식이며 25일 농기계 시위 등 더 강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5시경 전농의 '△2004년 쌀재협상 시 관세화 유예조치 관철 △식량자급 계획 수립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거부 △농가부채 해결 △농가소득보장 대책 마련 △근본적인 재해대책 마련 △쌀값 보장 특별대책 마련' 등 8대 요구안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참석했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8대 요구안을 받아안지 않기 위해서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농에서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상에 올라서자 박봉규 열사 비대위에서 피켓을 들고 노무현 후보를 향해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했고, 많은 농민들이 '거짓말하지마 이놈아, 말만 하지마'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노무현 후보는 또한 연설 도중 분노한 농민이 던진 계란을 얼굴에 맞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는 연설을 통해 "농민의 무너지는 가슴을 이해하고 국민의정부의 농정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개방을 최대한 저지하고 사전사후 대책을 세울 것이고 농가부채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농민들도 회생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와 야유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어 단상에 올라온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농민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희 아버지도 강원도 산골 농부의 아들이고, 저는 농민의 아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해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와 야유를 받아야 했다. 농민들은 정몽준 후보가 '농민의 아들'임을 반복해서 말하자 '정책을 내놔봐, 니가 농사 지어봤어, 씨발놈아 니가 농민을 알아'라며 야유를 퍼붓고 계란을 던지며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다른 말 필요없이 농민 여러분과 함께 붉은 머리띠 묶고 싸우겠다"며 "농업공적자금을 구성하고 농가부채를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8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수입개방의 물결은 94년 UR을 거쳐 2004년 쌀재협상으로 이어졌고 외국농축산물은 이미 두끼 밥상을 차지해버렸고 이제 남은 한끼 밥상마저 WTO세계화란 이름으로 내놓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오늘 30만 농민대항쟁은 승리를 향한 진군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한 것이며 우리는 종국적인 승리를 위해 11월 25일 제2차 농민대항쟁으로 나설 것"이라고 결의하며 대회를 마쳤다.

전농은 이후 쌀값 보장, 농가부채 해결투쟁을 진행하며 오는 25일 30만 이상이 참여하는 'WTO 쌀수입 반대, 쌀값 보장, 농가부채 해결 전국 동시다발 농기계 차량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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