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를 단순한 노동탄압 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인권과 노동기본권 확보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며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노동법 개정투쟁을 벌여야 한다."
손배·가압류 문제는 1월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분신사망 사건 뒤 피해사례가 언론을 타면서 노동계를 넘어 전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월24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이 기회에 노동법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을 하위법인 민·형사법이 제약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합법파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직권중재' 등의 독소조항과 조정전치주의 등 절차규정 때문에 사용자의 불성실교섭을 유도함으로써 또 다른 파업으로 내몬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남준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는 "사측이 임단협 타결과 함께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던 관행과 달리 최근 들어 손배·가압류를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노조탈퇴를 미끼로 가압류를 선별적으로 푸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노동3권을 사실상 용도폐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쟁의행위가 끝나기 전에 업무방해죄나 구속, 기소를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기본방침은 쟁의행위를 하기도 전에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압류는 본안소송과 달리 변론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결정할 수 있고, 증거도 증명이 아닌 소명으로 족하도록 하고 있으며, 반드시 공개재판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와 노동3권 등 헌법상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빼앗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은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제약해 이른바 불법파업의 빌미가
되는 직권중재 등 악법조항을 철폐하는 게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쟁의행위 요건과 정당성에 따른 불법파업의 소지를 없애려면 조정전치주의 등 노사자율교섭을 방해하는 절차규정을 폐지하고, 쟁의행위 요건을 완화해 단체행동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또한 "헌법상의 노동3권을 하위법인 민형사법으로 제약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민형사상 면책범위 확대와 업무방해죄 적용 제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상과 범위 제한 △신원보증제도 폐지 △가압류 결정과정의 문제점 개선 △IMF 외환위기 뒤 제기된 손배·가압류 청구소송 일괄취하 등의 해법을 내놨다.
한편 최근 들어 손배·가압류가 조합원, 신원보증인에까지 남용되는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변 조영선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노조의 조직적 결의로 실행되는 것이고, 그 정당성과는 상관없이 단체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라도 조합원과 간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서는 안 되고, 노조만이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재 교수(상지대)는 현행 노사관계의 문제점과 관련해 △노동법원 설치 △노동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의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단체뿐 아니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51개에 이르는 시민사회단체가 참석해 최근 치솟고 있는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노동계와 함께 손배·가압류 문제를 풀기 위한 공동대책위 구성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근 chang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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