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사이트코리아 판결을 바라보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교육부장 이지수


*지난 3월 14일 인사이트 코리아 판결이 난 직후 법원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기대하지 않았던 판결결과

사실 SK인사이트코리아 고등법원의 판결을 전혀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노동조합과의 계획 역시 고법패소판결을 전제로 이후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 것인가가 핵심지점이었다. 작년 11월 초 고법판결이 예정되어 있었던 시점, 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차원의 국회앞 1인시위를 진행하다가 판결이 미뤄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법부도 이번 판결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은 알수 있었지만, 그간 중노위와 행정법원이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판결의 내용을 보면서 점점 강화되는 법원의 보수화 경향이 갑자기 바뀌리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결국 29개월간의 끈질긴 노동자들의 투쟁은 법원의 판결을 뒤바꿔놓았고, 불법파견의 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확정짓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인사이트코리아 고법판결은 29개월 동안의 피나는 투쟁의 성과
이미 투쟁의 성과는 부분적으로 있어왔다.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 2001년 11월 파견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되었던 80여명의 인사이트코리아 출신 노동자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2002년 4월에는 ICAN(울산공장사무직), 인플러스(본사사무직)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200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바로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SK그룹내 비정규 노동자 조직시도에 따른 성과였다. 뿐만아니라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울산공장 투쟁은 한국노총 소속의 SK노동조합을 민주화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언제나 그렇듯 투쟁한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 성과는 가장 나중에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랜기간 만들어낸 크고 작은 성과가 오늘날의 고등법원 판결을 만든 것임은 가장 먼저 주지해야할 사실이다.

SK의 사용자성을 인정받다.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업장앞 집회투쟁마저 금지당한채 어려운 싸움을 진행해 왔다. 2002년 방송사 비정규노조는 KBS앞 집회금지, 대성산소용역기사노조는 대성산소 본사 앞 집회금지, 한진칼면세점은 대한항공 앞에서의 집회금지 처분을 받았다.

원청회사는 이 노동자들에 대한 작업통제권을 쥐고 노동자들을 통제했지만, 해고된 이후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은 법원에 의해 철저히 거부되었다. 그러나 SK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 법원은 SK에게 불법파견을 통해 사용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책임이 있음을 주문했다. 결국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실사용자가 SK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파견법적용 - 그래도 여전히 남는 과제
그/러/나/ ‘인사이트코리아 고등법원 판결로 인해 이제는 불법파견 노동자들도 파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해석은 여전히도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 놓는다. 중노위와 법원 판결의 핵심 기준에는 언제나 파견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노위의 판결에서는 여성 사무직 노동자를 제외한 3인의 노동자의 업무(출하서기, 영선원, 보일러운전원 및 저유원)는 파견법 5조1항(파견대상업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6조3항(2년이상 사용시 직접고용)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행정법원 판결에서는 사무직 여성노동자 역시 무허가업체소속이라는 이유로 파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물론 고등법원 판결에서는 파견허용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 파견에 해당될 경우 파견법의 직접고용 의제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는 판결을 끌어냈지만,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파견법 철폐 없이는 2년 주기적 해고를 피해갈 수 없다.
그것은 바로 파견법이 살아있는 한 불법파견 노동자도 2년마다 주기적 해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 판결이 불법적 파견인 경우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 무조건적 직접고용을 판결한 것이 아니라 파견법의 직접고용의제조항을 근거로 한 판결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합법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2년 주기의 해고를 양산하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어떠한 보호도 할 수 없기에 폐기처분됨이 마땅했던 파견법이 불법파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방송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주기적 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코리아 투쟁이 불법파견 역시 파견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성과를 낸 것에서 그칠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견법 철폐를 의한 투쟁으로 나아가자!
결국 파견법 철폐만이 문제의 해결일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을 매개로 한 파견업종의 전면적 확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파견법 철폐를 위한 쉼없는 투쟁으로 내달리는 것만이 4명의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을 더 큰 승리로 이끄는 것이자, 방송사 비정규노조를 비롯한 이땅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실질적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