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숨은 괴물...초국적 농식품복합체

교수학술공대위, 협상을 통한 농업, 농민 지배 심화 경고

한미FTA협상 저지 교수학술공대위는 27일 ‘FTA’의 본질을 폭로하는 ‘한미 FTA에 숨어있는 괴물 -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정책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포럼의 주 발제를 한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한미FTA협상의 농업부문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한국대 미국, 한국농민과 미국농민의 대립관계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중심에 있는 초국적 자본, 농업의 경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농업, 농민지배의 심화과정”이라고 규정했다.

윤병선 교수는 주요 자료를 인용해 “곡물유통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른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종자에서 식탁까지’ 혹은 ‘농장에서 숟가락까지’ 이르는 전과정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자유무역’은 자신들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농산물무역의 자유화로 인해서 수출국이나 수입국을 막론하고, 소농이나 가족농이 농업으로부터 축출당하고 있음”을 들며 “한미FTA협상의 숨은 괴물인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어떻게 농업을 지배하고, 한국의 생산, 유통, 판매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가”에 대한 논지를 펼쳤다.

이날 사회는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이, 주 발제는 윤병선 건국대 교수가 했고, 토론자로는 권승구 동국대 식품자원유통학과 교수와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국장 그리고 김자현 여성민우회생협 상무가 참여했다.

  토론회 모습. 윤병선 교수가 주 발제를 하고 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자유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 발제를 한 윤병선 교수는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실제 농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를 실체 규명하며 “새로운 무역을 통해 이들의 수입이 급증한다”는 연관관계를 이끌어 냈다.

또한 초국적 기업 네슬레가 이슈식, 생수, 다양한 기호식품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것 처럼 카길과 같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경우도 종자, 농업 뿐 아니라 육류, 식품 가공업 사업도 벌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내 유제품 생산 1~10위까지 순위 중 1,2,3 위 상위 그룹과 10위 업체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내 시장에서도 자본간의 격차도 심화되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윤병선 교수는 “자국내 경쟁이 심하니 탈출구를 해외에서 찾으려는 이들의 노력이 더욱 집요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윤병선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가공식품 수출의 4번째 수출국이고, 육류 수출의 경우도 광우병 수입 금지 조치전에는 50%에 이르렀음을 들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의 입장에서 본 한국은 식량 자급률도 낮고, 가공식품 소비량은 많아 이후 소비가 증가될 수 있는, 기대되는 시장인 셈”이라고 지형을 분석했다.

또한 윤병선 교수는 “자유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주장을 펼쳤다. 특히 농산물 시장의 경우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수 많은 보조금 때문에 가격의 비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음을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농가, 농업 보조금의 대부분도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다 받아가고 있는 현실임을 들었다.

  윤병선 교수
예를 들어 ‘쌀’의 경우도 유제품과 마찬가지로 1위~10위 중 1,2,3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1위인 라이스 푸드의 경우 9천여명의 농민으로 출발한 협동조합이지만 세계 최대의 정미업체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결국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시스템은 막대한 보조금으로 인위적으로 낮춰진 가격의 무역 협상을 한다는 것, 여기에 미국식 자유무역의 본질적 속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농무부의 예산 편성 전략 목표 1순위가 '농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로 농무부 소속 해외농업지원청은 신용보증, 시장개발계획, 수출조정지원, 해외식량 지원 등 수출 강화를 위한 예산을 배정해 공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윤병선 교수는 "FTA를 통해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주창할 지라도 안으로는 자유무역이 아닌 수많은 보조금과 소수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가리워진 형태, 경쟁력을 바탕으로 맨몸으로 싸우자 하면서 등뒤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형상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측면에서 “미국 농산물 수출 증가되는데 미국 농민들이 이익을 봤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답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윤병선 교수는 “미국내 소농 중심 조직은 수출 중심의 미국 농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포테이토 칩 등 감자 수요가 늘면서 감자의 생산면적과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25년 사이에 미국의 감자 생산 농민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농가당 경작 면적 추이는 증가하되 농가 숫자와 농장수가 급격히 감소되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미국 농업의 규모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단적으로 판매되는 농산물 중 농가 상위 2%가 전체 농산물 50%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 내 대다수 영세농들의 생활은 연전히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윤병선 교수는 “한국 국내 독점자본도 초국적 농식품복함체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와 국내 시장을 장악한 대형 유통업계와 손을 맞잡게 될 경우 한국의 농산물 시장은 말 그대로 공략 당할 수밖에 없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한미FTA를 통해 오히려 자유무역의 이데올로기 환상을 깨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본질과 국내 독점자본의 위험한 교각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현지 생산 계약 시스템을 가져간다면?

토론자로 참석한 권승구 교수는 윤병선 교수의 발제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며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미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해 이것을 절대적 만능주의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권승구 교수는 “농약, 비료, 종묘, 사료 등 시장은 이미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고 있고 기타 농업자재 시장에서의 시장 잠식 비율도 현저히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농산물 유통시장 및 식품가공산업과 판매사업까지 잠식해 나간다면 한국 농업은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소수의 초국적 농식품 독점자본에게 잠식당하게 된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농민들이 대형 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대형 유통업체의 직접 지배를 받게 된다“는 추세를 설명하며 ”최근 계약지배 현상들이 생산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다.

한 예로 썬키스트의 외국 담당 부사장은 썬키스트로 브랜드 영업을 하고 제주도 감귤을 계약생산해 판매하자는 제안을 현지에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수 자본들에 의해 국내 생산 농가들이 수수료를 받는 농업 생산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모든 생산, 유통, 판매 시스템을 종속 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권승구 교수는 “한미FTA로 인해 위기 속에서 그나마 희망을 갖고 개선의 힘을 다하고 있는 한국 농업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