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포항 사태 근본 원인은 사용자와 정부"

정부, '불법필벌' 원칙만 강조, 여당, '법과 원칙' 운운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이 18일로 6일째를 맞고 있다. 16일 밤 11시부터 3시간 동안 경찰의 강제 무력 진압이 있었으나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거센 저항으로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경찰의 방패에 맞아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정부는 18일 오전 한명숙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원칙에 따라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 하겠다"는 것이다.

강봉균 의장 “근본원인도 중요하지만..” , 추병직 장관 “단호히 대처”

정치권 일각에서도 사안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열린우리당은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현안보고를 받았다.

주로 폭우로 인한 재해대책 관련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그 와중에 강봉균 정책위 의장은 "포항에서 건설노동자들 일부의 불법노사분규가 있는 것 같은데 근본원인도 중요하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는 자세가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되, 대정부 개선요구사항 중 합리적 사안은 최단 시일 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강봉균 의장과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근본원인도 중요하지만’, 포스코 본사 점거 상태인 현상에만 주목, '불법행위'와 '법과 원칙' 운운했다. 오히려 "단호한 입장을 보여 달라", "단호히 대처 하겠다" 고 말하는 등, 경찰의 폭력 진압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민주노동당, ‘불법은 사용자가 저질렀고, 정부는 방치’

반면,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현 사태의 원인이 건설산업 산업재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 건설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정부의 무대책, 또한 사용자의 불법대체인력 투입 등의 부당노동행위와 이에 더한 경찰의 과잉대응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들이 건설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운 원인이 되어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민주노동당은 앞선 강봉균 의장과 추병직 장관의 발언과 달리, "건설현장의 불법은 바로 사용자들이 저질러 왔고,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용자들과 정부에 있다"고 못 박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설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수용하여 법 제도를 개선하고, 사태가 노사 간 원만한 교섭으로 해결 되도록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병호, 경찰 물리력 행사 중단하라

16일 경찰의 강제 진압이 벌어지기 직전 포항 현지를 다녀왔던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도 개인 성명을 내고,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헌법과 법률을 지켜달라는 정당한 것"이라며, 정부와 사측, 경찰에게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16일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뇌출혈로 생명이 위독한 노동자를 언급하며, "경찰은 더 이상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리력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단병호 의원은 "경찰이 1만 5천명 이상을 동원하여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 진입을 시도하였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농성장에는 3천여 명의 건설노동자가 있고, 이미 6일째 접어드는 농성으로 인하여 심신이 피로하고,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있는 고령의 노동자들이 있다"고 밝히고, 더 이상의 물리력 행사를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노총, 정부는 건설노동자들 또 한 번 기만하나

한편, 정부의 담화문 발표에 대해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포스코 사측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공사발주를 포스코가 하기 때문에 건설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그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도,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이유로 건설노동자의 생존권 요구에 대한 책임을 하청건설업체에게 전가하는 것은 건설노동자를 또 한 번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한 "그동안 정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에는 버젓이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는데도 법적으로 공정하게 처리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는 '합법보장, 불법필벌'원칙이라는 공허한 논리로 절박한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공권력을 투입하기 위한 구실 만들기에만 급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의견개진의 기회는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약속이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반드시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하고 '농성을 중단하고 자진해산' 등의 전제조건 없이 즉각 노사간 대화를 주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16일에 발생한 경찰의 폭력에 의해 수 십 명의 노동자가 부상당하고 한 명은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찍혀 과다출혈로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공권력 투입운운하기 전에 살인폭력을 저지른 경찰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먼저"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