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승무원 투쟁, 오해와 진실

"정규직 되고 싶으면 공부해서 시험치라고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여성노동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이 18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철도공사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 개선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월 2일 공개한 최종 결정문에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채용부터 임금 결정, 면접, 교육 및 업무지도, 감독 및 평가 등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을 직접 결정하거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주체"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82,83년생 여성으로 키 170-173센티미터면 만점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최종 결정문에는 여승무원의 채용기준과 관련한 항목이 밝혀지기도 했다. KTX여승무원 채용기준에 따르면 모집대상은 '젊은 여성'으로, 신규 응시자는 21세에서 25세 사이, 경력직 응시자는 21세에서 35세로 국한하고 있다.

심지어 '신장 162센티미터 이상'이라는 용모기준도 명시하고 있으며, 170-173센티미터는 20점 만점, 166-169센티미터는 15점, 174-177센티미터와 162-165센티미터는 각 10점이라는 점수까지 배정했다. 나이에 대해서도 82,83년생은 10점 만점, 80,81년생은 7점이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채용 및 심사기준의 결정에 철도공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나며, 철도공사 간부들이 면접과정에도 참여해 100점 중 65점에 달하는 용모, 태도의 항목 평가를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러한 기준은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3만 여 명 이상을 고용한 거대 공기업이 여성들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을 가진 주체로 보기보다 '예쁘고 젊을 때' 한순간 쓰고 버릴 삼등 노동력으로 생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차별 시정 권고조차 무시한다면 여타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 개선이나 여성노동권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간 KTX승무원들의 투쟁과 관련해 발생한 일부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9가지 주요 질의응답이 발표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래는 질의응답 전문이다.

KTX승무원에 대한 9가지 오해와 진실

1) 애초에 비정규직인줄 알고 들어간 것 아닌가?

-KTX 승무원이 되는줄 알았지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그런 것들은 잘 몰랐다. 사실 비정규직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사회 초년생이니까. 항공사처럼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모집할 때 철도유통 고속철도 준비단장인 정성주씨가 1년정도 있으면 정규직이 될 것이고, 공무원 수준의 월급이나 후생복지를 보장한다고 해서.... 정년보장도 한다고 하였다.
-정성주씨 동영상이 승무원 준비학원의 홍보 동영상으로 떠 있었고 당시 홍익회(지금의 철도유통) 홈페이지에도 떠 있었다.
-워낙 방송에서 KTX 승무원들을 크게 띄워 놓았기 때문에 정말 좋은 직장인줄 알았다.

2) KTX 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데 왜 거부하는가?

-말만 정규직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위탁 도급직이다. 사실은 파견직이지만. 철도공사에서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그대로 해고다. 철도유통에서 5월 15일 이미 그런 것을 보여 주었다.
-KTX 관광레저는 감사원에서 감사결과 부실한 운영으로 매각,청산대상으로 지목된 회사다. 승무원 운영경험도 전혀 없고 자본금도 20억원에 지나지 않는 구멍가게같은 회사이다. 그런 회사에서 수백명 승무원들을 제대로 운영할 리가 없다.
-KTX 관광레저는 감사원에서 매각,청산회사 대상으로 지목된 회사지만 철도공사에서 의도적으로 키워주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KTX 관광레저는 올해 6월까지 사주인 롯데관광에서 개성관광 사업을 위해 2004년 철도청과 합작해서 설립했다고 한다. 감사원에서 부실한 회사로 지목받아 청산될 위기에 있으니까 KTX 승무원들을 위탁하여 살려준 것이다.
-철도공사는 KTX 관광레저를 키워주기 위해 직원연수까지 위탁하여 매출액 규모를 키워 주었다. 이런 것이 철도공사 업무현황에 모두 나와 있다.
-KTX 관광레저에 위탁된 뒤 KTX 서비스가 엉망이 되었다. 청소상태도 그렇고, 고객이 요청하지 않으면 서비스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승객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3) 정규직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정식 시험보고 들어가야지...

-입사할 때 14: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2기 같은 경우는 136:1 이었다. 경쟁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KTX 승무원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했다.
-KTX 승무원직은 아예 정규직이 없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앞으로 정규직을 선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철도공사에서 일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승무원으로 일하고 싶어도 정규직을 뽑지를 않는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KTX 승무원들에게 정규직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철도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4) 승무원들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도 직접고용인가?

-철도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다. 고용이 안정되어야 일하는데 의욕이 나고 보람도 가질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말 못할 차별과 고용불안을 겪어왔다. 똑같은 노조활동을 해도 비정규직은 엄청난 탄압을 당하게 된다.
-철도공사 정규직이 되려면 예산배정이 되어야 하고 또 정원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하니까 그 기간동안은 직접 고용하라고 한 것이다.
-사실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계약직 노동자들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재계약이 될지 떨어야 한다. 임금, 고용, 후생복지 모든 것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이런 차별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5) 철도공사가 경영적자라는데 비용 때문에 승무원 정규직화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철도공사 경영적자는 정부의 투자부족이라고 이철 사장이 직접 주장했고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철도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세계 2위라고 들었다. 일본이 1위인데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는 2위라고 한다. 그러면 적자의 원인이 인건비때문이 아닌 것이다.
-철도공사 적자는 대부분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강제로 떠넘긴 고속철도 관련 부채때문이라고 한다. KTX 개통때 이용하는 승객들 숫자를 두배이상 부풀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책이 잘못되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인데 KTX 여승무원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셈이다.

6) 승무원들 요구 들어주면 다른 공기업 비정규직도 다 정규직화 해야 할 텐데, 파장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우리 경제가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정부가 비정규직을 자꾸 늘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장이 커서 공기업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듣기에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가 850만명이라고 하고 노동자중 56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도 이것을 심각하게 여기니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같은 것을 내놓고 있다. 하위직 노동자들 인건비를 줄여서 경제를 살린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7) 승무원 없이도 KTX는 잘 굴러가는데.... 승무원이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데, 승무원은 접대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닌가?

-한 달에 한 번꼴로 KTX가 고장이 나서 지연되기도 하고 아예 열차를 바꿔타기도 한다. 정거장이 아닌 선로위에서 열차를 바꿔타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승강장이 없으니까 발판을 내려 승객들을 내리게 하고, 또 위험하니까 잘 안내해서 바꿔타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을 열차팀장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열차 1량의 길이가 388미터이다. 승객도 1,000명인데 그분들을 어떻게 혼자서 안내하고, 사다리를 내려 드리고, 방송도 해야 하고, 또 몸이 불편한 분은 부축도 해야 하는데. 승무원이 타고 있으면 잘 모르시겠지만 아예 없는 경우는 다른 것이다.
-경부 고속철도는 터널이 굉장히 많고 또 긴데 만약 터널 안에서 화재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는가? 몸이 불편한 분이 열차안에서 갑자기 악화되면 열차팀장 혼자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나?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소속이 아니어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응급환자 처치교육이나 객차에서 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비상 사다리 설치와 같은 문제처럼 비상시 조치요령도 교육을 받았고 심심치 않게 직접 경험하게 된다.
-평상시에도 장애인 고객들을 휠체어로 모시기도 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응급환자 때문에 승객중에서 의사를 참아 헤매기도 한다. 1,000명의 고객을 모시는데 안전과 서비스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8) 승무원들을 웬만큼 임금 받지 않나.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도 많은데 그나마 조건이 좋은 승무원들 왜 정규직화 해야 하나?

-승무원들 임금이 철도공사에서는 174만원을 주라고 책정했는데 위탁회사에서 이런 저런 명목으로 자꾸 떼어먹는데 20-30만원씩 가져갔다. 세금을 공제하고 4대 보험, 각종 공제를 당하면 120만원-140 정도를 받았는데 그것을 많다고 할 수 없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그 수준에 맞춰야 하겠는가? 열악한 비정규직이 있으면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더 비참한 사람도 있는데 그만하면 되었지 않냐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누구나 다 반발할 것이다. 고용불안도 크고, 또 경력이 쌓이면 월급이 한푼이라도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20-30만원씩 더 깎이고 하면 누구나 반발할 것이다.

9) 철도공사는 성차별 한 적이 없다는데...

-처음에 KTX 승무원들을 모두 젊은 여성으로만 선발하고 키나 나이, 용모가 선발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지금은 남성 승무원 몇 명을 선발하고 나서 성차별을 해소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규직하고 임금,노동조건,승진등 모든 곳에서 차별하는데 성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철도공사의 그런 주장을 일일이 반박한뒤 성차별이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잘 모르는 것인지 뻔뻔한 것인지.
-KTX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이라서 차별을 당했고 여성이라서 더욱 심한 차별을 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철도공사가 성차별을 시정하려면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똑같은 조건으로일하게 하면 된다.
-철도공사는 KTX 관광레저가 철도공사 정규직보다 더 나은 일자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왜 굳이 위탁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것만 보아도 철도공사의 거짓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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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불법파견 , 여승무원 ,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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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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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냐링~

    글쎄요~

  • 12

    오해하고 잇는것도 없구만...

  • 오해가 아니라...알고 있던 그대론데? 이래서 이 사람들의 주장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뭘 오해한다는 것인지...

  • 멀었어...

    맞는 말도 있긴하지만, 일단 철도에 대한 지식부터 모자라시네... 1편성도 아닌 1량 길이가 388미터나 나와요??? 그럼 1편성은 수키로미터가 되겠네요. 그리고 안전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사실 열차팀장만 있는거 아니고, 여승무원의 비중이 그리 큰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비상사태가되면 기장(기관사)은 자기만 빠져 나간답니까? 그리고 고장을 대비해서 첨승하여 타고가는 기술자도 있잖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커버가 안될 정도로 일이 심각하다면 그때는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마치 무조건 여승무원이 없으면 큰 일 난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건 납득이 안갑니다. 글 전반적으로 억지나 끼워 맞추는 느낌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