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회피는 정치하는 자세 아니다”

한국사회당, “각 정당 대안 제시해 ‘다포인트’ 개헌 논의해야”

8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제안의 당사자 격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기 단축 약속 요구에 대해서도 “개헌 공약은 각 정당 후보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대통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일부 친노 계열 여당 세력의 정당 대표회담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국사회당은 이러한 정치권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는 “개헌 필요성에 동감하면서도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정치하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87년 헌법 개헌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87년 헌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원포인트’ 개헌안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한국사회당의 공식 입장. 금민 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 3가지 안에도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연임제를 허용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비슷한 시기나 동시에 선출되는 정부 안은 거대 정당의 독식정치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영토조항, 부동산, 평화헌법 등 포괄적 개헌해야

한국사회당이 제시하는 포괄적 개헌은 영토조항(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통일 이후’라는 전제를 달자는 것이다. 북한의 반국가단체 규정과 국가보안법의 합헌성의 근거가 되는 요소를 뿌리 뽑자는 의도.

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조항(헌법 제35조 3항 ‘주택개발 정책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을 국가 의무 규정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 밖에 평화헌법 요소 강화 등 많은 부분에서 87년 헌법의 포괄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사회당의 주장이다.

금민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어차피 87년 개헌의 필요성에 모든 정당이 공감한다면, 단순히 반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민 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 “개헌 필요성에 대해 그동안 이야기해놓고도 이제 와서 막무가내로 회피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및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적 정치세력은 노무현식 개헌에 반대만 하지 말고, 반대한다면 대안을 내놓는 것이 건설적인 정치”라며 진보 정치세력의 개헌안 제시를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8일 정부의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시대 준비 등의 내용을 포함한 ‘다포인트’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철회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개헌 논의를 한다면 정치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상도 안 펴는데 (밥숟갈 먼저 들 수 없다), 추이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