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시사IN>이 4일 보도한 김경준 씨의 자필 메모 한방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검찰 중간수사결과발표를 하루 앞두고 터져 나온 이날 뉴스에 정치권의 희비는 명확히 엇갈렸다. '비관적' 수사결과가 발표될라 내심 마음을 졸였던 대통합민주신당은 환호했고,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일제히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기꾼의 농단"이라고 일축했지만 충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신당, "검찰 수사결과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이날 오후 해당 기사가 <시사IN> 홈페이지에 게재되자마자 신당은 "내일 발표될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검법 발의를 강력 시사한 뒤 전체선대위장과 본부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신속하게 '공격 진용'을 갖추고 있다.
김현미 신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명박 검찰'이라는 치욕을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검찰이 수사결과를 사실대로 발표하기는커녕 수사과정에서부터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은 수사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수사결과를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민노·창조한국당, "검찰이 직접 진실부터 밝혀라"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이날 보도 내용과 관련해 "내일 발표될 검찰의 수사결과가 다분히 정치적 계산 위에서 이명박 후보를 위해 각색되고 꾸며진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이렇게 된 이상 검찰의 내일 수사 발표가 국민의 신뢰 얻기에는 대단히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만약 검찰의 뒷거래 의혹이 사실이고, 내일 수사 결과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온다면 세상은 발칵 뒤집힐 것"이라며 "김경준 씨 메모에 대한 검찰 내부의 진위를 파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갑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공개된 메모에서 보듯 검찰이 사건 자체를 왜곡해 수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내일 발표 내용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검찰이 먼저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김경준·신당·시사IN 합작에 의한 정치공작"
이 같은 각 당의 맹공에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시사IN>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사기꾼 김경준과 그의 가족, 신당, 특정언론의 합작에 의한 정치공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수사 발표를 앞두고, 잡지사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지면도 아닌 회사 사이트에 서둘러 기사를 내보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범죄자가 허위 폭로를 하면 특정 언론이 받고, 이를 다시 신당이 받아 정치공세를 취하는 2002년 식 공작 수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김경준의 범죄 행위라면 통상 무기징역까지 구형이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3년 구형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그런 얼토당토 않는 사기꾼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