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치료제 약값 연간 4천만 원? 인하하라!"

건약 등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글리벡' 약가조정신청 제출


고가약 논란이 일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의 가격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일 고시됐다. 고시된 가격은 70mg 한 알당 5만5천 원. 환자들은 이 약을 매일 2알 씩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간 약값은 4천만 원에 달한다.

스프라이셀 개발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은 초기에는 1알당 6만9천 원을 요구하며 한국정부와의 약가 협상을 수차례 결렬시키다, 최종 5만5천 원을 수용하는 것으로 협상은 타결됐다.

연간 약값만 4천여만 원에 달하지만, 백혈병 환자들에겐 당장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스프라이셀을 사먹어야 한다. 또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역시 당연지사.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4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프라이셀과 글리벡 약가인하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제출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스프라이셀 최대 1만8천 원, 글리벡 760원이 적정 가격"

보건의료단체들은 우선 스프라이셀과 관련해 약가 선정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BMS 측은 스프라이셀이 5만5천 원이라는 '고가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천문학적 액수의 연구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투입돼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BMS 측은 정확한 약가 산정을 위해 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밝힐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프라이셀의 원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 원가는 한 알당 최대 1천89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BMS 측이 주장하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투자 비용 회수 및 재투자,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여 산출되는 약의 판매가는 일반적으로 완제품 단가의 3-10배 정도에서 결정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즉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완제품 단가의 최대 10배로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스프라이셀 1알의 가격은 최대 1만8천900원에 불과하다"는 반박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BMS 측에 스프라이셀 1정당 5만3천 원의 순이익을 보장해주는 셈"이라며 "거품 덩어리 스프라이셀 약가는 인하되어야 한다"고 약가인하 조정신청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에 판매된 지 5년이 지난 노바티스 사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100mg 1알 당 가격이 2만3천45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단체들은 "이미 2003년 당시 연간 총 수입실적이 1백만 달러를 넘어섰고, 2007년 사용량은 2003년에 비해 다섯 배 넘게 증가했다"며 "노바티스도 인정했듯이 이미 그간 전 세계 판매를 통해 글리벡 연구개발 비용은 모두 회수되었다"고 글리벡 약가 인하를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의약품 특허를 인정해주는 것은 개발 생산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해주고,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제 더 이상 글리벡 독점 가격은 유지될 어떠한 근거도 없고, 글리벡의 생산 단가 최대 760원이 글리벡의 적정한 약가"라고 주장했다.

"노바티스, 철중독 위험에도 글리벡 100mg만 공급"

한편, 이날 보건의료단체들은 노바티스 사가 국내에 100mg 짜리 글리벡만 공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글리벡 400mg 수입 요청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국내 백혈병 환자들은 400mg 약이 수입되지 않아, 필요한 경우 100mg 4알을 한번에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바티스와 미국 FDA는 고용량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에 대해 100mg 여러 알이 아닌 400mg 1알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단체들은 "글리벡 필름코팅정에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여러 정을 한번에 복용할 경우 철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노바티스가 400mg 글리벡을 공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단체들은 "현재 800mg을 복용해야 하는 한국 환자들이 100mg 8정을 복용함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18만4천360원이지만, 400mg이 판매된다면 함량비교가에 의해 11만5천224원이면 된다"며 "이는 노바티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의미하고, 따라서 한국에서 400mg 판매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만약 글리벡 400mg이 등재되어 한국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었다면, 2007년 한해 건강보험재정 절감액이 220억 원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2007년 글리벡 총 보험청구액이 720억 원임을 감안했을 때 약 30% 정도의 재정이 절감될 수 있었다"고 400mg 글리벡 국내 시판 필요성을 역설했다.